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남해에 있는 흙기와 책방을 방문하면 책방 주인의 다정한 책 추천을 받을 수 있다. 광고우리 책방은요 오늘은 화요일입니다. 흙기와 책방의 일주일에 한번 있는 정기 휴무일이지요. 휴일에는 주중에 쓸 커피콩을 볶거나 미리 추려 두었던 책 목록에서 서점에 들일 책을 찾습니다. 작은 살림에도 구석은 있기 마련이라서 손길 게으른 곳을 찾아 대청소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드물게 나들이를 하기도 하지만, 많은 자영업자가 그렇듯이, 보통의 휴일에는 밀린 서점 일을 하면서 시간을 쌓습니다. 휴무가 아닌 날 서점에 오신다면 “서점에 처음 오시면 책장 소개를 드리긴 하는데… 소개해 드릴까요?”라며 쭈뼛거리는 저를 만나시게 됩니다. 손님 허락이 떨어지면 아끼는 친구를 오디션에 보내는 마음으로 책장에 꽂힌 책들과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기대와 실망은 한 몸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뭐 대단한 건 아니라며 뒷말을 흐리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광고 서점의 책들은 “내가 이 책을 왜 샀더라?”를 기준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건에서 시작된 생각은 책을 고르는 이유가 되고, 책 안에는 항상 다른 책들의 언급이 있습니다. 생각을 집적하기 좋은 책의 매체적 특성 덕분에 책의 연결망은 균사처럼 끊기지 않고 이어지다가 때가 되면 버섯처럼 피어납니다. 예를 들면 윤석열의 12·3 불법 계엄 때 들였던 책은 ‘도대체 극단주의가 뭐야?’(비룡소)였습니다. 극단주의자와 살아야 한다는 걸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데, 극단주의가 뭔지 한번도 스스로 정의를 내리지 않았던 저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제이엠(J.M) 버거가 쓴 ‘극단주의’(필로소픽)를 읽으면서 극단주의를 정의해봅니다. ‘극단주의는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한다. 그리고 외집단의 말살을 내집단의 정체성으로 삼는다’.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나면, 급진주의와 극단주의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급진적인 실험들을 찾아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폿킨의 ‘아나키즘의 도덕적 기초’(비공)와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해적 계몽주의’(천년의상상)를 탐독합니다. 최근에는 ‘황금시대 대서양의 해적들’이라는 부제를 단 ‘만국의 악당’(갈무리)을 또 다른 연결점으로 잡았습니다.(아직 ‘만국의 악당’은 읽지 못했습니다.) 흙기와 책방의 내부 모습. 앞으로의 흙기와 책방을 떠올릴 때 함께 딸려 나올 만한 책은 세계적 재야생화 흐름을 연구한 김산하 박사의 ‘리와일딩 선언’(사이언스북스)일 것입니다. ‘리와일딩’은 ‘야생’의 핵심 속성을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로 설명합니다. 복잡계 내에서 패턴이 자발적으로 변화하고, 변화를 일으킨 야생 동식물들이나 자연환경이 다시금 패턴에 적응하는 식으로, 체계의 조직 방식이 그 체계 내부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자율적으로 감응한 결과를 자신의 배경으로 삼고, 그 배경을 토양 삼아 다시 싹을 틔우는, 발산과 수렴이 한 방향으로 갇혀 있지 않은 순환 과정. 진짜의 삶이 있다면 이런 삶일 거라고 짐작합니다.광고광고 흙기와 책방과 저는 책과 함께 세상과 동료를 느끼고 반응하고 연결되면서 계속 변하고 이어질 예정입니다. 거기엔 아이와 아내도 있고 지렁이와 새와 정원, 손님들과 친구들, 남해 사람들과 지금 이 기사를 보고 계시는 한겨레 독자분들도 있겠지요. 이곳이 변화무쌍한 야생이고 저는 그 안에서 야생동물로 편안하고 즐겁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상상을 합니다. 놀러 오세요. 우리의 야생에. (단, 화요일은 휴무입니다.) 글·사진 최창혁 흙기와 대표 경상남도 남해군 남해읍 화전로38번길 28-25광고
책과 함께 연결되고 변화하는 ‘야생’으로의 초대 [.txt]
우리 책방은요 오늘은 화요일입니다. 흙기와 책방의 일주일에 한번 있는 정기 휴무일이지요. 휴일에는 주중에 쓸 커피콩을 볶거나 미리 추려 두었던 책 목록에서 서점에 들일 책을 찾습니다. 작은 살림에도 구석은 있기 마련이라서 손길 게으른 곳을 찾아 대청소하는 날이기도 합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