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김구림 작가가 24일 자신의 신작 개인전 전시장으로 지목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갤러리 플레이스막 건물을 포크레인을 동원해 부순 뒤 잔해 위에 채색 구 조형물을 등장시키는 ‘소멸에서 생성으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플레이스막 제공광고90살 원로 작가가 자신의 전시 개막날 갤러리 공간을 박살내고 뜯어버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이 파격적 기행의 주인공은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구림 작가. 그는 24일 오전 11시45분, 자신의 신작 개인전 전시장으로 지목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갤러리 플레이스막의 단층 건물 두동 앞에 포크레인 한대와 인부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지병으로 몸이 불편한 그는 휠체어에 앉은 채 갤러리 건물 앞 골목길에 이르자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 포크레인이 지붕과 벽체를 깨부수고 잔해를 치우는 철거 퍼포먼스 작업을 지휘하며 지켜봤다.김구림 작가가 자신의 신작 개인전 전시장으로 지목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갤러리 플레이스막 건물. 플레이스막 제공

낮 12시. 불과 10여분 만에 첫번째 전시장 건물의 윤곽이 사라질 즈음, 폐허 더미 위에 천에 공기를 넣어 부풀린 지름 5m짜리 채색 구 조형물이 등장했다. 그는 부축을 받으며 건물 폐허 속으로 걸어가 조형물과 주변에 쌓인 잔해에 날짜와 자신의 이름을 적는 서명 작업을 벌였다. 뒤이어 자리에 몰려든 젊은 작가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이후 포크레인의 정리 작업을 지켜보는 것으로 퍼포먼스는 마무리됐다.광고자신의 전시를 알리는 오프닝(개막) 행사를 전시장을 통째 헐고 없애버리는 것으로 대신한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행에 가깝다. 김 작가는 이날 자신의 전시 퍼포먼스 제목을 ‘소멸에서 생성으로’라고 명명하면서 사실상 생애 마지막 전시가 될 이번 퍼포먼스 이벤트를 통해 세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전시 오프닝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김구림 작가가 24일 자신의 신작 개인전 전시장으로 지목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갤러리 플레이스막 건물을 포크레인을 동원해 부순 뒤 잔해 위에 채색 구 조형물을 등장시키는 ‘소멸에서 생성으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플레이스막 제공김구림 작가가 24일 자신의 신작 개인전 전시장으로 지목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갤러리 플레이스막 건물을 포크레인을 동원해 부순 뒤 잔해 위에 채색 구 조형물을 등장시키는 ‘소멸에서 생성으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노형석 기자그는 지난해 8월 플레이스막의 유기태 대표가 전시장 리모델링 계획을 밝히면서 기존 건물을 작가를 위한 오브제로 오마주(헌정)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뒤 이런 철거 퍼포먼스를 구상했다고 한다. 낡은 기존의 시간과 공간들이 세월이 가면서 닳고 사라지는 숙명과 이후 새로운 세상과 우주가 다시 나타나는 순리를 건물의 철거라는 행위와 우주를 표상한 채색 구 조형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김 작가와 유 대표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 전 서너달 동안 서대문구청, 인근 주민들과 대화를 거듭하며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광고광고“현대미술 작가들은 평생 상업화랑이나 미술관의 사각 공간에 작품을 갇힌 채로 전시하면서 삶을 소진하잖아요. 죽을 때가 가까워지니 그런 답답한 격식이 진저리나게 싫어서 구십 나이에 시도해본 겁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1968년 경복궁 안에 있던 옛 국립현대미술관(조선총독부 미술관이 전신) 건물을 광목천으로 싸는 퍼포먼스를 했다가 이틀도 안 돼 철거당했던 아쉬움을 풀어내는 한풀이의 의미도 있어요. 그런 회한을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때 지금 서울관 건물을 광목으로 싸는 퍼포먼스로 풀려고 했던 건데, 허락해주지 않아서 못했죠. 그걸 이번 플레이스막 철거 퍼포먼스로 풀어낸 것이니 감개무량하다는 느낌도 듭니다.”김구림 작가가 24일 자신의 신작 개인전 전시장으로 지목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갤러리 플레이스막 건물을 포크레인을 동원해 부순 뒤 잔해 위에 채색 구 조형물을 등장시키는 ‘소멸에서 생성으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플레이스막 제공김 작가는 이날 철거 작업에서 나온 주요 잔해들에 일일이 서명해 현장을 지켜본 참석 작가와 갤러리 관계자들에게 나눠줬다. 푸른 빛, 누른 빛, 붉은 빛이 아롱진 채색 구 조형물의 쪼그라든 잔편과 좀 더 큰 지붕의 금속 잔해들은 1~2달 뒤 리모델링된 플레이스막 건물 뼈대가 세워질 즈음 건축 현장에서 즉석 전시하겠다는 게 갤러리 쪽 구상이다.광고김구림 작가가 24일 자신의 신작 개인전 전시장으로 지목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갤러리 플레이스막 건물을 포크레인을 동원해 부순 뒤 잔해 위에 채색 구 조형물을 등장시키는 ‘소멸에서 생성으로’ 퍼포먼스를 펼치고 나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플레이스막 제공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