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는 지난 5일 오후 경상남도의 한 논에서 농민이 쩍쩍 갈라진 바닥을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 권영란 | 작가·‘경상의 말들’ 저자 “무시라,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고…. 인자 농사가 영 파이다.”광고 비 소식은 없다. 물기 없는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있다. 들논을 보니 댕기아재는 한숨만 나온다. 휴대전화에는 농업용수 가뭄 ‘경계’ 상황이라며 문자가 뜬다. 마을회관에서는 용수가 부족해 제한급수를 한다는 방송이 연일이다.광고광고 지난해는 물난리로 마을 뒷산이 무너지고 개울둑이 터져 마을회관을 덮치고 들논을 휩쓸어 갔다. 일년이 지났지만 뒷산이며 개울은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토사로 뒤덮인 들논을 겨우 정비해 모내기했다. 6월 이른 장마에는 어디서 “비 온다” 소리만 들어도 몸이 움칠하고 잔뜩 긴장됐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올해는 불볕더위가 농작물을 말리고 사람 애간장을 말린다. 팔순을 넘긴 아재는 농사가 힘에 부친다. 그렇다고 눈앞의 땅을 그대로 놀릴 수는 없다. 마을 이장이 아직은 70대 중반에 억척같이 일하는 사람이라 마을 논을 도맡아 짓지만 이미 한계치라 말을 넣을 수도 없다. 요즘 나락농사는 어디 사람이 하나 트랙터 콤바인이 한다지만 장비며 일꾼 삯을 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지금 손을 놓으면 수매 등급 특등 받은 나락논은 금세 잡초로 덮인 묵정밭이 될 거다. 일년에 한번 나오는 직불금조차 받을 수 없다.광고 올해는 현장 조사를 오겠다니 괜히 신경이 쓰인다. 지금 농촌에서는 공익직불제 현장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공익직불제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에 시행된 것으로 농업 활동이 농촌 공동체를 지키고 농지 보전과 환경 보호, 식량 안보 등 공익적 가치를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농업경영체에 등록하고 실경작하고 있는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지원하는 보조금 제도이다. 여기에다 올해는 투기 근절과 농지관리를 내세워 농지 전수조사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농지법에 근거해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실경작 여부를 파악하겠다며 지난 7월 1단계 기초조사를 끝내고 8월부터 심층조사에 나섰다. 정부는 전수조사 실시에 앞서 투기 대상을 잡고 농지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퍼뜩 드는 생각이 정부는 돈이 되는 수도권과 도시권의 농지만 보고 있구나 싶었다. 소멸 고위험 지역 농어촌 농지는 돈이 안 된다. 땅을 내놓아도 거래가 되지 않는다. 한국농어촌공사나 농지은행에 땅을 맡기고 싶어도 경작이 손쉬운 농지를 가려 받는다. 더욱이 전수조사한다니 다들 위축돼 농지를 취득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취득 계획대로 농지를 활용하지 못하면 까닥하다간 농지법에 걸릴 수 있어서다. 농촌 실정이 이럴진대 정부의 전수조사도 일괄 적용이 아니라 좀 더 들여다보고 지역별 맞춤한 조사 방법이 나와야겠다. 경작 포기와 휴경지가 느는 현실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전국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곳의 대다수가 농촌 지역이다.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농가 인구 중 65살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51.3%, 평균 연령은 67.7살, 40살 미만 청년 농업인은 1.1%에 불과하다. 경남 산청군은 좀 더 심각하다. 농가 인구 10명 중 6명이 65살 이상이다. 전업 청년농은 1% 미만이다. 산청군과 같은 고령 농가 비중이 큰 지역일수록 농촌 공동체 붕괴와 농업 소멸이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은 분명하다.광고 농촌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나라가 산다는 구호, 빛바랜 지 오래다. 농업이 식량주권과 국민 생존권을 위한 전략적 핵심산업이라는 말도 언제부턴가 희미해졌다. 올 초 정부가 내세운 ‘농정 대전환의 원년’은 앞으로 농촌에 새로운 해법을 내놓을 것이라는 의지일 게다. 이번 기회에 소멸 고위험 농촌지역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를. 그리고 늙은 농민과 농지를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 농업과 농촌 지속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있기를.
늙은 농민의 하소연 [서울 말고]
권영란 | 작가·‘경상의 말들’ 저자 “무시라,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고…. 인자 농사가 영 파이다.” 비 소식은 없다. 물기 없는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있다. 들논을 보니 댕기아재는 한숨만 나온다. 휴대전화에는 농업용수 가뭄 ‘경계’ 상황이라며 문자가 뜬다. 마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