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김용호 사진·영상전 ‘남국재견’이 열리고 있는 제주 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5전시실 현장. ‘생동하는 유현’이란 제목 아래 돌문화공원의 숲과 갈대, 들꽃, 돌무리, 동자석 등의 섬세한 움직임과 기운을 포착한 단채널 영상이 전통 정가의 아련한 곡소리를 타고 흘러간다. 노형석 기자 광고“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조선시대 선비들이 마음 수양을 위해 듣고 불렀다는 정가 ‘이수대엽’의 나즈막한 선율을 타고 제주섬의 숲과 돌 풍경이 천천히 흘러간다. 새들은 지저귀고, 작은 풀꽃들은 살랑거리며, 돌확 구멍 속에선 물이 찰랑거리는 숲속 한구석을 카메라 영상이 비춘다. 서서히 시점을 상승시키며 나부끼는 억새풀밭과 고즈넉히 서있는 거석과 바위들, 무덤가에 모인 동글납작한 동자석 등으로 앵글을 옮겨간다. 보는 이의 눈을 멍하게 했다가 서서히 정화시키는 풍경을 연출한 촬영자의 시선에서 이면의 이야기를 표출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김용호 사진·영상전 ‘남국재견’이 열리고 있는 제주 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4전시실 현장. ‘석(石)―돌에 남은 제주인의 얼굴’이란 주제 아래 제주 숲과 무덤을 지키는 동자석을 다각도로 포착한 사진, 영상이 펼쳐지고 있다. 노형석 기자 이 영상물을 찍은 이는 패션·광고 사진 분야의 대가 김용호 작가다. 지난 수년간 국내 곳곳의 시공간에 얽힌 이미지 이야기 작업을 지속해온 그가 제주섬의 대자연과 인간 흔적을 찍은 사진·영상 근작을 들고 왔다. 한라산 기슭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 지난 5월부터 차린 특별전 ‘남국재견: 제주, 다시 보다―유현’(26일까지)에서 감상할 수 있다.광고 전시에서 김 작가는 제주섬의 자연과 석물에 깃든 굴곡진 역사와 기억의 흔적을 자기만의 사진 언어로 포착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노장 철학에서 ‘그윽하고 아득해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개념으로 제시했던 유현(幽玄)이라는 열쇳말을 내세워 이런 기억의 풍경을 해석하는데, 명암과 질감, 여백 등을 섬세하게 갈무리한 감각적 작법으로 자연 속 ‘유현’을 풀어서 보여주려 했음을 느끼게 된다.7m 넘는 한지에 제주돌문화공원의 거석들을 찍은 사진 이미지를 접합시켜 피그먼트프린트 기법으로 풀어낸 김용호 작가의 ‘유현’(幽玄) 연작의 세부. 노형석 기자 전시장은 이런 틀거지 아래 하늘, 땅, 사람, 돌을 주제로 한 1~4부의 사진·영상 70여점과 ‘생명’을 주제로 한 5부 대형 영상물 ‘생동하는 유현’으로 꾸려졌다. 작가의 시선뿐 아니라 보는 관객이 풍경 속에 어우러지는 상황을 의식적으로 설정하고 연출한 프로듀서의 시선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전통 음악 정가의 선율, 바람에 나풀거리는 숲바닥 들꽃·들풀의 영상, 눈보라 몰아치는 날 찍은 돌문화공원의 거석군을 7m 넘는 한지 화폭에 도열하듯 프린트해 펼쳐놓은 작업 등이 섬의 자연 공간을 거닐면서 보고 있다는 착시감에 빠져들게 한다.광고광고 같은 갤러리 6·7전시실에 차린 강태길 사진가의 기증 작품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뒤이어 보는 감흥도 예사롭지 않다. 삼나무와 소나무를 본격적으로 심기 이전인 1980~90년대 초지와 억새밭이 황금빛으로 물결치던 제주섬 동부 오름의 낯선 풍경을 포착한 사진들이다. 이제 더는 볼 수 없는, 가까운 과거 제주의 이면 풍광들이 애잔한 감상을 자아낸다.서울 사직동 공간 풀숲에 차린 유용예 작가의 신작 사진전 ‘두번째 살갗, 303.8㏊’ 출품작 ‘서바당_여름’. 공간 풀숲 제공 재단법인 숲과 나눔이 서울 서촌 사직동에 운영하는 공간 풀숲에도 제주의 자연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해녀 사진가 유용예 작가의 개인전 ‘두번째 살갗, 303.8㏊’ 현장이다. 해녀이자 가파도 어촌계장인 작가 자신과 동료 해녀들이 몸으로 보고 느낀 최근 제주 바다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 양상을 사진·영상과 설치물 등을 통해 구현한 전시회다. 과거 물질하면서 숱하게 캤던 해산물이 최근 급격히 줄면서 심란해진 해녀 어르신들의 모습과 바다 물살과 마주하는 작업 광경, 작가가 몸으로 겪으며 쌓은 가파도 어장 기록 등이 나왔다.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톳, 감태 등 해초가 사라지고 물질할 때 몸에 와닿는 미지근한 느낌 등을 담은 해녀 증언 기록 글도 사진과 함께 눈에 들어온다.광고서울 국제갤러리 케이(K) 2전시장에 내걸린 김경태 작가의 너트 정물 사진 연작. 노형석 기자 사진가들에게 영원한 단골 소재인 정물의 다기한 이미지 세상을 서늘한 분위기 속에 돌아다니는 기획전도 만날 수 있다. 서울 북촌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는 한국 제도권 사진계 간판이 된 구본창 작가가 자신을 포함한 9명 사진작가(정희승, 조성연, 김수강, 김경태, 박찬우, 구성연, 정정호, 조선희)의 정물 사진을 추려 갈무리한 ‘진동하는 사물들’전과 미국 사진 거장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회고전 ‘형태의 시학’이 19일까지 함께 열리고 있다. 볼트·너트의 세부를 촬영한 단편 이미지를 조합해 너트의 거대 초상화 이미지를 완성한 김경태 작가의 연작과 녹아내릴 설탕 조형물을 찍은 연작으로 욕망의 허망함을 암시한 구성연 작가의 작품 등 각기 다른 감성이 녹아든 정물 사진을 몰입하며 볼 수 있다. ‘형태의 시학’전에서는 꽃과 누드 등 정물을 그리스·로마 조각 같은 정연한 이미지로 정제하듯 표현한 메이플소프의 수작 20여점을 만나게 된다. 가로 세로 1m 넘는 크기로 뽑은 대작 3점을 보는 눈맛이 각별하다. 이 밖에 서울 강남역 앞 미진프라자 빌딩 22층 ‘스페이스 22’에서는 사진계 마당발로 불리는 아카이브 작가 곽명우씨가 지난 20여년간 포착한 숱한 사진계 사람들 초상과 전시의 기억을 간추린 이색 회고전 ‘사진바다 스무해의 얼굴들’을 22일까지 연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