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필자가 서울 공릉중학교 학생들에게 영화 수업을 하면서 촬영 관련 기자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필자 제공광고김기영 | 학교예술강사 ‘예술활동증명이 미완료되었습니다.’ 메시지를 보는 순간, 오히려 담담했다. 더 이상 철렁하고 마음이 내려앉지 않았다. 4년제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한 뒤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교예술강사로 활동했는데 10년이 흐른 지금, 나는 학교예술강사도 아니고 예술인도 아니다. 그간의 정체성을 부정당하고 있다.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2017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Arte·아르떼)의 학교예술강사로 활동했다. 2019년부터는 서울시교육청 예술강사로도 매 학기 활동했다. 영화 분야 예술강사로 학생들과 즐겁게 수업했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차고 행복했다. 그러나, 올해 나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단 한 시수도 배정받지 못했다.광고최근 몇년 사이 학교예술강사 예산이 87% 이상 삭감되면서 아르떼의 대다수 학교예술강사가 수업을 배정받지 못하거나, 배정받더라도 수업 시수가 확 줄어들었다. 나도 지난해부터 서울 지역 학교를 배정받지 못했고, 올해도 배정받지 못하여 0시수 강사가 됐다.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해마다 예술강사를 선발하는데, 올해 1학기에 처음으로 서류전형에서 떨어졌고, 2학기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도 내 이름은 없었다.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예술강사로서 경력은 늘었고, 경험은 쌓였다. 10년차 예술강사로서 아이들과 많은 수업을 했고, 예술강사의 현실과 처우 개선을 위해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피켓도 들고 글도 썼다.광고광고예술강사로 활동하는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활동을 병행했다. 노동법을 홍보하는 4부작 웹드라마를 찍었고, 기획작가로서 대규모 국악 공연에 참여했고, 전국 단위 공모전에서 대상도 받았다. 소규모 지역영화제에서 단편영화가 관객과 만났고, 인디그라운드 독립영화 라이브러리에는 내가 만든 작품이 등재됐다. 지난해에는 예술강사의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그 작품이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기한이 만료되어 가는 예술활동증명을 연장하지 못했기에, 나는 예술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되었다. 예전엔 예술인이었는데, 지금은 아닌 것이다.‘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2000년부터 시작된 국가 문화예술교육 정책으로, 아르떼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공동 협력하에, 전국 학교에 분야별 예술강사를 배치하고 지원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의 문화적 감수성과 인성·창의력을 향상시키고 학교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에 기여함과 동시에 예술인들이 예술 창작과 병행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라고 아르떼 누리집에 사업 목표가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양질의 일자리라는 말 대신, ‘교육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이라고 수정되어 있다.광고예술강사들은 오랫동안 초단시간 노동자로 분류되어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처우 속에서 일해왔다. 국정감사에서 계속 지적되고 있는 학교예술강사의 처우 개선에 대해 문체부와 교육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쁜 형국이다. 예술강사의 인건비는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새 정권의 공약을 보면서 2026년에는 나아질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2021년 10월 서울 공릉중학교 학생들이 교내에서 영상물을 촬영하고 있다. 필자 제공아이들을 사랑해서 학교예술강사가 되었다.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했고, 노동조건이나 사회적 처우가 좋지는 않아도 자긍심을 갖고 일했다. 처우 개선을 외쳤던 것은 특권을 바라서가 아니라, 그저 예술교육 노동자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정당한 대가를 바랐을 뿐이다.요즘은 생계를 위해 쿠팡 물류센터에 다니고, 코스트코에서 시식 아르바이트를 하고, 마트에서 군만두를 굽는다. 이 일이 50이 넘은 중장년층 여성에게 그나마 열린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영화 선생님’이 아니라 ‘여사님’이고, ‘일용직 알바생’이다. 10년 동안 학교예술강사로 활동했던 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나는 바뀐 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자꾸만 심사와 평가의 문턱 앞에서 탈락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누가 뭐라 해도 나의 정체성은 ‘학교예술강사’이다. 함께 완성한 영화를 보며 손뼉 치고 환호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나는 예술강사로서 다시 학교로 돌아갈 날을 꿈꾼다. 비록 서류는 나를 탈락시키고 예술가가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내가 학교예술강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마저 지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광고나는 학교예술강사 김기영이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학교예술강사는 소모품이 아니다 [6411의 목소리]
김기영 | 학교예술강사 ‘예술활동증명이 미완료되었습니다.’ 메시지를 보는 순간, 오히려 담담했다. 더 이상 철렁하고 마음이 내려앉지 않았다. 4년제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한 뒤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교예술강사로 활동했는데 10년이 흐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