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만해 한용운(1879~1944)이 말년을 보낸 서울 성북구의 심우장. 만해의 시집 ‘님의 침묵’은 100년 전인 1926년 5월20일 회동서관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광고만해 한용운(1879~1944)의 시집 ‘님의 침묵’은 1926년 5월20일 회동서관에서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이다. 한해 전에 나온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과 함께 한국 근대시의 수원지로 구실을 한 이 시집에 관해서는 그간 적지 않은 연구와 해석이 제출되었다. ‘님의 침묵’에 집중한 박사 논문만 16편이 나온 것을 비롯해 한용운을 다룬 석박사 논문이 260여편에 이르며 문헌과 논문은 1600여편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근현대시사에서 그에 필적할 연구 대상으로는 이상과 김수영 정도가 있을 정도로 한용운은 중요한 연구 주제로 꼽힌다. ‘님의 침묵’ 출간 100주년에 즈음해 여러 기념행사가 예정된 가운데, 또 한권의 책이 목록에 추가되었다. 만해 전문가 이선이 교수(경희대 한국어학과)가 쓴 ‘시집 ‘님의 침묵’과 만해 한용운’은 ‘만해시의 생명사상 연구’(2001)와 ‘근대 문화지형과 만해 한용운’(2020)에 이은 그의 세번째 만해 연구서다. 책은 ‘님의 침묵’ 연구사와 시집에 관한 새로운 해석 등을 담은 1부와 만해의 교유를 다룬 2부로 이루어졌다. 지은이는 우선 시집 ‘님의 침묵’의 장정과 제목 등 형식적 측면에 주목한다. 갈색 천으로 된 양장본 앞표지에는 아무런 글씨가 없고, 책등에 금박으로 제목이 새겨졌다. 그런데 눈에 뜨이는 것은 제목에 쓰인 ‘침묵’의 한자 표기다. ‘침묵’의 ‘묵’은 默으로 쓰는 게 일반적인데, 같은 뜻을 지닌 다른 형태인 黙 으로 되어 있는 것. 그렇지만 표제시 ‘님의 침묵’을 비롯한 시집 본문에서는 역시 ‘沈默’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기존 연구와 출판물에서는 따로 언급되지 않은 채 혼용되었는데, “분명히 다른 자형이므로 그 차이를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광고 시집 전체에서 마침표를 사용하지 않은 점도 이채롭다. 마침표뿐만 아니라 쉼표와 물음표, 느낌표 같은 다른 문장부호 역시 매우 인색하게 쓰였다. 요즘 시들에는 마침표 유무가 혼재되어 있는데, ‘님의 침묵’이 “근대 시집 가운데 마침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최초의 시집”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시 제목에 띄어쓰기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새길 만하다. 1926년 초판 출간 이후 ‘님의 침묵’은 지금까지 대략 170여종의 판본으로 나왔다. 그 가운데에는 시인 자신이 쓰지 않은 마침표를 친절하게 추가해 놓은 것들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만해 한용운. 위키미디어 코먼스 시집 ‘님의 침묵’은 서문인 ‘군말’과 후기인 ‘독자에게’를 제하고 모두 88편의 시로 이루어졌다. 만해는 1925년 설악산 백담사 오세암에 들어가 그해 6월7일 불교 해설서 ‘십현담주해’를 마무리한 데 이어 8월29일에는 시집 ‘님의 침묵’을 탈고했다. 제한된 공간에서 집중적으로 쓰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님의 침묵’의 88편 시는 일종의 연작으로 읽힌다. “그동안 쓴 시를 모아 편집한 통상의 시집이 아니라 철저하게 의도하고 기획한” 시집인 것이다.광고광고 ‘님’의 정체를 중심으로 시집의 주제에 관해서는 여러 견해가 나와 있다. ‘방법적 소멸인 이별 상황을 통해 사랑의 정서를 강화하면서 만남과 합일을 지향한다’는 해석이 주를 이루지만, “시집을 주의 깊게 읽어 보면 ‘이별에서 만남으로’라는 일방향으로 시적 지향성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이별이 만남으로 이어지고 만남 역시 이별을 품고 있어서 “나와 너, 부처와 중생, 유와 무, 생과 사 등으로 나누어 보는 대립적 인식을 넘어서려는 시인의 의지”를 알 수 있다는 것. 이선이 교수는 ‘군말’의 첫 문장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와 7편의 시에 나오는 ‘기루다’라는 말에 시집의 주제가 담겼다고 파악한다. ‘기루다’는 맥락에 따라 ‘사랑하다’나 ‘연민하다’와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데, 그런 점에서 “기룸은 불교의 자비 개념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이 교수는 파악한다. ‘자비’는 타자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극대화한 자(慈), 그리고 타자의 고통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극대화한 비(悲)가 합쳐진 말이며, 따라서 시집 ‘님의 침묵’의 세계를 “모든 존재의 상의적 관계성”에 바탕한 ‘기룸의 시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광고 시집에 수록된 시 ‘잠 없는 꿈’은 ‘나’와 ‘검’으로 불리는 존재 사이의 꿈속 대화로 이루어졌다. 이 시에 대한 기존의 분석에서는 ‘검’에 관해 따로 설명하지 않았는데, 이 교수는 이 말이 민족종교인 대종교나 단군교 계열에서 신을 가리켜 쓰는 말이라는 데에 주목한다. 만해는 시집 ‘님의 침묵’ 출간 이후인 1926년 12월7일 동아일보에 발표한 산문에 삽입한 시 ‘가갸날’에서도 이 말을 썼는데, “민족 공동체를 향한 한용운의 애국적 정념이 대종교로 대표되는 고유 신앙과의 만남을 통해 한층 강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짚는다.시집 ‘님의 침묵’과 만해 한용운 l 이선이 지음, 소명출판, 2만9000원 책의 제2부에서 지은이는 벽초 홍명희 및 천도교계 인사들과 만해의 교유를 파고든다. 특히 1939년 8월 만해의 회갑연에 참석한 이들 가운데에는 그와 함께 3·1 만세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에 들었던 천도교계 원로 권동진과 위창 오세창이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을 비롯한 천도교계 인사들과 만해의 활발한 교유를 근거로 지은이는 “한용운에게 불교를 제외하고 가장 큰 의미를 지닌 종교는 천도교였다”고 헤아린다. 이민족 지배 치하라는 현실에서 만해가 민족종교인 대종교와 천도교에 경도되었다는 사실은 그의 시에 대한 민족주의적 해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선이 교수는 “‘진달래꽃’과 ‘님의 침묵’은 구어체 표현을 근대적 시 형식에 담은 최초의 시집으로, 우리말 문학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 시집 모두 일제강점기에 ‘님’이라는 전통적 문화 기호를 호출해 현대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전통의 재창조에 크게 기여했다”며 “특히 ‘님의 침묵’은 불교 사상을 세련되면서도 대중적으로 시에 담아냄으로써 불교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시집”이라고 20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말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이선이 교수. 본인 제공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100년 사랑과 연민 담은 ‘기룸의 시학’ [.txt]
만해 한용운(1879~1944)의 시집 ‘님의 침묵’은 1926년 5월20일 회동서관에서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이다. 한해 전에 나온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과 함께 한국 근대시의 수원지로 구실을 한 이 시집에 관해서는 그간 적지 않은 연구와 해석이 제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