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달 18일 경기 여주시 창동 소양천에서 잡힌 국제멸종위기종 1급 샴악어. 여주시 제공 광고 정혁준 | 전국팀장 가족과 함께 플로리다 여행을 다녀온 어린아이가 귀엽다며 새끼 악어를 사서 집으로 데려온다. 동물을 싫어하는 아버지는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악어를 화장실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버린다. 하수구로 흘러들어간 악어는 제약회사가 무단으로 버린 실험용 동물 사체를 먹으며 살아남는다. 악어가 먹은 건, 제약회사가 동물실험을 위해 성장 촉진 호르몬을 투입한 사체였다. 그 뒤 악어는 괴물처럼 거대하게 성장해 도시를 공포에 빠뜨린다. 동물 패닉(혼란) 영화로 평가받는 ‘엘리게이터’(1980) 스토리다. 이런 유의 영화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야생동물이나 거대한 돌연변이 생물이 인간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공포와 혼란을 다룬다.광고 ‘엘리게이터’는 ‘하수구의 악어’라는 도시 괴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이 이 도시 괴담의 도화선이 됐다. 1935년 2월9일 10대들이 뉴욕 맨해튼 이스트할렘 근처 하수구 맨홀 아래에서 2.4m 크기의 악어를 발견했다. 이 사건이 뉴욕타임스에 대서특필되면서 ‘누군가 애완용으로 키우던 악어를 하수구에 버렸고, 그 악어가 하수구에서 거대해져 살고 있다’는 도시 괴담이 퍼지게 됐다. 당시 경찰은 이 악어가 플로리다에서 뉴욕으로 오던 증기선에서 실수로 강으로 떨어졌고, 차가운 강물을 피해 하수구로 들어왔다가 갇힌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하수구에서 번식하는 괴물이 나온다는 도시 괴담으로 변형됐다.광고광고 도시 괴담에나 나오는 줄 알았던 악어가 최근 현실 도심에서 출몰했다. 지난달 18일 여주시 창동 소양천변에서는 80㎝가량의 악어가 발견됐다. 이 악어는 국제멸종위기종(CITES) 1급인 샴악어로 확인돼 같은 달 23일 국립생태원으로 옮겨졌다. 악어 주인은 파충류 거래 인터넷 카페에서 120만원에 사 택배로 받았다고 했다. 다만 “일광욕을 시키려고 마당에 내놨다가 사라졌다”며 고의로 버린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악어뿐만이 아니다. 지난 13일 오전엔 “(수원시) 영통구 광교홍재도서관 인근에서 도마뱀을 목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대원과 시 관계자들이 현장에 출동해 수색을 벌였으나 발견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소방당국은 특수 내시경 장비까지 동원해 하수관로와 바위 틈새, 수풀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바위틈과 무성한 수풀이 많아 포획에 어려움을 겪었다. 도마뱀이 주로 목격된 곳은 아파트 단지와 도서관 인근 하천, 하수시설 주변이었다. 도마뱀은 국제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나일왕도마뱀으로 추정됐다. 이 도마뱀은 몸길이가 1.5~2m에 이르며, 이빨로 물어뜯는 힘이 강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근처에 사는 한 시민이 “키우던 나일왕도마뱀을 한달 전쯤 잃어버렸다”고 말해 종 이름이 특정됐다.광고 샴악어와 나일왕도마뱀 같은 국제멸종위기종을 밀수·유통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6일 멸종위기종을 불법 거래한 일당을 관세법 및 야생생물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타이 현지 판매책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실시간 연락을 주고받으며 야생생물을 구매했다. 그런 다음 세관에 적발되지 않도록 어린 개체가 소리를 내지 못하게 테이프로 입을 막은 뒤 철제 과자통이나 플라스틱 상자에 넣어 수하물로 보내거나 일부는 속옷에 넣어 반입했다. 이 과정에서 야생생물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하기도 했다. 밀수 거래는 막대한 차익으로 이어졌다. 거래 가격은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거래를 막기 위해선 공항과 항만의 검역을 강화하고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불법 거래와 밀수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제는 결국 사람이다. 처음엔 작고 예쁘다고 단순 호기심에 충동구매했다가 싫증을 내거나 가족의 반대, 사육 비용 같은 이유로 버리는 사람이 있어서다. 영화 ‘엘리게이터’같이 말이다.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