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CEO·사장)가 ‘2026 시이오(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광고현대자동차가 ‘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 목표를 처음 내건 2024년 8월, 가장 큰 변수는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였다. 당시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확대해 캐즘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년 뒤 같은 목표를 다시 확인한 현대차 앞에는 더 뚜렷한 변수가 떠올랐다. 바로 중국차다.올해는 중국차 공세가 현대차의 중장기 전략을 설명하는 공식 문장 안으로 들어왔다. 현대차는 지난 26일 공개한 ‘2026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 관련 발표자료에서 “지정학적 위협과 중국차 공세 심화 등으로 시장 환경이 불안정하다”고 밝혔다. 2024년 발표에서도 중국 시장은 언급됐지만, 당시 문제의식은 중국 업체들의 해외 공세보다 중국 시장 안에서의 가격 경쟁 대응에 가까웠다. 올해는 현대차가 중국차를 특정 지역의 가격 경쟁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사업 전략을 흔드는 주요 변수로 다룬 셈이다.실제로 2년 새 중국차 공세는 심화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을 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 수출은 2024년보다 배로 늘어 250만대를 넘어섰다. 특히 유럽과 미국 밖 시장으로 확산세가 빨랐다. 중국 전기차의 해외 판매는 2024년보다 동남아에서 130%, 중동에서 60%, 중남미에서 55% 늘었다. 올해 1분기 중국 전기차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광고현대차의 최근 판매 흐름도 녹록지는 않다. 올해 2분기 글로벌 도매 판매는 99만188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줄었고, 7월 글로벌 판매도 31만8454대로 전년 동월보다 5.1% 감소했다.그런데도 현대차는 이날 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 목표를 유지했다. 지난해 제시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을 포함한 전동화 차량(xEV) 판매 비중 60% 목표도 다시 확인했다. 대신 네 가지 카드를 꺼냈다. △자체 개발 배터리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앞세운 전동화 선택지 확대 △신차 100종 이상 출시와 생산능력 127만대 확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주행 데이터 내재화 △매출원가율 절감과 영업이익률 9% 이상 목표로 대표되는 수익성 방어가 바로 그것이다.광고광고김창환 현대차그룹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부사장)이 ‘2026 시이오(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배터리 기술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터리 전략이다.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고성능 배터리 셀을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싼타페·제네시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에 적용하기로 했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는 전기 배터리로 모터를 구동하지만 배터리가 소진되면 내연기관 엔진을 가동해 주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주행거리를 늘리는 전기차다. 2023년 시이오 인베스터데이에서 배터리 개발 역량 확보와 배터리 전 영역 밸류체인 구축을 전동화 전략의 한 축으로 제시한 지 3년 만의 결실이다. 중국 업체들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저가 전기차 경쟁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현대차도 배터리를 단순 조달 부품이 아니라 완성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로 직접 쥐기로 한 것이다.현대차가 고성능 배터리 셀을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에 먼저 넣는 이유는 작은 배터리로 전기차 같은 주행감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는 일반 전기차보다 배터리 탑재량을 절반 이하로 줄여 원가와 무게 부담을 낮추는 대신, 높은 출력과 충전 성능으로 상품성을 유지해야 한다. 현대차는 자체 개발 고성능 배터리 셀이 기존 하이니켈 배터리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유지하면서 출력은 2배 이상 높이고, 충전 시간은 4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광고대량판매 전기차에는 자체 개발한 미드니켈 엔시엠(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한다. 현대차는 이 배터리가 엘에프피 배터리에 가까운 가격 경쟁력을 목표로 하면서도, 같은 부피의 엘에프피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이 30%가량 많다고 밝혔다. 저가 엘에프피 배터리 기반 중국 전기차와 가격으로만 맞붙기보다 원가와 주행거리, 성능의 균형점을 찾겠다는 전략이다.배터리 안전성도 함께 끌어 올린다. 현대차는 배터리 셀 하나에서 발생한 고온의 열이 주변 셀로 번지는 것을 막는 배터리 열전이 방지(TRP) 기술을 제네시스 대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지브이(GV)90에 처음 적용하고, 이후 모든 차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기반 배터리관리시스템(BMS)도 고도화해 2028년까지 배터리 수명을 평균 20% 향상하겠다고 밝혔다.전동화 전략은 시장별로 구체화했다. 