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일러스트레이션 김우석 광고 정문정 | 작가·‘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저자광고 서울에 살고 있는 지방 출신 여성과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씩씩하고 진취적이면서도 화가 많고 외로울 거라는 편견이 있어서 만날 때마다 멈춰 서게 된다. 과거의 나를 투영하는 것이다. 사투리 쓰는 게 부끄럽고 고시원에 사는 게 답답하고 동네 친구가 간절했던 그 시절의 나. 대구의 뜨거움이 싫어 떠나왔지만 서울의 차가움에 놀라 어리둥절해하던 작은 여자. 글쓰기 모임에서 유독 반짝이던 그를 한번 더 보고 싶어서 따로 연락을 했다. 식사를 마친 뒤 서울 망원동의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대화 초입에 그의 고향이 안동인 걸 알게 되어 속으로 웃었다. 대학 시절의 일인데 안동 출신의 선배에게 양반이냐고 물으니, 그가 커다란 비밀 하나를 선심 써서 알려준다는 투로 말한 적 있다.광고광고 “앞으로는 그런 질문을 하기 전에 이 사실을 반드시 떠올려라. 원래 양반 한명을 모시려면 상놈이 아홉명 있어야 하는 법. 조선 시대에 진짜 양반은 5%도 되지 않았다.” 그 진지한 가르침을 받은 뒤로는 안동 사람에게 이렇게 살짝 변주하여 물어본다.광고 “고향을 말하면 양반 출신이냐는 말을 엄청 많이 들었겠네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근데 사실이에요. 우리 집은 종갓집이거든요. 어른들이 갓 쓰고 계시고 그래요.” 십분의 구 확률로 상놈임이 확실한 내가 양반가의 따님을 바로 앞에서 쳐다보았다. 그가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여럿 들려주었다. 1990년에 태어난 그는 남녀차별이 극심한 환경에서 서러웠다고 했다. “여자가 어디 감히” 같은 말을 들으며 컸다고 해서 내가 아는 체를 했다.광고 “1990년생이라고 했으니까…, 말띠 여자라서 드세다는 말도 듣지 않았어요?” “어!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호랑이띠거든요. 그래서 기 세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90년생 말띠랑 같이 묶여서.” 우리는 서로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반가워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서울 친구들은 우리 부모 세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하거든요. 오랜만에 공감해주는 분을 만났네요.” 나 또한 어릴 때 이야기를 하면 “옛날이야기 같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문예창작 대학원에 입학하고 썼던 첫 소설은 언니와의 추억을 담은 자전적인 이야기였다.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려고 여상에 진학한 언니. 공장에 입사하기 위해 면접을 보았던 날, 면접관이 손가락 열개를 차례대로 폈다가 접어보라고 시켜 그것만 하고 왔다던 언니. 장녀로서 포기하고 양보하는 게 익숙하던 1980년대생 언니 이야기를 썼는데 할머니 같다고 해서 당혹스러웠다. 강남 8학군 출신인 동갑내기 남편과 고등학교 풍경을 이야기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을 만났었다. 남편은 놀라워했다. 야간자율학습을 했다고? 선생님한테 맞았다고? 그때마다 나는 멍하니 있었다. 최근 한 후배와 술을 마셨는데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토론회 쪽으로 화제가 흘러갔다. 초고가 주택의 기준 가격을 현격히 높여야 한다던 그가 요즘은 시골의 아파트도 다 오억이 넘는다고 했다. 내가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면서 부모님이 살고 계신 대구의 이십사평 아파트가 일억 초반대라고 설명하니 그가 불콰한 얼굴로 거세게 반박했다. “아파트가요? 그럴 리가요. 말도 안 돼요. 수십년 전 가격으로 기억하시는 거겠죠.” 그 자리에서 바로 검색해서 실거래가를 보여주었다. 그는 내가 건넨 휴대폰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손가락을 어지러이 올렸다 내렸다 했다. 황당한 표정을 끝내 숨기지 못한 채로. 제이티비시(JTBC) 예능 ‘아는 형님’에서 자세히 기억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1975년생인 경기도 양평 출신 이수근이 자기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초등학생 시절 전화국 교환원을 연결하는 자석식 전화기가 있었고 전화를 쓰려면 돈을 내야 했다고 말한다. 그러자 1974년생인 서울 출신 서장훈이 어이없어하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억울해하던 이수근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하는데 결국 이수근의 기억이 모두 맞았던 것으로 결론이 난다. 1975년생 양평 출신과 1974년생 서울 출신의 생활 감각은 이토록 이질적인 것이었다. 대구에서 살며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동생은 언젠가 내게 이렇게 물은 적 있다. “뉴스에 왜 이렇게 서울 부동산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지 모르겠다. 거기는 최소 십억부터라 카던데 돈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많나? 어차피 딴 세상 얘기 아이가?” 같은 시간에 살아도 저마다 다른 시대를 산다. 초고가 주택의 기준을 십억이라 말하는 사람과 오십억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한다. 나는 그 사이에서 자주 어지러움을 느낀다. 서울에서는 타임머신이 없어도 옛날 사람이 될 수 있다.
서울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정문정의 대화의 발견]
정문정 | 작가·‘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저자 서울에 살고 있는 지방 출신 여성과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씩씩하고 진취적이면서도 화가 많고 외로울 거라는 편견이 있어서 만날 때마다 멈춰 서게 된다. 과거의 나를 투영하는 것이다. 사투리 쓰는 게 부끄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