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l 고예나 지음, 위고(2024) 광고이주혜가 다시 만난 여성 지난봄 친구들과 전남 구례의 한 식당에 갔다. 뭘 주문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우리를 보고 한 여성 직원이 식당의 대표 메뉴를 골고루 맛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음식값도 아낄 수 있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이 쌉싸름한 나물의 이름이 무엇인지, 이 달콤한 것은 고구마인지 감자인지, 조금 낯선 생선구이의 정체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어대는 우리 일행을 친절하면서도 시원시원하게 상대했다. 그는 식당 직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려 보였고 외모는 ‘외국인’으로 보였으나 한국어 구사 능력이 무척 뛰어났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야 어쩌면 그 직원이 ‘이주배경 청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문화 국가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라는 말만큼 애초의 의도와 딴판으로 통용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피부색이 어둡고 쌍꺼풀이 진한 내 조카는 학창 시절 내내 ‘다문화’라는 별명을 달고 살았다. 그러나 조카도 조카의 부모도 ‘진짜 다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대충 웃고 넘어갔다. 하지만 이른바 ‘진짜 다문화’는 어떨까? 그들도 내 조카처럼 그저 농담으로 여기고 가볍게 떨쳐낼 수 있을까? 애초에 ‘진짜 다문화’란 무엇을 말하는가?광고 이주배경 청년 고예나는 ‘다문화’ 당사자로서 그 말이 던지는 수치심과 폭력성을 고발한다. 그러나 고발은 고백과 맞닿아 있어서 그의 이야기는 자신을 둘러싼 ‘다문화’의 범주와 그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든 뿌리를 내리고자 애썼던 ‘결혼 이주 여성’들의 제각각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필리핀에서 온 그의 엄마는 집안 농사와 함께 살림까지 도맡아 한다. 또 다른 ‘이모들’은 빨래 공장, 식품 가공 공장, 식당, 방과 후 교실이나 도서관, 요양원이나 요양 병원에서 일한다. 네일숍이나 마트에서 일하는 이모도 있다. 그의 마을은 엄마와 이모들의 노동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고 마을의 이주 여성 중에 전업주부는 단 한명도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언제나 경계 바깥에 존재하는 ‘외국인’이고, 자녀가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태어나고 자라 성인이 된 지금도 여전히 ‘타지’를 살고 있다. 고예나는 1990년대에 시작한 정부의 국제결혼 지원사업과 통일교회 주선으로 일면식도 없는 외국인을 따라 낯선 타국으로 건너온 이주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부모의 결혼과 자신의 출생을 매우 부자연스럽게 느꼈다. 너무도 일찍 태생의 부자연스러움을 체득한 아이가 삶을 제대로 이어가려면 어떤 거친 터널을 통과해야 할까. 그 과정에는 당연한 듯 차별과 혐오와 상처가 있지만 더불어 생존을 위한 분투와 희망과 자긍심도 있다. 엄마는 자신의 노동으로 번 돈을 당당히 필리핀 본가에 보내 새집을 마련하는 일에 보탠다. 저자는 ‘우리’의 범주를 넓히는 한 방식으로 사회복지사를 희망한다.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뜻밖에 큰 의미를 갖는 실천으로 독자에게 ‘다문화’ 대신 ‘이주배경 청년’이라는 말을 써야 하는 이유를 조용히 설득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엄마의 뿌듯한 미소나 친구 써니의 고민 가득한 얼굴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면 이 책은 사회학 논문이나 기사가 아닌 자신의 범주 주변에서 첨예한 사회적 문제를 스스로 이해하고자 분투하는 어느 이주배경 청년의 솔직하고도 날카로운 자기 서사가 분명하다.광고광고 이주혜 소설가∙번역가이주혜 소설가광고
결혼 이주여성의 딸, 타지서 사회복지사가 되려는 이유 [.txt]
이주혜가 다시 만난 여성 지난봄 친구들과 전남 구례의 한 식당에 갔다. 뭘 주문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우리를 보고 한 여성 직원이 식당의 대표 메뉴를 골고루 맛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음식값도 아낄 수 있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이 쌉싸름한 나물의 이름이 무엇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