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광주광역시 동구 은암미술관에서 ‘만인화전’을 연 박종석 작가가 가장 좋아한다는 김성용 신부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광고지난 19일 오후 방문한 광주광역시 동구 은암미술관은 수천장의 초상화가 전시장 바닥과 벽면을 덮고 있었다. 묵묵히 정면을 응시하는 윤상원 5·18민주화운동 시민군 대변인부터 동래학춤 명인 박소산 선생, 노무현 대통령, 김성용 신부, 호찌민 베트남 주석 등 시대와 국가, 종교를 초월한 다양한 인물들을 볼 수 있었다. 미술관 입구에서는 박종석(70) 한국화 작가가 전시장을 방문한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얼굴을 그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1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그림을 완성한 그는 “만난 사람들은 모두 그리려고 한다. 시간이 없으면 사진을 찍어 나중에라도 그린다”고 말했다.박 작가는 이곳에서 지난 1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만인화전’을 연다. 2000년대 초반부터 그려온 1만명의 얼굴 스케치 중 5000명을 골라 3000명을 우선 전시하고 나머지 2000명도 선보일 계획이다. 박 작가는 그동안 히말라야·인도·터키·브라질·파키스탄 등 전세계 풍경과 석현 박은용(1944∼2008), 항일의병지사 김도숙(1872~1943) 등 역사적 인물을 작품으로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인물화로 채운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작가에게 인물화를 그려온 이유와 작품에 담긴 의미를 들어봤다.“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잖아요. 예를 들어 우리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그 밑에서 싸우다 숨진 이름 없는 민초들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모두가 삶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을 그림을 그려봤어요.”광고박 작가는 전시장 벽면에 걸린 초상화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전시는 크게 ‘탁세’(혼탁한 세상) ‘수류’(흐르는 물) ‘화개’(활짝 핀 꽃)로 소주제를 나눠 전두환을 비롯한 윤석열·김건희 부부 등 반민주화 세력들과 이들에 맞선 인물을 소개한다. 전시장 입구에는 소설 ‘녹두장군’을 쓴 송기숙(1935∼2021) 소설가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동안 전시에서 다루지 않아 미안한 마음에 전시 첫 작품으로 걸었다고 한다.광주 은남미술관서 다음달 2일까지 5천명 초상 보여주는 ‘만인화전’ 전시장 작품 부착에만 3일 걸려광고광고“역사에 묻힌 민초들 기억하기 위해 만난 사람은 사진 찍어서라도 그려 광주항쟁 참여 못해 평생 부채의식 오월영령·시민들 초상 남기려 했죠” 광주광역시 동구 은암미술관에서 다음달 2일까지 열리는 박종석 작가의 만인화전 모습. 김용희 기자1층은 대형작품 위주로 꾸미고 2층은 인물 초상화로 구성했다. 박 작가는 7명이 꼬박 3일 동안 작품을 부착했다고 설명했다. 2층 중간에는 150호 크기로 ‘오월의 사제’ 김성용(92) 신부 그림이 있었다. 박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박 작가는 “김 신부님은 매우 훌륭하신 분이지만 본인을 드러내지 않으신다. 그래서 더 좋다”고 말했다.광고박 작가가 인물화를 그려온 배경에는 비극적인 가족사와 개인사가 있다. 그의 외할아버지 조남섭(1913∼1953)은 일본 메이지대학을 졸업한 뒤 항일운동에 뛰어들었고 박헌영의 남조선노동당(남로당) 지하조직원으로 활동했다. 1946년 화순탄광 노동자 시위, 1948년 황해도 해주 전국인민대회 참석 등 남북한을 오가며 활동했던 조남섭은 1950년 6·25전쟁 때 북한군 간부로 남하했다가 체포된 뒤 1953년 석방, 월북했다가 김일성에 의해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작가는 해군사관생도를 꿈꿨지만 해군사관학교 입학이 좌절되는 등 그와 가족들은 연좌제에 시달렸다.광주광역시 동구 은암미술관에서 ‘만인화전’을 연 박종석 작가가 인물화를 그리고 있다. 김용희 기자이후 박 작가는 해군 특수전전단(UDT) 예하 부대에서 사병으로 복무하던 중 1979년 부마항쟁을 경험했다. 박 작가의 부대는 경남 창원에 투입되며 시민의 야간통행을 감시했다. 이듬해 2월 제대하고 3개월 뒤인 5월18일 5·18민중항쟁을 맞았다. 특수부대의 무서움을 알았던 그는 전남 화순 외가로 피신하며 화를 피했으나 평생 부채의식 속에서 살고 있다.박 작가는 “외할아버지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을 지켜보며 생긴 마음속 응어리를 그림으로 풀어내곤 했다”며 “5·18 때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오월 영령과 광주 시민들의 얼굴을 그려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고 말했다.만인화를 넘어 십만인화에 도전하겠다는 박 작가는 외할아버지의 얼굴을 그리는 게 올해 목표다.광고박 작가는 “외할아버지는 사진 한장 남아 있지 않지만 어머니와 이모 얼굴을 토대로 초상을 만들어보려고 한다”며 “외할아버지의 기록을 책으로도 펴내 우리 가족의 비극사처럼 근현대사의 이면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이름 없는 인물도 삶의 주인공…만난 사람은 다 그렸죠”
지난 19일 오후 방문한 광주광역시 동구 은암미술관은 수천장의 초상화가 전시장 바닥과 벽면을 덮고 있었다. 묵묵히 정면을 응시하는 윤상원 5·18민주화운동 시민군 대변인부터 동래학춤 명인 박소산 선생, 노무현 대통령, 김성용 신부, 호찌민 베트남 주석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