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베이징 톈탄(천단)을 방문해 나란히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광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2일 전세계를 상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이를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했다. 이틀 뒤 중국이 이에 반발해 희토류 수출통제에 나서면서 미-중 간 긴장은 급격히 고조됐다. 양국은 보복 관세를 주고받으며 갈등을 증폭시켰고, 미국의 대중 관세율은 한때 145%,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125%까지 치솟았다. 몇주가 지나자 상황은 트럼프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포드자동차를 비롯한 미국 주요 기업들이 희토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감산에 들어가는 등 공급망 차질이 현실화되자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압박이 이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관세를 대폭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중순, 미-중 정상회담을 약 보름 앞두고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에 대한 수출통제 확대 조처를 전격 발표했다. 제품에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포함될 경우 제3국 간 거래라도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유럽에 스마트폰을 수출하더라도 동일한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연상시키는 이 조처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결국 양국 정상은 관세 전쟁을 1년간 휴전하는 데 합의했지만, 희토류 수출통제는 단발성 보복이 아니라 이후 각국의 정책과 투자를 재편하게 만든 ‘전환점’이 됐다.광고 ■ ‘21세기의 석유’가 된 핵심광물 이번 갈등은 핵심광물이 지닌 지정학적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세기에 석유 자원의 통제가 강대국 외교와 군사전략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핵심광물에서 그런 격돌이 벌어지고 있다. 석유가 운송·발전·화학 산업의 기반이자 전쟁 수행의 필수 자원이었던 것처럼, 핵심광물은 전자·자동차·배터리 같은 전통 산업뿐 아니라 반도체·인공지능·재생에너지, F-35 전투기와 장거리 미사일 같은 첨단 무기 체계에까지 필수적인 요소다. 특히 희토류 기반 영구자석은 레이더, 정밀 유도무기,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등 첨단 장비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물론 핵심광물이 석유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에도 석유 소비가 완만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기술 고도화와 탈탄소 흐름을 고려하면 핵심광물의 전략적 가치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10년 대비 2040년까지 에너지 전환 관련 광물 수요가 최대 30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기차 보급과 재생에너지, 송배전망 확충이 가속화될수록 ‘새로운 석유’는 탄소가 아니라 핵심광물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광고광고 핵심광물의 지정학은 석유와 구조적으로 다르다. 석유가 중동·러시아·미국·남미 등 비교적 다양한 지역에 분포한 반면, 핵심광물은 중국과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다. 특히 채굴보다 더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정제·가공 단계에서 높은 산업 역량이 요구되는데, 이 분야에서 중국의 우위는 압도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글로벌 핵심광물 전망 2025’ 보고서에서 “에너지 안보의 핵심 과제는 공급망 다변화지만, 최근 핵심광물의 정제·가공 단계에서는 오히려 집중도가 심화됐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핵심광물 정제 상위 3개국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82%에서 2024년 86%로 상승했다. 중국은 20개 에너지 관련 핵심광물 가운데 19개에서 최대 생산국이며, 이들 광물의 전세계 정제 능력의 평균 70%를 차지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세계 원유 생산 비중이 현재 약 35%, 오일 쇼크 당시에도 50% 수준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유례없는 집중이다. 20세기 오펙이 ‘석유공급 축소’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21세기 중국은 ‘핵심광물 병목’을 무기화해 새로운 자원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고, 이런 구조적 우위가 미국의 대응 여지를 좁혔다. ■ 와신상담하는 미국 미국은 핵심광물 자립을 위해 과감한 산업정책과 국제협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상무부·에너지부·국제개발금융공사(DFC)·수출입은행(EXIM) 등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자금을 투입하고, 국무부는 광산 보유국과 정제·가공 능력을 갖춘 국가들과 일련의 핵심광물 협정을 체결해왔다. 특히 희토류 분야에서는 ‘광산에서 자석까지’ 통합 공급망 구축이 핵심 목표다.광고 국방부는 미국 내 희토류 생산 기업에 지분 투자와 장기 구매계약을 제공하며, 구매 물량에 대해 가격 하한까지 설정해 수익성을 보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 ‘엠피(MP)머티리얼스’다. 