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달 31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책상에 “할 일, 일본 엔화 50억~100억 달러 매입”이라고 적힌 메모지가 놓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광고일본 정부가 최근 급락한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미국 정부와 ‘외환시장 공동 전선'을 꾸린 사실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로이터 통신은 2일 일본 정부 관계자들 말을 따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장관이 3일 엔화 가치가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일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공동조처를 취했다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가타야마 장관은 엔화 가치의 과도한 하락에 미·일 정부가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달러당 엔화는 지난달 29일 장중 163엔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30일 159엔대, 이튿날 157엔대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본 정부와 함께 미국이 엔화 가치 방어에 직접 개입했다는 점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일본은행과 정부는 지난 30∼31일, 이틀 연속으로 달러 매도·엔화 매수를 통한 환율시장 개입에 나섰다. 6조~7조엔(55조∼64조원) 규모의 돈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4월 말부터 한달간 환율 방어에 11조7천억엔(107조3500억원)을 투입했던 걸 더하면 올해만 18조엔(165조원) 가까운 물량을 쏟아부은 셈이다. 이전 최고치는 2024년 15조3천억엔이었다.광고일본의 움직임에 미국 재무부도 발을 맞췄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1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유로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엔화 가치 방어에) 개입을 실행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정부는 30일 환율 개입 전 단계로 통하는 ‘레이트 체크’(환율 상황 점검)를 실시했고, 이튿날 주요 금융기관에 “엔화 환율에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통보했다. 31일 미국 각료회의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앞에 놓인 메모에 손글씨로 ‘할 일(To Do), 일본 엔(JPY) 매수’, ‘50억~100억달러’라고 적힌 게 찍혀 보도되기도 했다. 실제 베선트 장관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일본 경제는 견조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일본과 계속해서 단단한 관계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적어 사실상 엔저 방어를 위한 미·일 공동전선을 꾸렸다는 점을 확인했다.미국이 일본과 엔저 문제에 공동 개입한 건 2011년이 마지막이다. 특히 엔화 매수 형태로 미·일 공동 전선을 꾸린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금융계에선 “일본 단독으로 환율 개입을 할 때보다 미국의 협조가 더해지면 ‘환율을 지키겠다’는 메시지가 강해진다”며 “엔화 약세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광고광고미·일이 이례적으로 엔저 방어를 위한 ‘공동 전선’을 구축한 데는 서로 다른 속사정이 있다. 일본은 역대 최고 수준의 엔화 가치 하락으로 물가 추가 상승과 실질임금 하락, 해외 투자자의 일본 국채 매각, 금융시장 불안 등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내내 이어진 엔저를 끊어내지 못할 경우, ‘달러당 200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반면 미국은 엔화 가치 하락이 미국 금리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일본은 자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투자국이다. 엔화 방어용 자금 마련을 위해 미국 국채를 대량 판매하면 미국 장기 금리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만큼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에 연동되는 금리 상승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 적자 감축을 강조하는 만큼 달러 강세로 수출 제조업 경쟁력 하락을 막으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광고미·일이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방식에 회의적 시각도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여전히 ‘돈 풀기 정책'을 고집하는 데다, 중동 정세로 인해 언제든 원유값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에 따른 미·일 금리차 확대 전망, 일본의 재정 악화 우려 등도 엔화 추가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몇 주 안에 미·일 정부의 시장 개입 전 수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가 소비세율 인하 정책에 필요한 안정적 재원을 명확히 하고,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정부가 견제한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등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도쿄/홍석재 특파원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