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종업원에게 음식을 주문할 필요 없이 자리에 설치된 테이블 오더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 로버트 파우저 | 언어학자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해서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다녀간 지 일년도 채 안 지났지만 그사이 한국 사회는 꽤 많이 변했다. 내가 주목하는 건 아무래도 언어의 변화다. 날마다 새로운 변화를 발견한다. 거리를 지날 때 귀에 들려오는 이야기, 눈에 보이는 풍경, 오랜 친구와의 수다에서도 종종 변화를 느낀다.광고 가장 손에 꼽는 화두는 역시 인공지능(AI)이다.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인공지능 성능이 크게 발전하고, 이미 일상에 깊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인지 이에 관한 대화의 양이 압도적으로 늘었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 낙관과 비관, 활용 경험 등 대화 주제는 다양하다. 인공지능의 정확성보다는 개인의 사용담을 비교하는 대화가 훨씬 많다. 상대방에게 활용법에 대한 조언을 들을 때마다 “그거 재미있겠다”라는 답이 자주 들린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화 방식도 흥미롭다. 인간은 인공지능에 반말을 쓴다.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합쇼체’를 쓴다. 예를 들어 뭔가 틀렸을 때 인간은 “너 틀렸어”라고 말하고, 인공지능은 “죄송합니다”라고 답한다. 이는 한국어의 뚜렷한 화법뿐만 아니라 관계의 서열에서 사용자인 인간이 기계인 인공지능보다 우위에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광고광고 영미권과는 대조적이다. 2025년 한 조사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 인공지능 사용자의 70%가량이 ‘감사합니다’ 또는 ‘부탁드립니다’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습관적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더 정확한 답을 기대하거나 심지어 인공지능이 말을 안 들을까 봐 신경을 쓰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말 자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큰 변화 중 하나다. 때로 말하는 걸 금지하기도 한다. 5월 마지막 주 토요일,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케이티엑스 안에서 성인 세명이 대화를 나눴다. 목소리가 그렇게 큰 편도 아니었다. 그런데 얼마 뒤 승무원이 오더니 조용히 해달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의 목소리가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는데, 여행길에 이 정도의 대화도 나눌 수 없는 걸까, 아쉬웠다.광고 키오스크와 큐알 코드 확산으로 식당에서는 대화가 많이 사라졌다. 키오스크를 쓸 때는 화면에 집중해야 하니 마주 앉은 이들끼리의 대화가 줄어들고, 큐알 코드는 각자 휴대폰을 봐야 하니 역시 대화가 사라진다. 벽에 메뉴판이 붙어 있는 식당에서 손님끼리, 손님과 종업원 사이에 훨씬 더 많은 말이 오가는 건 확실하다. 식당에서 외국인과의 대화가 늘어나는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외국인 종업원들끼리 대화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 역시 ‘외국인의 한국어’에 점점 더 익숙해진다. 식당에서 일하는 외국인 종업원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억양만 다를 뿐 한국어가 유창한 재중동포가 많았다면 이제는 일하는 외국인들이 다양해지면서 그들의 한국어 실력도 천차만별이다. 한국어가 서툰 종업원을 만나면 대화의 속도를 늦춰 가며 의사 전달에 집중하게 된다. 발음과 표현이 조금 달라도 별문제가 아니다. 주위의 한국인들 역시 외국인 종업원들의 한국어에 이미 꽤 익숙해진 것처럼 보인다. 키오스크가 늘어나고, 외국인 종업원이 늘어나면서 식당에서는 질문을 주고받는 서로의 태도 역시 달라지고 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건 손님의 역할이다. 종업원은 손님의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질문을 하면 답을 내놓긴 하지만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손님은 뭔가 무리한 일을 시키는 것처럼 여겨져 질문을 포기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고 나면 인공지능에 궁금한 걸 묻는다. 2026년 한국의 언어 사용 현황은 확실히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포함해 전자 기기 활용 범위와 빈도가 커지고 잦아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말이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이런 추세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라면, 앞으로 한국어를 배울 때 사람뿐만 아니라 전자 기기와 ‘대화’하는 것도 배워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광고
AI·키오스크와의 대화법 [로버트 파우저, 사회의 언어]
로버트 파우저 | 언어학자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해서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다녀간 지 일년도 채 안 지났지만 그사이 한국 사회는 꽤 많이 변했다. 내가 주목하는 건 아무래도 언어의 변화다. 날마다 새로운 변화를 발견한다. 거리를 지날 때 귀에 들려오는 이야기, 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