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국내 하천에서 발견돼 국립생태원으로 이송된 국제적 멸종위기동물 샴악어. 국립생태원 제공광고이창석 | 국립생태원 원장최근 국내 하천과 도심에서 우리나라에는 원래 서식하지 않는 국제적 멸종위기동물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올 초 서울 강남구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볼파이톤(비단뱀)이, 지난달 22일 경기 여주시 소양천에서 샴악어가 발견돼 국립생태원으로 이송됐다.희귀한 동물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생태학자의 눈으로 보면 이러한 발견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생태계에 새로운 생물이 들어왔다는 사실보다, 생태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경고이기 때문이다.광고외래종은 본래 살던 지역을 벗어나 새로운 지역에 정착한 생물을 말한다. 이 가운데 토착 생태계에 피해를 주며 빠르게 확산하는 종을 침입외래종이라 한다. 흔히 외래종이라고 하면 외국에서 들어온 생물만 떠올리지만, 생태학에서는 반드시 국경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한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분포하던 생물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져 기존 생태계의 균형을 흔든다면 그 역시 외래종과 같은 생태적 의미를 갖는다. 자연의 경계는 인간이 그어 놓은 행정구역과 다르기 때문이다.국내 도심에서 발견돼 국립생태원으로 이송된 국제적 멸종위기동물 볼파이톤. 국립생태원 제공외래종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새로운 생태계가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수많은 생물이 오랜 시간 경쟁하고 공존하며 만들어 낸 균형의 결과이다. 포식자와 피식자, 기생자와 숙주, 경쟁종 사이에는 긴 공진화의 역사가 축적되어 있다. 그러나 외래종은 이러한 관계 밖에서 갑자기 등장한다. 토착 생물은 새로운 경쟁자나 포식자에 대응할 진화적 경험이 부족하고, 외래종은 천적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급속히 번식한다. 결국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먹이망이 흔들리며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까지 변화하게 된다.광고광고국제 사회가 외래종 문제를 기후변화와 함께 가장 중요한 환경 문제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물다양성 감소의 원인 가운데 서식지 파괴 다음으로 큰 요인이 외래종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번 정착한 외래종은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관리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외래종 관리의 핵심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예방이다.외래종의 피해는 자연 생태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농업과 임업, 수산업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주고, 인간의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사람과 야생동물 사이의 생태적 경계가 무너질 때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정확한 최초 전파 경로는 여전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증가할수록 새로운 감염병이 출현할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역사적으로도 유럽인이 신대륙에 전파한 천연두와 홍역은 수천만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외래 병원체는 인류 문명의 흐름까지 바꾸어 놓았다.광고우리나라에서도 외래종의 피해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중한 산림 자원을 위협하고 있으며, 큰입배스와 블루길은 토착 어류의 서식 기반을 크게 약화시켰다. 붉은귀거북과 뉴트리아 역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어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잇따라 발견되는 국제적 멸종위기동물 역시 불법 거래와 무단 방생이 결코 개인의 취미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원산지에서는 보호해야 할 귀한 생물이라도 새로운 환경에서는 토착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침입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종 보호와 외래종 관리는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식지와 생태적 맥락을 함께 고려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이다.외래종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공항과 항만의 검역을 강화하고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불법 거래와 밀수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은 외래종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체계화하고, 조기 발견과 신속한 제거가 가능한 감시 체계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분포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국제 사회와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그러나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외래종 문제의 출발점에는 인간의 행동이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자연에 방생하거나, 희귀동물을 몰래 들여오는 행위는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생태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외래종 관리의 성공 여부는 시민의 생태 의식에 달려 있다. 학교 교육과 시민 교육을 통해 외래종의 위험성과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생물을 책임 있게 이용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생태계는 인간에게 깨끗한 물과 공기, 식량, 기후 조절, 재해 완화 등 수많은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삶의 기반이다. 외래종은 이러한 기반을 서서히 약화시키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잇따라 나타나는 외래 희귀동물은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우리 생태계가 보내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이제 외래종 관리는 자연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철저한 밀수 단속과 과학적인 관리, 그리고 국민 모두의 생태적 책임 의식이 함께할 때 우리는 건강한 생태계와 풍요로운 생물다양성을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