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영화 ‘힌드의 목소리’ 스틸컷. 찬란 제공광고김탁환 | 소설가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을 등장인물로 다룰 때 갖는 어려움이자 한계다. 살아 있다면 찾아가서 물어보면 되지만,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혜초가 천축국 여행을 마치고 왜 끝내 통일신라로 돌아가지 않았는지,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영원히 알 길이 없다.이 고민과 답답함을 풀기 위해 망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비방(祕方)들이 마련되기도 한다. 제물을 바치고 노래와 춤을 선보이며 간절히 기도한 다음, 듣고 싶은 망자의 목소리를 기다린다. 타인의 몸에 빙의되어 들려오는 목소리는 과연 망자의 것인가.광고죽음과 함께 영영 사라지던 목소리들이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되살아난다. 녹음이나 녹화를 통해 누군가의 목소리를 오랫동안 간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물론 죽기 직전까지의 목소리다. 이승에서의 최후가 갑작스럽고 해결할 문제가 많을 때, 망자의 목소리는 그 답을 찾아가는 징검돌 역할을 하기도 한다.영화 ‘힌드의 목소리’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강조한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긴급 통화는 그날 녹음된 것이다.’ 그러니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는 배우가 나중에 재현한 것이 아니다. 2024년 1월29일 가자지구에서, 친척들이 모두 죽은 택시에 갇혀 구조를 기다린 여섯살 팔레스타인 소녀 힌드 라잡의 실제 목소리다.광고광고힌드는 구조되지 못했다. 어떤 무기도 지니지 않았고, 두려움에 떨며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랐던 소녀는 사살되었다. 힌드를 구조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기 때문에, 이스라엘군 역시 그 차에 소녀 혼자만 살아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소녀를 죽인 이유를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문장에서 찾는다면 억측일까. 그러나 영화는 힌드의 실제 목소리를 내내 들려줌으로써, 관객들이 상상하고 몸서리치고 행동하게 한다.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들 하지만 살아 있음에도 말할 기회가 없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노회찬 재단의 구술생애사 수업과 결과물로 묶인 책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일찍이 노회찬 의원은 새벽에 6411번 첫 버스를 타는 이들을 소개하며 그 삶의 가치를 강조했다. ‘우리들의 드라마’에 이어 최근 출간한 ‘우리의 노래가’ 역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실히 일하면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이들을 거듭 만나고 정성껏 듣고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성소수자, 한국에 사는 아시아인만큼이나 내겐 30년 동안 하숙집을 꾸려온 정경애의 목소리가 반갑고 뭉클했다.광고정경애의 자녀들은 어머니의 이야기가 ‘평생 밥 짓고 살림하느라 쎄가 빠진’ 이들에게 위로와 긍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노량진 학원가로 모여든 남학생 열명의 밥과 빨래와 청소를 하며 보낸 세월의 고단함과 긍지에 대해,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가을부터 봄까지 다섯번이나 만나 정경애의 생애를 듣고 기록한 박열음은 앞으로도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관심을 쏟겠다고 한다.주변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우리가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존재가 또 있을까. 8월부턴 새벽 6시에 집을 나선다. 불볕더위 전에 한시간을 걸어 집필실에 닿기 위함이다. 그늘을 찾아 나무 아래로 들어서면 새들이 머리 위에서 지저귄다. 해바라기씨라도 한 움큼 던져주면 박새, 곤줄박이, 동고비 같은 작은 새들이 순식간에 모여든다.‘새들이 신나게 노래하는 여름 아침’이라고 적을 만한 풍경이다. 그런데 일본의 동물언어학자 스즈키 도시타카는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라는 책에서, 박새의 목소리를 감정만 실은 ‘노래’가 아니라 생각까지 담은 ‘언어’라고 주장한다. ‘삐-쯔삐’는 까마귀가 등장할 때 내는 소리이고 ‘츠르르르르’는 뱀을 봤을 때 내는 소리다. 부모 박새의 목소리를 들은 새끼 박새들은 전자의 경우 까마귀의 부리가 닿지 않도록 둥지 깊숙이 몸을 움츠리고, 후자의 경우 둥지 밖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다른 새들도 박새처럼 언어를 지녔다면, 새벽마다 나는 얼마나 다양한 생각들을 듣고도 그냥 흘려보냈던 걸까.온열질환을 경고하며 야외 작업을 자제하라는 문자와 방송이 나오는데도, 농부들은 아침부터 논두렁에 나와 섰다. 가뭄이 아니라면 보기 힘든 광경이다. 농수로로 물이 들어오면 논에 넣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다. 짧은 인사 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진 마음이 긴 한숨에 담겼다. 침묵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할 때다.
들리는 목소리, 몰랐던 마음 [김탁환 칼럼]
김탁환 | 소설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을 등장인물로 다룰 때 갖는 어려움이자 한계다. 살아 있다면 찾아가서 물어보면 되지만,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혜초가 천축국 여행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