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작정하고 연애시 l 김행숙 ‘다른 전망대’ 한밤에 도드라진 삶의 우연·불완전성 사랑의 공포는 부재의 상상에서 비롯 취약한 상태 머무는 법 알려주는 사랑 서울의 야경. 사진 한국관광공사 광고 “오늘따라 서울의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광고 불빛에 도취한 연인의 독백이 독재자의 것처럼 느껴져 나의 사랑이 무서워졌습니다. 김행숙 시인의 ‘다른 전망대’ 마지막 연은 우리가 서울의 야경 앞에서 반사적으로 떠올리곤 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 문장을 함께 읊으며 웃고 멀리 보이는 남산 타워와 산등성이를 감싸듯이, 또 방해하듯이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다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익숙한 동시에 이상한 감각이었다. 낮에 내가 활보했던 거리, 몸을 실었던 대중교통을 이렇게 광폭한 어둠에 새겨진 무늬처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야경은 무언가의 피부일 뿐이고 사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피부 너머의 의지와 움직임일 수도 있다는 감각이. 야경은 거대한 막처럼 느껴지고, 하나하나의 개체보다 그것들이 서식하는 밤을, ‘야경’이라는 피부를 느끼게 한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은 도시를 ‘보는’ 일과 조금 다르다. 그것은 도시를 이루는 셀 수 없이 많은 운동을 하나의 무늬로, 배치로 오해하는 일에 가깝다. 이 오해는 아름답다는 느낌을 촉발하고, 그 때문에 무섭다. 너무 많은 삶, 너무 많은 움직임이 단 하나의 어둠 위에 영사되는 장면 정도로 축소된다는 것, 그 축소와 평평함이 우리에게 일종의 황홀을 준다는 것이.광고광고 시는 작고 사소한 이동에서 시작한다. 저 나뭇가지에 앉은 까마귀를 하나의 전망대로, 다른 가지로 옮겨 앉은 까마귀는 다른 전망대로 생각해 보자고 요청하면서. 전망대라고 하면 보통 단단한 구조물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 시는 그것을 새 하나의 임시적인 착지로 바꿔놓는다. 본다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더 연약한 조건과 우연 위에 세워져 있다는 듯이 전망은 가볍고 위태로운 점유가 된다. 전망은 시선의 가용 범위가 아니라 시선의 방향과 시점을 강제하는 구조물에 의해 성립하곤 한다. 야경 역시 사실 시점이 만든 배열 속에서만 하나의 장면이 되는, 위치가 만들어내는 사건에 가까운 것이다. 도시가 움직이고 있는 만큼이나 도시를 보는 우리의 위치 또한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바로 그 이동 때문에 풍경은 미세하게 다른, 무수한 사본으로 존재하게 된다. 사랑 역시 다른 이의 몸에 가볍게 날아가 앉듯 그 몸을 점유한 채로 시선을 사용하는 사건일지도 모르겠다. 눈동자가 미세하게 이동할 때마다 다른 눈동자가 발생하고, 그리하여 한 몸이 무수한 눈동자를 갖게 되는, 눈을 깜빡일 때마다 온 세상이 캄캄해지고 환해지는 사건. 사랑은 한 사람을 복수의 시점이 교차하는 장소, 연약하고 불완전한, 유동하는 시야로 만든다. 야경 역시 복수의 눈동자가 얹히는 몸처럼 무수한 삶의 운동을 압축해 보여준다. 이 압축은 아름답고, 아름다움은 종종 자신을 감당하기를 요구하는 버거운 무게이기도 하다. 언젠가 “사랑이 두려움을 다루는 방법으로만 두려움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것은 어떤 공포와도 다른 방식으로 두려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을 쓴 적이 있다. 두려움은 사랑의 바깥에 있다가 어느 날 우리를 향해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직물을 이루는 한올의 실처럼 사랑과 함께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대부분의 공포는 미지의 어떤 것이 불시에 나를 향해 달려들 것이라는 불안, 그러니까 바깥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그런 공포 앞에서 우리는 숨거나, 도망치거나, 방어함으로써 나와 대상 사이의 간격을 넓히려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 안의 공포는 대상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아니라 부재에 대한 상상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사랑은 두려움을 자연스러운 나의 일부로 다루게 하고, 가장 취약한 상태에 머무는 법을 알려주며, ‘우리’의 안쪽을 꼭 껴안으며 웅크린 자세로 바깥과 싸우게 한다. 사랑 안에서 두려움은 더 가까운 접촉을, 더 기꺼이 취약해질 것을 요구한다. 살아 있는 것이기에 흔들리고 이동하고 변형되는 사랑은 완벽하게 보호할 수 없고, 시간과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고정할 수 없고, 영원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러나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영원도 있다. “불빛에 도취한 연인의 독백이 독재자의 것처럼 느껴”졌을 때 무서워진 것이 연인도, 독재자의 것 같은 독백도 아닌 “나의 사랑”이라는 것. 수많은 눈동자가 깜빡이는 야경을 보며 아름답다 감탄하는 몸이 무수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나를 보고 있다면, 세계는 언제나 그런 전망대를 불태우거나 뿌리째 뽑을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 것이라면, 그 많은 눈동자가 실은 한 몸을 공유하는 단 하나의 거대한 눈동자와 다름없다면, 온 세상을 캄캄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라면. 이런 두려움 앞에서는 온몸으로 그것을 껴안고, 가장 연하고 날것인 피부로 접하며 우리의 안쪽을 온 세상보다 더 캄캄하게 만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광고 오늘따라 서울의 야경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할 때, 그 많은 불빛과 그 안의 더 많은 살아 있는 것과 삶이 우리의 눈꺼풀을 내리고 올리는 운동만으로도 켜지고 꺼진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믿을 수 없는 신비로 느껴졌다. 무언가 너무 연약한 것과 함께인 것 같았는데, 그것이 사랑인지 세계인지 우리인지 나인지 알 수 없었다. 김리윤 시인 l 2019년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투명도 혼합 공간’, 에세이 ‘부드러운 재료’ 등이 있다. 이제 그 무엇도 아닌 ‘사랑’을 들을 차례. 작가들이 숨어 애송하는 연애시의 내막을 연재합니다.
야경의 도시에서, 사랑이 두려움을 다루는 방법이 되어 [.txt]
작정하고 연애시 l 김행숙 ‘다른 전망대’ 한밤에 도드라진 삶의 우연·불완전성 사랑의 공포는 부재의 상상에서 비롯 취약한 상태 머무는 법 알려주는 사랑 “오늘따라 서울의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 불빛에 도취한 연인의 독백이 독재자의 것처럼 느껴져 나의 사랑이 무서워졌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