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 15일 제주 서귀포시 화순리 화순금모래해수욕장과 붙은 연안습지 바닥에 콘크리트가 뒤덮였고 갈대는 베어져 있다. 공사 뒤 용천수는 다시 흐르지만 생물은 사라졌다. 서보미 기자 광고“여기에 개 수영장을 만든다니 참 기가 막히지.” “젊은 사람들이 알아서 했겠지만 우린 전혀 몰랐어.” 지난 15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앞 정자에 모인 70~80대 주민들이 막바지 공사 중인 습지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미 부드러운 진흙이 있던 습지 바닥은 콘크리트로 뒤덮였고 무성하던 갈대는 베어져 있었다. 물은 다시 흐르지만 물속에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다. 광고용천수를 다시 흘려보내기 전 연안습지. 콘크리트로 메우기 전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던 습지였다. 대학생 이찬형 제공 습지에 서귀포시가 2억원을 투입해 지난달 12일부터 만들고 있는 시설은 반려동물 수영장이다. 피서객들이 해수욕장을 찾기 전까지 습지와 붙어있는 백사장에 반려동물 운동장도 만들 계획이다. 화순금모래해수욕장을 ‘반려동물 특화해수욕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사업이다. 문제는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노는 수영장을 만든다며 바닥에 콘크리트를 부은 약 90m 구간이 화순리 연안습지(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해안에 형성된 습지)의 한가운데라는 점이다. 게다가 총 길이 약 360m인 이 습지는 물이 풍족한 화순리의 용천수(지하수가 땅속 압력으로 솟아나는 샘물)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물길이기도 하다.광고광고2021년 한국방송(KBS) 환경스페셜 ‘섬으로 간 물고기’에 나온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옆 연안습지(왼쪽)와 물속. 환경스페셜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하지만 이번 공사로 기수역(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에 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기수갈고둥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가 훼손됐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임형묵 제주도 생태관광지원센터장은 “2021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보니 화순리의 독특한 갈대 습지에 기수갈고둥, 1급수에 사는 버들치, 은어, 밀어가 살고 있었다”며 “그곳이 콘크리트로 뒤덮인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애초 이 사업의 아이디어는 화순리 마을회에서 나왔다. 한때 산방산이 보이는 인기 피서지였던 화순금모래해수욕장의 백사장이 2010년대 인근 화순항 개발로 크게 잘려나가자 관광객 발길도 끊겼다. 해수욕장을 되살릴 방법을 고민하던 마을회는 지난 4월 ‘반려동물 특화해수욕장’ 조성을 서귀포시에 제안했다. 양재현 화순리 이장은 “반려 인구가 늘고 있으니 경남 통영처럼 반려견 해수욕장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며 “(백사장과 붙은 습지는) 쓰레기, 모기 발생, 악취로 매년 청년회원들이 정비에 고생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시멘트를 부어 수영장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광고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서 굴착기가 반려동물 운동장을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다. 이곳 백사장 모래는 검은빛이다. 서보미 기자 환경단체와 진보정당들은 제주도가 관리하는 연안습지이자 환경부가 지정한 ‘해양생태도 1등급’(해양보호생물의 주된 서식지·이동경로) 지역인 이곳에서 당장 공사를 멈추고 생태적으로 복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 제주사무소도 이날 조사하러 현장에 나왔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일단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습지) 하류에서 꽤 많은 기수갈고둥을 봤다”며 “환경부에 보고한 뒤 전문가와 좀 더 검토해야겠지만 멸종위기종의 서식이 확인되면 공사는 당연히 중지돼야 한다”고 했다.습지 상류에서 흘러온 용천수가 바다로 향하는 하류. 반려동물 수영장 공사로 중간에 물길이 막혀 있다. 서보미 기자 논란이 커지자 서귀포시는 사업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서귀포시는 이 습지는 2012년 자연적으로 흐르던 용천수를 활용하려고 만든 인공수로라 보전 가치가 높지 않고, 공사에 법적인 문제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서귀포시 해양수산과 담당자는 “이미 공사가 마무리된 수영장의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며 “반려동물 수영장은 만들지 않고 청계천처럼 징검다리를 배치해 생태 공간으로 조성하되 반려동물 운동장은 진행하는 방안으로 (찬반 의견을) 절충하고 있다”고 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개수영장이라니 기막혀”…습지에 콘크리트 부은 서귀포시, 사업 재검토
“여기에 개 수영장을 만든다니 참 기가 막히지.” “젊은 사람들이 알아서 했겠지만 우린 전혀 몰랐어.” 지난 15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앞 정자에 모인 70~80대 주민들이 막바지 공사 중인 습지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미 부드러운 진흙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