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코시롱 해녀 밥상 l 소윤경 글·그림, 웅진주니어(2026) 광고신수진의 미래는 어린이책으로부터 제주에 이주해서 산 지 어느덧 15년이 되어 간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을 훌쩍 넘긴 시간 동안 제주 곳곳의 경관은 놀라울 정도로 바뀌었다. 시내든 시골이든 가릴 것 없이 세련된 카페, 유행을 이끌어가는 빵집과 음식점들이 앞다퉈 문을 열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런데 제주에 여러번 와본 사람들은 흔히 먹는 돼지고기나 생선회 대신, 독특한 식재료와 조리법이 돋보이는 제주 전통 음식들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 음식들 대부분은 생업으로 바쁘기 짝이 없던 제주 여성들이 후다닥 차려 내던 것들이다. 논농사가 거의 불가능하고 밭농사를 할 수 있는 작물도 얼마 없었던 척박한 환경에서 생업과 돌봄노동을 동시에 해내야 했던 해녀들의 음식이 대표적이다. 육지에서는 여름이면 흔히 냉면을 찾지만 제주에는 ‘물회’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여름 해산물인 자리돔, 어랭이(전갱이), 한치 등을 쓱 썰고 우영팟(텃밭)에서 따온 채소도 듬뿍 넣은 뒤 날된장을 훌훌 풀어 먹는 음식이다. 된장을 끓이지 않고 그냥 물에 푼다고? 아마 이런 조리법이 낯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제주는 습한 기후 탓에 고춧가루와 고추장이 귀하기도 했고, 된장에 특유의 군내가 없어 물회, 무침, 냉국 등에 두루 잘 쓰였다. 광고 소윤경 작가가 제주도를 오가며 해녀들의 일상과 음식 문화를 담아낸 그림책 ‘코시롱 해녀 밥상’은 이런 맥락을 잘 그려내고 있다. 바쁜 부모님 없이 어린 남매가 스스로 만들어 먹던 ‘참외 된장 냉국’ 같은 음식이 대표적인 여름 음식으로 소개된다. 참외나 수박은 지금처럼 달지 않던 시절에 된장에 찍어 밥반찬으로 흔히 먹었다. 참외 된장 냉국은 대단한 양념이나 복잡한 조리 과정 없이도 수분과 염분을 보충해 주며 여름을 견디게 해준 음식이었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워킹맘’이었던 해녀들의 공동체 문화에 대한 존중으로 빚어졌다. 깜빡 놓고 온 장갑을 헐레벌떡 가져다준 작가에게 돌문어 한마리를 툭 건네주는 마음 씀씀이, 힘들여 깐 성게 알을 듬뿍 맛보게 하는 인심, 바다가 먼저 데려가 버린 동료를 그리워하며 물질하다 눈물짓는 나이 든 해녀의 마음까지, 작가는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가족들이 떠나고 혼자 남은 방, 티브이(TV)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해녀 할망 등 뒤로 놓인 작은 약봉지들까지 빼놓지 않고 그렸다.광고광고 몸 구석구석 병을 얻으면서도 거친 바다로 다시 뛰어들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돈을 벌어 가족과 자식들을 돌보는 기쁨도 크지만,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든든한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장식 축산의 잔인함, 운명 공동체인 인간과 비인간, 타자를 착취하는 자본주의의 화려함을 서늘하게 포착했던 ‘레스토랑 Sal’, ‘콤비’, ‘호텔 파라다이스’ 같은 작가의 전작들을 떠올려 본다. 도시를 뒤로하고 반려견과 함께 제주에 도달해 만들어낸 이번 작품은, 작가가 생각하는 ‘좋은 삶’의 답이 어디를 향하는지 잘 보여준다. 뜨거운 햇살, 풍성한 구름, 깊고 푸른 바다 같은 풍경은 경이롭지만 포근하고, 마음 넉넉한 사람들과 나누는 제철 음식의 냄새와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책장 너머로 전해오는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코시롱(고소하고) 돌코롬(달콤하고) 배지근한(깊고 묵직한)’ 제주의 진짜 밥상 앞에 꼭 앉아 보고 싶어질 것이다. 어린이책 번역가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