국방부는 이 회사에 4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또 ㎏당 최소 110달러의 가격으로 10년간 구매를 보장해,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 속에서도 미국 내 생산이 버틸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연간 약 1만t 규모의 자석 제조공장 ‘10엑스(X) 퍼실리티’ 건설 계약을 맺고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딜은 특정 기업을 선정해 광산에서 정제, 자석까지 수직계열화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미국이 그동안 비판해온 ‘국가 주도 산업정책’의 전형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도 엠피머티리얼스에 대한 지원이 있었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기술 격차로 미국 내 정제와 자석 생산은 크게 진전되지 못했다. 트럼프 2기에서의 지원은 기존 정책을 한층 더 공세적으로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미국 정부의 투자기관인 국제개발금융공사도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애초 세계 최빈국의 빈곤 완화와 인프라 개발을 지원하던 기관이었지만, 최근에는 핵심광물·에너지·첨단기술 등 전략 분야에 대한 지분 투자와 대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사회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참여한다. 이 기관의 총 대출한도는 600억달러에서 2050억달러로 확대돼 세계은행 대출 규모에 근접했다. 정작 미국의 인프라 건설엔 한국·일본에서 수천억달러 투자금을 ‘강탈’해 충당해놓고선, 미국은 외국 투자를 확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브라질 희토류 광산, 우즈베키스탄 핵심광물 프로젝트, 카자흐스탄 텅스텐, 오스트레일리아 흑연·희토류, 콩고민주공화국 구리·코발트 광산 등이 주요 투자 사례다. 또 앙골라·콩고 철도에 자금을 대며 아프리카 내륙 자원을 항만과 잇는 수출 루트를 정비하고 있다. 이는 개도국의 철도·항만·에너지 인프라 개발을 지원해 중국과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 과거 미국과 유럽이 장악했던 아프리카 자원 프로젝트 상당수가 지난 20년간 중국 국유기업 손으로 넘어간 현실을 되돌리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 트럼프 “2년 내 희토류 자립” 가능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2년 안에 희토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지난해 미국은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에서 8900t의 희토류를 생산하며 수십년 만의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지만, 이는 전체 소비의 약 3분의 1에 그친다. 나머지 1만8100t은 중국(71%), 말레이시아(13%), 일본(5%) 등에서 수입했다. 특히 방산용 고성능 자석에 필수적인 중희토류는 채굴의 약 90%와 추출·정제 기술 대부분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브라질 등에서 중희토류 광산에 대한 지분 투자를 늘리며 원료 확보에는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추출·정제 기술은 이제 겨우 초기 단계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여러 추출·정제 신기술이 파일럿 단계에서는 성과를 보였지만, 산업 규모에서 안정적이고 비용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영구자석 생산 능력의 경우, 2030년에 중국이 연간 30만t으로 여전히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반면, 미국은 중국의 7% 수준인 연간 2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은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2030년대엔 세계 2위 자석 제조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트럼프의 희망과 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선 방산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충분히 줄이는 데만도 2020년대 말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산업 생태계 전반의 자립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광고 핵심광물은 산출국에 부와 영향력을 안겨주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자원 저주’ 위험도 동반한다. 희토류·니켈·코발트 등 핵심광물 수요 급증은 산출국의 거버넌스와 환경, 부채 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 자원 수요와 자금이 한꺼번에 몰리지만, 제도가 취약한 국가에서는 부패와 환경 파괴, 사회 갈등을 키우기 쉽기 때문이다. 앞으로 핵심광물 매장국들을 대상으로 자국 세력권으로 편입하려는 미-중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두 초강대국 간 핵심광물 격돌은 관세 보복전을 넘어, ‘누구를 믿고 어떤 공급망에 올라탈 것인가’라는 선택을 전세계에 강요하는 새로운 자원 지정학의 출발점이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미-중 핵심광물 선점 경쟁, 새로운 ‘자원 지정학’ 막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2일 전세계를 상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이를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했다. 이틀 뒤 중국이 이에 반발해 희토류 수출통제에 나서면서 미-중 간 긴장은 급격히 고조됐다. 양국은 보복 관세를 주고받으며 갈등을 증폭시켰고, 미국의 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