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양양 읍내 거리 모습. 김희주 제공광고김희주 | 양양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여름을 좋아한다. 모든 면이 빠짐없이 어느 순간에도 다 좋은 건 아니다. 눈이 오면 밖으로 뛰쳐나갈 마음에 발이 바쁜 강아지 정도는 아니다. ‘아, 나가서 걷고 싶은데 자외선 차단제 바르는 건 좀 귀찮은데 어쩌지…’ 하고 반나절 정도 고민하다 집을 나선다. 그렇게 나가서 두피가 뜨끈뜨끈한 채 땡볕 아래를 걸으면서 ‘그래, 나 이거 좋아하지’ 하고 생각하는 정도다.선풍기만 틀어 놓은 방에서 낮잠을 자다 문득 더운 느낌에 깨서 잠시 멍하게 누워 있는 순간을 좋아한다. 최대한 불을 쓰지 않고 차린 밥상이라도 앉아서 먹는 동안 몸이 더워지는 걸 피할 수는 없다 보니 식탁에서 숨을 고르며 ‘아, 역시 여름이네’ 하고 깨닫는 것도 좋다.광고누군가는 양양을 설악산 단풍이 오색찬란하게 물드는 가을로, 해변 모래를 뒤덮는 하얀 설국의 겨울로, 오일장에 각종 나물이 앞다투어 데뷔하는 봄으로, 서퍼의 그을린 피부에서 이국을 떠올리는 여름으로 기억할 것이다. 지난 수년간 여러 계절을 겪은 내게 양양은 그 무엇보다 역시 ‘여름의 마을’이다. 특히 한낮의 읍내를 좋아한다.일터가 읍내 한복판, 전통시장 주차장 건물 내에 있다. 그 덕에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계절에 따라 방문객이 늘고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어지고, 노크도 없이 벌컥 사무실 문을 열고 “시장이 어디예요?”라고 묻는 사람이 늘고, 1층 화장실이 붐비기 시작하면 여름이다.광고광고같은 여름의 양양이라도 서핑이나 물놀이를 즐기는 바닷가와 먹거리를 사고 전통시장 구경을 하는 읍내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바닥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환각이 보일 정도로 기온이 뜨거운 날에는 읍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특유의 나른한 기운이 흐르는데, 이 광경을 좋아한다.일상에 다른 장면이 끼어들 때 익숙해서 놓치고 있던 것을 알아차린다. 가로수가 없어 뙤약볕 아래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읍내 중앙대로는 몇해 전 전선 등의 지중화 사업 과정에서 차도가 넓어지면서 인도가 좁아졌다. 그래서 여름에는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다 보니 평소보다 걷는 속도가 늦다.광고평소 젊은이보다 나이 든 사람이 많던 거리가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다채로운 인구 분포로 달라진다. 여행이 신나 금세 어디로든 튀어 나갈 준비를 마친 아이들과 그들을 챙기느라 이미 지친 어른들의 조합을 보며 길에 주차한 차가 너무 많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몸의 절반에 가까운 여행 가방을 한 손으로 끌고 남은 손으로 맛집이며 기념품 가게를 찾는 젊은이를 보면 인도가 좁아진 게 안타깝다.더운 날씨를 피해 상대적으로 시원한 계곡, 산, 바다를 찾는 ‘피서’. 그래서 산도 바다도 계곡도 있는 양양은 피서지로 제격이다. 나도 여름에는 해변을 찾아 물 위에 둥둥 뜬 서퍼들이나 꺅꺅 소리를 지르며 모래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바라보곤 한다. 너무 더운 날에는 한계령이나 미시령 휴게소에 올라 잠시나마 다른 세상에 간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하지만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읍내는 산도 바다도 계곡도 아닌 만큼 정석의 피서지가 아니다. 평소보다 붐비고 시끄럽지만 활기라고 하기엔 다소 모자란 공기가 떠다닌다. 이를테면 피서의 가장자리 정도라고 할까. 좋아하는 여름에 가장 좋아하는 곳이 바로 이 가장자리이다.그래서 올여름 휴가철 해변을 찾아 양양에 온다면 돌아가는 길에 읍내에 잠시 들러 보길 권한다. 도시의 이면도로에나 있을 법한 작은 상점과 전국 어디에나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퐁당퐁당 늘어져 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풍경 속에 약간의 인파와 소음이 잠시 섞여드는 느긋한 가장자리의 여름이 휴가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드러운 완충 역할을 해줄 것이다.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