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나의 부치 엄마 l 황후이전 지음, 방철환 옮김, 움직씨(2026) 광고이주혜가 다시 만난 여성 엄마는 담배를 피우고 마작을 즐기고 미인도를 수집한다. 엄마는 여자를 사랑한다. ‘힙하게’ 들리는가? 엄마는 서른두살에 어린 두 딸을 데리고 도망쳤다. 남편의 지속적인 폭력과 경제적 착취를 피해서다. 가업으로 대만의 민속 장례식 공연단을 이끌고 있지만 어린 딸들까지 학업을 중단하고 함께 공연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 형편이 열악하다. 이렇게 말하면 엄마의 삶은 오직 불행으로만 요약된다. 대만의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황후이전은 베를린국제영화제 테디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나프어워드, 타이베이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등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영화 ‘일상 대화’를 에세이로 다시 썼다. 그러나 ‘나의 부치 엄마’에는 영화에 전부 담지 못한 기억과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처 드러내지 못한 비밀이 담겨 있다. 황후이전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자신을 게이비(Gayby)로 소개한다. 게이비는 성 소수자가 출산해서 양육한 아이 또는 그들이 입양한 아이를 뜻하는데, 이 사랑스러운 말을 씀으로써 자기 가족을 비롯한 퀴어 가족이 사실은 무척 창조적이며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공동체로 느껴지길 소망한다. 그러나 본문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펼쳐지는 그의 가족사는 내내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하지만은 않다. 1956년생 엄마는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 깊게 박힌 대만의 외딴 농촌에서 ‘전통적이지 않은 여자아이’로 태어나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자랐다. 고작 열네살에 상경해 방직 공장에서 일했다. 전통극 연기자였던 첫사랑 여성을 만나 사랑했지만 연이은 다툼 끝에 헤어지고 ‘홧김에’ 맞선을 보고 남자와 결혼했다. 남자는 도박 중독자였고 폭력을 일삼았다. 결국 엄마는 서른두살에 두 딸만 데리고 도망쳤다. 1978년생 딸은 겨우 여섯살에 천도 공연단에서 돈을 벌었다. 아버지 곁에서 도망쳤을 때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엄마가 운영하는 천도 공연단에서 일하느라 학교는 거의 다니지 못했다. 좁은 집에서 엄마와 여동생과 엄마의 여자들과 함께 살았다. 두 여자의 삶은 같은 동아시아권에 살고 있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꽤 익숙하면서 가끔은 당혹스러울 만큼 낯선 서사의 파동을 나란히 그린다.광고 영화 ‘일상 대화’가 식탁에 마주 앉은 모녀의 대화를 중심축으로 진행된다면 에세이는 작가의 기억과 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그러나 기억의 주체는 오로지 ‘나’가 아니다. 기억의 주인은 아버지의 가정폭력과 성폭력에서 살아남은 딸 황후이전이기도 하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세계를 상대로 내내 주먹질을 불사한 부치 엄마이기도 하며, 돌봄의 화신인 여동생 후이줸이기도 하다. ‘부치 엄마의 여자들’ 챕터에 이르면 기억의 주인들이 화려하게 증식한다. 엄마의 연인들은 모습도 개성도 출신도 다 달랐지만, 전부 저자의 성장 과정에 무언가를 남겨주었다는 측면에서 넓은 의미의 엄마가 된다. 저메이카 킨케이드는 오직 자신의 유년기와 성장기를 담은 소설의 제목을 ‘내 어머니의 자서전’이라고 명명하면서 딸이 쓴 딸의 삶이 어떻게 어머니의 자서전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황후이전의 ‘나의 부치 엄마’는 딸이 기록한 딸과 엄마와 엄마의 여자들의 기억이라는 면에서 어떻게 여럿이 함께 쓴 ‘복수의 자서전’이 탄생할 수 있는지 당당하게 보여준다.광고광고 이주혜 소설가∙번역가이주혜 소설가
‘정상가족’ 바깥에서 모녀가 함께 쓴 복수의 자서전 [.txt]
이주혜가 다시 만난 여성 엄마는 담배를 피우고 마작을 즐기고 미인도를 수집한다. 엄마는 여자를 사랑한다. ‘힙하게’ 들리는가? 엄마는 서른두살에 어린 두 딸을 데리고 도망쳤다. 남편의 지속적인 폭력과 경제적 착취를 피해서다. 가업으로 대만의 민속 장례식 공연단을 이끌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