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호주 이어 영국도 적극 규제 예고 호주, 지난해 말 16살 미만 SNS 금지 영국, 2027년 봄 목표로 제한 법안 추진 ‘과한 사용’ 신경회로망 형성에 악영향 하루 2시간 이상 사용 땐 우울 가능성 높아 의료계, ‘모방으로 신체 손상’ 사례 보고 “청소년 보호 장치 마련 등 정책 필요”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청소년 건강에 끼치는 나쁜 영향이 계속 확인되면서 전세계 의료계에서 “흡연과 같이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스트레일리아가 2025년 12월10일 세계 최초로 16살 미만의 계정 보유를 법으로 금지한 것을 시작으로 영국·미국·프랑 스 등 많은 나라에서 법으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 제정에 나선 상태다. 게티이미지뱅크 광고소셜미디어가 청소년 정신건강의 새로운 위협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때 개인의 자율이나 가정교육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이용 습관 문제가, 이제는 각국 정부가 직접 개입해야 할 공중보건 과제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이런 흐름을 밀어붙이는 동력은 두 갈래다. 하나는 빠르게 확산되는 규제 입법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입법의 근거가 돼주는 의료계와 과학계의 누적된 경고다. 선제적으로 규제에 나선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다. 호주는 2025년 12월10일 세계 최초로 16살 미만의 계정 보유를 법으로 금지하면서 전세계 논의에 불을 붙였다. 프랑스·덴마크·그리스 등 유럽 주요국도 비슷한 연령 제한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연방 차원이 아니라 주별로 부모 동의 의무화 법안을 시행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아시아·중동권도 유사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영국도 적극적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빅테크 플랫폼이 애초에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을 문제의 핵심으로 짚으며, 16살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해왔다. 호주식 연령 제한을 참고하면서도 한 걸음 더 나가 라이브 스트리밍과 일부 게임 사이트 이용 제한, 낯선 사람과의 연락 차단 기능 의무화, 성적 관계를 시뮬레이션하는 인공지능(AI) ‘로맨틱 컴패니언' 챗봇에 대한 18살 미만 이용 금지까지 함께 논의되고 있다. 관련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시행 시점은 2027년 봄이다.광고 이런 입법 드라이브에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 의료계의 경고다. 영국의학한림원(AoMRC)은 최근 보고서에서 소셜미디어의 해악을 과거 흡연이나 안전벨트 미착용에 대한 인식 변화에 비유했다. 지넷 딕슨 한림원 원장은 디지털 기기 과다 노출의 위해성에 대한 의료계 내부의 공감대가 그만큼 분명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설문에 참여한 의사 132명 중 절반 이상이 매주 한 차례 이상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기기 관련 청소년 피해 사례를 임상에서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고, 3명 중 1명은 일주일에 여러 차례 관련 환자를 진료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체중별 약물 복용량을 알려주는 틱톡 영상을 따라 하다 응급실로 이송된 청소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한 비치명적 목조름 챌린지를 모방하다 시력·청력을 손상한 아동의 사례까지 구체적으로 담겼다. 아동·청소년 정신의학 전문의 에밀리 세머 박사는 온라인의 혐오 표현과 조작적 콘텐츠에 반복 노출되면서, 본래는 성장 과정의 일시적 반응으로 지나갈 법한 불안, 우울, 주의력 저하가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광고광고 임상 보고가 누적되는 동안 인구 집단 단위의 장기 추적 연구도 같은 결론을 가리켰다. 호주 머독 어린이연구소(MCRI) 난디 비자야쿠마르 박사팀이 멜버른 지역 청소년 1239명을 10년간 추적해 호주 의학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2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청소년은 1시간 미만 이용 청소년보다 이후 우울 증상을 겪거나 삶의 만족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더 컸다. 이 경향은 12~13살 여학생 집단에서 가장 뚜렷했다. 공동 연구자 수전 소여 교수는 이 결과가 모든 청소년에게 소셜미디어가 동일하게 해롭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연령에 맞는 이용 제한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부모의 지도가 왜 필요한지를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소셜미디어의 어떤 점이 청소년들에게 해를 끼칠까? 미국의사협회(AMA)가 올해 초 공개한 회원 인터뷰에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제시 힝클리 박사는 자살 충동이나 신체 이미지 왜곡, 심한 불안으로 병원을 찾는 청소년 중 상당수가 소셜미디어 경험이나 온라인 괴롭힘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청소년의 약 95%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데, 하루 3시간 이상 사용 시 정신건강 문제 위험이 두 배 가까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핵심 매개는 ‘비교’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타인의 연출된 일상과 자신의 현실을 반복 비교하는 과정에서 우울감과 소외감(FOMO)이 커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힝클리 박사는 “청소년들은 온라인에 보이는 모습이 현실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게시물 상당수는 가장 좋은 순간만 편집해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광고 반대로 친구와 연락을 유지하거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용도로만 쓸 때는 긍정적 효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결국 위험은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이용 방식에서 갈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성별에 따른 양상도 다르다. 여자 청소년은 외모 비교와 사회적 평가에 따른 불안에 취약한 반면, 남자 청소년은 과몰입 이후 사회적 고립과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힝클리 박사는 “소셜미디어는 도파민 보상 체계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도록 설계된 측면이 있다”며, 자극에 민감한 일부 청소년은 현실과의 연결이 약해지면서 우울 증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성적 수면 부족도 빠질 수 없는 변수다. 수면이 부족하면 뇌의 회복 탄력성이 떨어지고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주는 만큼, 그는 취침 전 최소 30분~1시간은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하고 푸시 알림 같은 자극 요소를 줄이라고 권했다. 가톨릭대 의대 의료정보학교실 전지원 연구조교수는 청소년 뇌 영상(fMRI) 연구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과도한 소셜미디어 사용은 충동성 증가, 전두엽 조절 기능 저하, 보상회로의 과활성화와 관련된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물질중독이나 행동중독 연구에서 관찰되는 일부 특징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의사결정과 인지조절, 사회적 상호작용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이 한창 발달하는 시기에 문제적 이용이 겹칠 경우 정서적으로 취약한 청소년일수록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청소년들이 안전한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보호 장치와 실질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종화 교수는 한 걸음 더 들어가 후성유전체학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인간의 뇌는 오랜 진화 과정에서 수십 명 규모의 공동체 안에서 사회성을 형성하도록 발달해왔다”며 실시간으로 수많은 사람의 반응을 접하는 지금의 SNS 환경은 인간이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강도의 사회적 자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경 발달과 신체 성숙이 진행 중인 청소년기에 과도한 사회적 피드백 자극이 반복되면 디엔에이(DNA) 메틸화 패턴과 신경회로망 형성 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그 영향이 장기적인 성격·행동 패턴으로 고정될 위험까지 더 면밀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기의 뇌가 충분히 성숙할 때까지는 과도한 디지털 자극을 줄이고, 신체 활동과 대면 중심의 사회적 경험을 늘리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