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중국의 취업박람회에 몰린 청년 구직자들. AFP 연합뉴스 광고 이정연 | 베이징 특파원광고 한국에서는 한국방송(KBS) 다큐멘터리 ‘인재전쟁’이 화제다. 지난해 방송 뒤 큰 화제를 모으면서 최근 2편까지 제작해 방영됐다. 첨단 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중국이 기술·공학 엘리트를 길러내는 방식에 집중 조명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중국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가를 짚어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산업 현장과 최고 수준 공학 인재들의 질주는 분명 오늘날 중국의 한 단면이다. 중국의 엘리트 인재 양성이 주목을 받는 사이, 중국 내부에서는 오래된 유행어 ‘탕핑’(躺平·드러눕기)이 다시 화제에 올랐다. 중국 국가안전국이 지난달 말 일을 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일하면서 사는 방식인 탕핑의 확산이 국외 반중세력의 ‘탕핑 세뇌’에 따른 것이라며 청년들에게 주의를 요구하면서다. 한편 한국에서는 취업하지 않은 채 구직활동도 멈춘 ‘쉬었음 청년’ 증가가 사회 문제로 논의되고 있다.광고광고 중국과 한국은 오랫동안 비슷한 성공 공식을 공유해왔다. 공부하고, 경쟁을 통과하고, 괜찮은 직장을 얻으면 안정된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중국에서는 개혁개방 이후의 고속성장이, 한국에서는 산업화와 교육 확대가 이런 공식을 떠받쳐왔다. 그러나 이 공식은 두 나라에서 모두 흔들리고 있다. 중국에서 탕핑은 흔히 ‘드러눕기’로 번역된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게으름이나 의욕 부족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오늘날 중국 청년이 찾는 것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여러 조건이 비교적 균형을 이룬 ‘정상적인 일’이라고 중국 잡지 삼련생활주간은 짚었다. 청년들은 최소한의 안전감과 공정성이 보장되는 일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의 탕핑 단속을 비판하는 이들도 이는 불공정하거나 불확실한 청년 노동시장 구조가 만든 문제라고 주장한다. 좋은 직장의 기준을 낮추어 봐도, 실제 노동시장에선 그조차 얻기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란 얘기다.광고 경기 둔화, 높은 경쟁, 생활비 부담, 미래 불확실성…. 이런 배경은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다. 한국의 쉬었음 청년 역시 단순히 일을 거부한다기보다 취업시장의 높은 문턱과 장기 경쟁, 그에 따른 소진감을 경험한 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청년들이 “드러눕지도 못하고, 더는 경쟁도 못 한다”(躺不平,也卷不动)고 말하듯, 한국의 쉬었음 청년들도 경쟁에서 완전히 이탈했다기보다 경쟁을 지속할 동력을 잃은 상태에 가깝다는 것이다. 두 현상을 연결하는 공통 질문은 분명하다. 경쟁의 강도는 점점 세지는데 ‘정상적인 일’은 점점 희소해질 때, ‘노력에 따른 보상’이라는 연결이 예전만큼 분명하지 않을 때 청년들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하는 점이다. 어쩌면 오늘날 한·중 청년의 공통점은 여기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 경쟁력과 인재 육성의 거대한 담론이 커질수록, 그 경쟁의 최상위에 서지 못하는 다수 청년은 오히려 더 기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고 있다. 반드시 ‘꿈의 직장’이 아니어도 좋다. 오래 버틸 수 있고, 존중받을 수 있으며, 삶을 함께 꾸려갈 수 있는 ‘정상적인 일’은 가능한가. 지금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은 다른 언어로, 비슷한 질문을 자신이 속한 사회에 던지고 있는지 모른다. 소수의 엘리트 인재 육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반드시 답해야 할 문제다.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