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조수웅덩이: 바다의 시작’의 한 장면. 스틸컷 광고정혜윤의 새벽세시 책읽기 행복하게도 제주를 더 신비롭게 여행하는 방법 몇가지를 배웠다. 그중 하나는 ‘아래로’ 여행하기. 성산 일출봉을 예로 들겠다. 성산 일출봉에 오른 다음 그냥 가버리지 말고 일출봉 ‘아래로’ 해안가로 내려가서 발아래를 보면 뭐가 보일까? 바닷물이 고인 작은 물웅덩이들이 보일 것이다. 밀물 때는 가려지고 썰물 때는 드러나는 곳이다. 이런 곳을 조수 웅덩이라고 부른다. 처음에 보면 해초가 하늘거리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더 지켜보면 다른 것도 보인다. 작은 생명체들이다. 그렇게 조수 웅덩이에 사는 것 중 내가 이름이라도 아는 것은 망둑, 갯지렁이, 고둥, 따개비 정도. 지지난해 다큐멘터리 ‘조수웅덩이: 바다의 시작’ 임형묵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 작은 생명들에 크게 감동했다. 조수 웅덩이는 하루에 두번 바닷물에 완전히 덮이거나 아니면 바닷물이 완전히 빠져나가 공기에 노출되는 곳이니 바다였다가 육지였다가 하는 곳이다. 이곳에 사는 생명들의 삶은 조수의 리듬에 맞춰져 있다. 이곳은 살기에 혹독한 곳이다. 거친 파도가 밀려오면 휩쓸려가지 말아야 하고 그사이에 바닷물에 녹아 있는 산소를 마셔야 하고 식사도 해야 하고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을 견뎌야 하고 몸의 습기를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도 견뎌야 한다. 바다에 살지만 바닷물이 없는 것도 이겨내야 한다.광고바다의 가장자리 l 레이첼 카슨 지음, 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2018) 이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레이철 카슨의 ‘바다의 가장자리’를 읽었다. 카슨이 이 작은 생명들에 어찌나 큰 애정을 가지고 썼던지 조수 웅덩이는 이렇게 묘사된다. 깊이가 10㎝에 불과한 웅덩이도 낮에는 온 하늘을 담고 밤이 되면 별을 담고 위쪽 하늘을 가로질러 흐르는 은하수를 담는다. 카슨에게는 소원이 있었는데 1년 중 조수가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때에만 드물게 잠깐 볼 수 있는 바다 동굴 속 웅덩이에 가보는 것이었다. “만 저편 서쪽 하늘에는 멀리 내다보이는 어스름한 해안선 위로 8월의 보름달이 떠 있었다. 달은 조수를 낯선 바다 세계의 문턱 너머까지 아주 멀리 밀어냈다. 눈앞에서 가문비나무 숲 위로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갔다. 아직 뜨지도 않은 해의 빛을 받은 갈매기의 가슴이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동굴 속 웅덩이에는 불가사리가 매달려 있었다.광고광고 “불가사리는 웅덩이 수면에 비친 제 형상에 닿을 듯 말 듯 했는데 그 형상이 어찌나 실물과 똑같던지 마치 하나가 아니라 두 마리가 서로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면에 비친 모습과 맑은 웅덩이 자체는 바닷물이 다시 밀려들어 그 작은 동굴을 가득 채울 때까지만 존재하는, 덧없는 생명체의 애틋한 아름다움이었다.” 더운 여름밤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조수 웅덩이가 생각나는 날이 있다. 내리쬐는 햇볕을 견디고 있을 작은 생명체들. 조수 웅덩이에 떠 있을 별. 그리고 해뜨기 전에 가슴이 장밋빛으로 물든 갈매기. 이 생명체들의 존재 의미는 대체 뭐지? 다가가려고 애를 쓰던 카슨이 본 것은 과연 뭐였을까? 생명의 덧없음이 아니라 생명의 신비였다. 카슨은 조수를 그저 파도의 오감이 아니라 생명의 흐름이라 생각했고 이제는 나에게도 그렇다. 생명의 흐름. 신비의 흐름. 파도 소리. 달. 여름밤은 그렇게 흐른다. 광고 정혜윤 CBS(시비에스) 피디정혜윤 CBS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