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여행업체 ㄱ사의 사무실 앞. 조해영 기자광고“출국 전날 저녁에 여행사에서 갑자기 여행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어요. 놀라서 항공사 카운터에 확인해 보니 이미 항공권도 취소된 상태더라고요.”지난 4일 인천공항에서 초등학생 딸과 저녁을 먹던 양아무개(44)씨의 휴대전화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여행업체인 ㄱ사가 보낸 일방적인 일정 취소 통보였다. 양씨의 딸은 다음날부터 8박10일간 유럽 여행을 갈 예정이었다. 제주에 사는 양씨는 전날 인천공항 인근에 숙소까지 잡고 딸과 함께 올라왔지만 여행은 물거품이 됐다. 함께 있던 일행이 항공사 카운터에 문의해 보니 아이들의 이(E)티켓은 이미 1시간 전 취소된 상태였다. 여행 취소를 일방 통보한 다음 날 ㄱ사는 다시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부당한 압수수색으로 8월4일 모든 업무가 마비되었고 그에 따라 여행 진행이 불가능해졌습니다.”청소년 여행 등을 전문으로 하는 ㄱ사가 민중민주당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ㄱ사는 최근까지도 ‘얼리버드’(조기예약 할인) 등을 내세워 여행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해 왔는데, 압수수색을 받은 뒤 사실상 운영 중단을 선언하면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고소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광고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부는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ㄱ사 사무실을 횡령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ㄱ사 일부 임직원이 회사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 설립된 ㄱ사는 청소년 패키지여행 상품을 주로 팔아왔으며, 자체 운영 중인 네이버 카페는 약 6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앞서 안보수사부는 지난 6월 민중민주당 관계자 9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ㄱ사 수사는 이 사건의 연장선에 있다. ㄱ사가 사실상 민중당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이다. ㄱ사의 대표는 과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에 이어 민중민주당에서도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이번 ㄱ사 압수수색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ㄱ사는 압수수색 다음 날인 5일 입장문을 내어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모든 업무가 중단된 상태”라며 “일부 직원들과 인솔자들이 진보적인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며 표적수사, 기획수사를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7일 오전 한겨레가 찾은 ㄱ사의 사무실은 잠겨 있었고, 지난 5∼6일 법원 등으로부터 날아온 우편물을 부재중으로 전달할 수 없었다는 내용의 우체국 도착 안내서만 여러 장 붙어 있었다.광고광고ㄱ사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는 최근까지도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네이버 카페 갈무리피해 고객들은 네이버 카페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개설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ㄱ사가 이미 수개월 전부터 고객들의 환불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윤아무개(44)씨는 “중학생 아들의 여행을 위해 올해 2월 359만원을 결제했는데 4월에 모객이 안됐다며 다른 상품을 제안하는 연락을 받았다. 함께 가기로 한 아이의 친구가 일정이 안 맞아 환불을 요청했고 전액 환급이 된다고 했으나 차일피일 미뤄왔다”며 “7월 중순쯤 연락이 와서 8월 말까지는 환불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그사이에 이런 일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아끼고 아껴서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려 한 것인데 이렇게 돼 여행을 제안한 아이 친구 엄마에게도 면목이 없고 심란하다”고 전했다.ㄱ사는 최근까지도 ‘얼리버드 상품’ 등을 내세워 활발히 영업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ㄱ사의 네이버 카페에는 2027∼2028년 출발하는 여행 상품을 반값에 예약할 수 있다는 공지가 다수 올라와 있다. 아울러 현재 여행 중인 아이들의 보호자에게는 추가 입금이 필요하다는 연락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아무개(42)씨는 “중학교 3학년 자녀가 지난 2일 출발해 지금 외국에 있는 상황에서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문자가 왔다. 아이들의 향후 숙소도 예약이 안 된 상황에서 텔레그램으로 100만원을 입금하라는 연락만 온다”며 “미성년 자녀들을 볼모로 돈만 요구하는 행위가 정말 파렴치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광고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