북미에서는 하이브리드차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키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북미에서 하이브리드차 신차 10종 이상을 출시하고,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 싼타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충전 부담은 줄이면서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감을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선택지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에 대해 “기술 활용을 포트폴리오 내 여러 모델로 최대한 확대하고 싶다”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 개척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유럽에서는 전기차를 더욱 밀어붙인다. 현대차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을 지난해 11만6천대에서 2030년 42만대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무뇨스 사장은 “환경 규제를 맞추기 위해 전기차를 탈 수밖에 없는 유럽의 경우, 캐즘이 확실히 없다고 본다”며 “유럽 시장에서 신차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광고두 번째 카드는 신차와 생산능력이다. 현대차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 시장에 신차와 상품성 개선 모델, 파생 모델 등 100종 이상을 출시한다. 이 가운데 18종 이상은 기존에 판매 차종이 없던 신규 차급에 투입하는 완전 신차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대와 차급을 빠르게 넓혀가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비어 있던 시장과 지역의 빈칸을 메우겠다는 의미가 크다.생산능력도 2030년까지 127만대 늘린다. 지역별로는 북미 50만대, 인도 32만대, 국내 20만대, 반조립(CKD) 생산 25만대다. 북미에서는 현지 생산과 부품 조달을 확대해 관세와 물류 리스크를 줄이고, 인도는 신흥시장 수출 거점으로 키운다. 중국에서는 현지 전용 전기차와 기술 제휴, 딜러망 재정비를 통해 2030년까지 중국 안팎 판매를 50만대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와 자율주행 데이터 내재화는 중장기 카드다. 현대차는 2028년 첫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양산 모델에 자율주행 레벨2플러스 기술을 적용하고, 2029년 새만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해 주행 데이터의 수집·학습·배포 과정을 내재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뿐 아니라 전기차 개발 속도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도 치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차량 판매 이후에도 데이터를 쌓고 기능을 고도화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민우 현대차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자율주행 인공지능의 성능은 발생 빈도는 낮지만 대응이 어려운 돌발 상황 데이터를 얼마나 충분히 확보하고 학습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2033년경에는 누적 데이터 규모에서 경쟁사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민우 현대차그룹 AVP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가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과 자율주행 부문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수익성 방어도 555만대 목표를 지키기 위한 조건으로 제시됐다.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률 가이던스 6.3~7.3%를 유지하면서,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높였다. 매출원가율은 당초 계획보다 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차량 전 주기 원가 혁신으로 1.5%포인트, 재료비 절감으로 1%포인트, 현지화를 통한 원가 절감으로 0.5%포인트를 각각 줄인다는 계획이다. 중국차와의 가격 경쟁이 심해질수록 배터리와 부품, 생산비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수익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다만 이 카드들이 곧바로 중국차 공세를 막아낼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체 개발 배터리는 양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는 데이터 축적과 서비스 수익화, 신흥시장 전략은 현지 생산·판매망 재정비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차가 555만대 목표를 유지한 만큼, 앞으로는 목표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할 실행 속도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현대차는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무뇨스 사장은 26일 질의응답에서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의 한 요소”라며 “중국에서 계획을 잘 실행하고 기술과 파트너십을 확보할 수 있다면 동남아, 중남미, 중동 등 중국 업체들이 커지고 있는 지역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경쟁자가 시장에 있다는 점을 우리가 더 강해지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유하영 기자 yhy@hani.co.kr
중국차 공세에 555만대 ‘방어전’…현대차가 꺼낸 배터리·신차 카드
현대자동차가 ‘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 목표를 처음 내건 2024년 8월, 가장 큰 변수는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였다. 당시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확대해 캐즘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년 뒤 같은 목표를 다시 확인한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