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025년 3월25일 경북 의성군 일대 산들이 불타는 모습을 고운사 주차장에서 바라본 것이다. 고운사도 산불에 많은 전각이 소실됐다. 사진 경북도 광고정혜윤의 새벽세시 책읽기 “너는 어디로 여행 가고 싶어?” 이 질문에 대해 가장 예상 밖의 대답을 할 사람은 ‘버려진 섬들’의 저자인 캘 플린일 것이다. 그는 방사선 피폭, 기름 유출, 전쟁, 중금속 오염, 경제 붕괴 같은 최악의 일이 일어난 뒤 인간에게 버려진 장소들을 여행했다. 왜 이런 곳을 여행했을까? 단서를 찾아 책을 뒤적거리다가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회복. 그리고 재탈환. 생태계는 자신의 온 존재를 담아 자력으로 한때의 잔해로부터 새 삶을 구축해 내고 있다. 실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며.”광고 이 문장이 마음을 건드렸다. ‘잔해로부터… 새 삶을… 실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며.’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것을 볼 수 있다면 나도 끝까지 함께 따라가 보고 싶다. 인간의 개입이 사라진 땅에서 대규모 자연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황량한 분화구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산호 군락, 체르노빌 눈 덮인 나무 그늘 아래 쉬고 있던 노루, 대량 살상 무기가 쌓여있던 교전 지역 하늘을 날아오르는 제비, 중금속 오염 지대에 피어난 양귀비. 캘 플린은 이런 곳들을 여행하면서 비애를 느끼면서도 희망을 보았고 그래서 이것은 복원이 아니라 거대한 용서와 구원의 이야기라고 느꼈다. 그는 이 장소들은 “세계 곳곳의 명소보다도 진정으로 살아 있고 진짜에 충실한 장소들”이라고 생각한다.버려진 섬들 l 캘 플린 지음, 황지연 옮김, 문학동네(2025) 광고광고2025년 3월 31일 산불 직후(위)와 산불 발생 1년 뒤인 5월17일 고운사를 내려다 본 모습. 안동환경운동연합 제공 이런 장소가 한국에도 있다. 지난해 3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이 일어났던 의성. 솔방울들이 바람을 타고 폭탄처럼 날아다니며 펑펑 터졌다. 그때 고운사라는 절도 대부분 타버렸다. 등운 주지 스님이 마지막으로 탈출할 때 소방관 열한명이 절에 남아 있었다. 절의 온도는 1000도에서 1500도 사이.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소방관들은 가족들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 그리고 목욕탕으로 쓰이던 흙집에서 산소통 속 산소를 나눠 마시며 버텼다. 그들은 살아남았다. 며칠 뒤 스님은 불타버린 숲에서 작은 초록색을 보았다. 새싹이었다. 숲은 불탔지만 모든 것이 죽지는 않았다. 활엽수들의 뿌리는 살아있었다. 산불이 난 지 1년이 지난 즈음, 서울환경연합 회원들과 고운사에 가보았다. 숯덩이처럼 보이는 소나무 아래에서도 신갈나무, 굴참나무 여린 잎들이 싱그럽게 올라오고 있었다. 불탄 숲에서 고개를 내민 초록 잎들이 경이로웠다. 봄을 맞은 숲에 새순이 올라오는 것은 평범한 일인데 뭐가 그렇게 경이로울까? 이 초록색들의 존재는 평범한 것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고운사의 선택은 ‘숲의 복원은 자연에 맡겨두자’, ‘나무를 다 베어 버리고 인공 조림을 하지 말고 자연 복원을 하자’였다. 인간이 개입을 자제한 숲은 자기만의 방법으로 회복 중이었다. 소나무는 소나무로서의 삶은 끝났지만 다른 이야기를 계속 만들고 있었다. 불탄 소나무에 딱따구리가 둥지를 만들고 어린 새가 자라고 있었다.광고 ‘버려진 섬들’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생명의 잠복성이란 그것은 에테르처럼 눈에 보이지 않으며 늘 우리 주위를 표류한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 우리가 마시는 물에. 한번 음미해 보자. 들이쉬는 숨마다 홀짝이는 물 한모금마다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고운사 숲에서 마신 공기가 바로 그런 공기였다. 고운사도 슬픔과 회복, 가능성과 경이로움과 희망의 땅이다. “실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며.” 정혜윤 CBS(시비에스) 피디정혜윤 CBS 피디광고
잔해로부터 새 삶은, 기어코 다시 시작한다 [.txt]
정혜윤의 새벽세시 책읽기 “너는 어디로 여행 가고 싶어?” 이 질문에 대해 가장 예상 밖의 대답을 할 사람은 ‘버려진 섬들’의 저자인 캘 플린일 것이다. 그는 방사선 피폭, 기름 유출, 전쟁, 중금속 오염, 경제 붕괴 같은 최악의 일이 일어난 뒤 인간에게 버려진 장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