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 1일 오전 11시30분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암군 서호면 회현마을 입구에서 쓰러진 200년 가까이 된 보호수(왼쪽)와 쓰러지기 전 모습. 박승순 마을이장 제공광고“그랑께 이거 미스터리여.”폭염 경보가 7일째 이어진 지난 1일 오전 11시30분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암군 서호면 회현마을 입구에서 ‘우당탕탕’ 번개 치는 소리가 났다. 이 소리에 놀란 김순안(91)씨가 마을회관에서 소리 나는 쪽을 보니 200년 가까이 된 보호수 팽나무가 밑동째 부러져 도로에 쓰러져 있었다. 영암군은 주민들이 ‘보호수 할머니’라고 부르는 이 팽나무를 1982년 12월3일 보호수로 지정했다. 크기는 둘레 4.2m, 높이는 15m가량이다.지난 7일 회현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보호수가 쓰러진 것이 ‘미스터리’라고 입을 모았다. 최필순(75)씨는 보호수가 쓰러진 날을 회상하며 “그 날 바람 한 점도 안 불었다”고 했다. 마을 이장인 박승순(65)씨는 “그랑께 이거 미스터리”라며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다”고 맞장구를 쳤다. 김순심(93)씨가 “나무를 치운 작업자들이 ‘날씨가 너무 뜨거워 쓰러졌다’고 말했다”며 “사람들도 요즘 많이 쓰러지지 않느냐”고 했다. “나무고 사람이고 오래되믄 다 가제 안간다요.” 김순안(91)씨의 말에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주민들이 웃기 시작했다.광고주민들은 과거 보호수 앞에서 당산제(전통 민간 제사)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 “보호수가 우리 마을을 전부 다 건강하게 거시기해주고 그랬제.(박 이장)” 자신들을 지켜준 대상이 영문도 모르게 쓰러지자 주민들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19살 이곳으로 시집올 때부터 저 보호수를 봤다”는 김순안씨는 “허전하고 서운하다”고 했다. 최필순씨는 “할머니(보호수)가 딱 비켜서 쓰러졌다”며 보호수가 떠나는 날까지 자신들을 지켜줬다고 믿었다. 보호수가 쓰러진 도로는 사람과 차량 이동이 빈번한 곳이고, 당시 근처 밭에서 일하던 주민도 있었지만 다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지난 1일 오전 11시30분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암군 서호면 회현마을 입구에서 쓰러진 200년 가까이 된 보호수. 박승순 마을이장 제공영암군과 보호수를 진찰한 나무 의사의 설명을 들어보면, 약한 상태의 보호수가 폭염 등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 밑동에 여러 개의 동공(구멍)이 생기고, 나무 기둥이 썩어있는 상태에서 지상부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암군 관계자는 “지제부(땅과 줄기가 만나는 경계 부위) 파단(부러짐)에 의한 전도(쓰러짐)”라고 했다. 군 의뢰로 보호수를 진찰한 나무병원 관계자는 “핵심은 오래된 늙은 나무인 보호수는 튼튼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땅에서 물을 올리게 되면 그만큼 물이 (나무 상부 쪽)으로 올라가는 데, 그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폭염이 (원인이라는 것도) 말이 된다”며 “증산작용을 하니까 물을 더 많이 끌어당기지 않느냐. 모든 것이 연관돼 있다”고 덧붙였다.광고광고영암군은 지난 4일부터 군 누리집에 ‘보호수 지정해제 공고를 올리고 이의 신청 의견을 받고 있다. 이의가 없을 경우 오는 13일자로 보호수는 지정 해제된다.지난 7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암군 서호면 회현마을 입구에 밑동만 남은 보호수. 기민도 기자 key@hani.co.kr기민도 기자 ke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