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급진적 수명 연장주의자인 브라이언 존슨 블루프린트 최고경영자(CEO)의 사상과 일상을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국내에는 ‘브라이언 존슨, 영원히 살고 싶은 남자’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넷플릭스 제공 광고우리는 필멸자다. 적어도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30만년 전부터, 직립 보행하는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는 대전제 위에서 삶을 꾸려 왔다. 허황된 불사의 약을 찾아 헤맨 진시황의 시대부터 죽음을 극복하려던 문제적 개인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화와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경로라는 게 인류의 상식이고 믿음이었다. 적어도 계몽의 밝은 빛 아래에서는 말이다. 다시 ‘죽음의 죽음’을 꿈꾸며 생명의 연금술을 부활시킨 이들은 놀랍게도 마술사나 도인이 아니라 엔지니어들이다.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피터 틸, 레이 커즈와일 같은 미래 인류의 맨 앞에 선 이들은 불멸의 꿈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들은 단지 ‘돈’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기술을 이용해 우리의 심신을 향상시키고 불멸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야말로 인류의 도덕적 의무”라고 믿기에 ‘불멸 산업’에 투자한다. 문제는 이들의 시도가 한낱 백일몽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술 전문 기자였던 알렉스 크로토스키는 신간 ‘불멸의 설계자들’에서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이들의 위험한 속내를 까발린다. 실리콘밸리의 ‘바이오해커’들은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계측기들을 착용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신체 최적화를 시도한다. 급진적 수명 연장주의자인 브라이언 존슨 블루프린트 최고경영자(CEO)는 기행에 가까운 건강 관리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바이오해커다. 1977년생인 그는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을 “생체 데이터가 가장 많이 기록된 인간”으로 소개한다. 피자를 먹거나 술을 마시는 일을 “죽음을 가속화하는 폭력”으로 받아들이는 그의 항노화 전략은 건강 보조제 섭취에 그치지 않는다. 2023년 4월 그는 10대 아들의 혈장을 이식받고, “10대 아들의 혈장만큼이나 맑은” 자신의 혈장을 아버지에게 이식했다. 혈장 이식이 71살의 속도로 늙어가던 아버지의 노화를 46살의 속도로 늦췄다는 게 존슨의 주장이다. 광고불멸을 선언한 미국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은 혈장 이식을 비롯한 신체 통제를 통해 끊임없이 노화를 역전시키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상한 부자는 많다. 대중은 존슨 역시 그저 돈이 남아도는 괴짜로 바라볼 뿐이다. 그러나 존슨이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사이,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불멸주의자들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기술, 유전공학으로 성을 쌓고 종교에 가까운 맹목적인 믿음을 일궈가고 있다. 정치마저 이들에 부역한다. 저자는 불멸주의자들 가운데서도 “정계 최고위층과 거래하는” 이들을 가장 위험한 존재로 꼽는다. “전례 없는 수준의 정치적 접근권을 누리고 있는”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 정치인들뿐 아니라 미국 의회의 진보적인 의원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취재한 불멸주의자들의 실체는 비밀결사 조직 ‘일루미나티’ 급이다. 이들은 기술로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트랜스휴머니즘’에 기반해 상위 0.1%의 자본과 정치를 네트워킹해 나가고 있다. 2022년 장수 스타트업에 조달된 투자금 70억 달러 중 미국 투자분은 75% 이상이다. 인간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하려는 기업 ‘뉴럴링크’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뿐 아니라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 등은 모두 이런 ‘영생 산업’의 큰손들이다. 광고광고 하루 수백알의 영양제를 먹는 수명 연장주의자이자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은 이들에게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생성형 에이아이의 다음 목표인 범용 인공지능(AGI)은 특이점주의자들의 ‘데우스엑스마키나’적 해법이다. “인류 전체를 합친 것보다 똑똑한” 범용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길어도 며칠 안에 초지능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특이점이 만들어져, 인류는 최후의 ‘질병’인 노화를 극복하고 최후의 난제인 죽음으로부터도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트먼도, 머스크도 이런 낙관론을 그대로 드러낸 바 있다. 불멸의 설계자들 l 알렉스 크로토스키 지음, 최정숙 옮김, 미래의창, 2만2000원 1998년 세계트랜스휴머니스트협회를 설립한 닉 보스트롬은 보다 깊은 사상적 배경을 깔아놓는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개개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신체와 정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율성을 가져야 하며, 사람들의 자아실현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추구해야 한다”고 믿는다. 한 걸음 나아간 장기주의자들은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우리 손주의 손주의 손주의 손주에게까지 최대의 선을 가져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꿈꾸는 공리주의에서 최대의 범위를 미래까지 확대한 것이다.광고 여기서 인류 잠재력 실현을 최대 목표로 보는 불멸주의의 우생학이 드러난다. 저자는 ‘미래의 수조명의 생명’이 ‘오늘 살아 있는 수십억명의 사람들’보다 수학적으로 더 큰 가치를 지닌다고 믿는 불멸주의의 한계를 지적한다. 일례로 일론 머스크는 당장 살 곳이 없는 노숙인을 위해 집을 지어주느니, 미래에 화성 식민지에서 살아갈 수백만명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트롬은 “최악의 재앙조차도 생명이라는 거대한 바다의 표면에 일렁이는 잔물결에 불과하다”고 썼다. 소름 끼칠 정도로 수학적인 ‘합리성’이다. 이제 불멸주의자들은 ‘장수 이니셔티브 연합’(A4LI)이라는 수상한 이익단체까지 꾸려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노화’ 치료제를 승인하도록 하기 위한 로비다. 노인 복지 대신, 노화 방지를 위한 연구개발에 예산을 쓸 때 오늘을 살아가는 빈곤 노인들은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진보인가. 저자는 ‘서구적이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산업화되고, 부유하고, 민주적인 사회에 속한 사람들’만을 위한 진보라고 거듭 꼬집는다. 상위 0.1%의 일그러진 욕망으로 뒤덮인 책을 덮고 나면, 저자와 인터뷰한 소설가 찰스 스트로스의 경고가 오래도록 귓전을 때린다. “운전대를 잡은 억만장자들은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이야기나 오락거리를 미래의 로드맵으로 착각한 겁니다. 우리는 지금 그들의 자동차 조수석에 갇힌 처지고요.” 경고에도 불구하고 불멸이라는 공허한 욕망을 향해, 전차는 이미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끝이 불멸인지 파멸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