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유튜버 김선태씨가 충주시 공무원으로 유튜브 채널 ‘충TV’를 운영하던 당시, ‘중앙경찰학교 학생 카풀 금지 공문’ 관련 논란이 빚어지자 사과하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시민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충TV 화면 갈무리광고로버트 파우저 | 언어학자 최근 몇년 사이 에스엔에스(SNS)에 올라오는 콘텐츠 등에 배경음악이 깔리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자막과 이미지 활용도 익숙하다. 누군가 진지하게 무언가에 대해 말만 하는 영상은 거의 보기 어렵다.언어학은 이런 세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세기에 독립적인 학문 분야로 발달한 언어학은 초기에는 외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중시했던 발음, 문법, 어휘 등에 대해 주로 다뤘다. 1960년대까지 이런 기조를 유지하다가 점차 사회적 변화가 많은 시대에 맞춰 언어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계층, 젠더, 세대 등의 변수에 따른 언어 사용의 차이를 분석하기에 이르렀다.광고동시에 사회 안에서 개인의 언어 사용에 대한 관심도 생겼는데 이를 ‘화용론’이라고 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는 ‘말’ 중심 분석으로, 말에서 확대하면 소통을 위한 여러 요소를 사용하는 ‘멀티모달리티’가 초점이다. 멀티모달을 통한 소통은 크게 다섯가지 요소가 있다. ‘문자와 언어’, ‘시각 이미지’, ‘소리와 음향’, ‘몸짓과 제스처’, 그리고 ‘공간 배치’이다. 일반 대화에서는 ‘문자와 언어’가 가장 중요하고, ‘몸짓과 제스처’, ‘소리와 음향’은 물론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보조 역할을 한다.그런데 에스엔에스 영상에서는 ‘시각 이미지’와 ‘공간 배치’까지 적극 활용한다. 멀티모달을 통한 소통의 다섯가지 요소를 모두 다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광고광고여기에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다. 1980년대 디지털 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 시대를 거쳐 스마트폰과 에스엔에스 시대로 넘어갔고,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콘텐츠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전문가만 만들 수 있던 영상을 이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심지어 2030세대는 완성도 높은 영상보다 만든 사람의 개성이 충만한 쪽을 훨씬 더 좋아한다. 개성은 없는데 만듦새만 좋은 것을 두고 젊은 세대는 재미없고 올드하다고 평가한다.‘개성’과 ‘재미’라는 키워드에 주목해보자.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차별성이다. 시작하자마자 올드하거나 재미가 없으면 그걸로 끝이다. 첫눈에 사로잡을 개성이 중요하다.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관심을 계속 이어갈 매력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콘텐츠가 워낙 많기 때문에 재미없는 걸 참을 필요가 없다. 끝까지 보게 하려면 계속해서 흥미를 유발, 유지해야 한다.광고범람하는 수많은 콘텐츠를 경쟁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보면 멀티모달 소통의 다섯가지 요소를 모두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나라도 빠지면 콘텐츠는 어딘가 비어 보이고, 바로 시들해지고 만다. 마주 앉아서 대화만 하는 건 재미가 없고, 대화가 많아도, 걸으면서 이야기를 한다거나 장소를 계속 바꿔가며 흐름을 이어가는 장치를 활용해야 한다. 심지어 대화는 아예 사라지고, 몇명이 돌아가며 짧은 ‘발언’을 던지는 방식의, 일종의 ‘말 몽타주’ 형식으로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이런 현상은 정치 현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민주 국가의 선거 운동 양상은 나라마다 제각각이지만,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이 된다. 예전에는 훌륭한 연설을 통해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경우가 많았지만, 말 중심 정치는 점점 사라지고, 멀티모달 소통 방식으로 변화했다. 연설 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시간이 길어지고, 연설 배경은 화려하며, 부드럽거나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후보의 등장부터 퇴장까지 일종의 쇼처럼 기획되고 진행된다. 색깔, 영상, 음악 이 모든 것들이 유권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정교하게 기획된다.시대의 변화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정치의 핵심은 정부 운영이다. 재미있는 멀티모달 소통만으로는 정부 운영에 대한 철학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국가의 주권자인 시민이 공복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에게 정치 비전과 철학을 말로 더 자세히 설명하기를 요구하면 어떨까. 정치 발전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이 시대에 이런 바람이 꿈 같은 소망이라는 걸 알면서도 해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