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서울여성회 등 154개 여성시민단체가 주최한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10주기 추모 행동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가 열리기 전 한 참가자가 팻말을 들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광고 권김현영 | 여성현실연구소장 2025년 4월, 서울 미아동의 한 마트에서 장을 보던 6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김성진은 범행 전 매장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향해 ‘일베 인증 손동작’을 취했다. 그는 경찰에 영상이 증거로 남을 것을 예상해 일베에 마지막 인사를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사건 이후 살해된 여성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2016년 5월 강남역에서 일어난 여성살해 사건 이후, 포스트잇은 여성살해를 추모하는 페미니스트 행동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광고 하지만 임시로 만들어진 이 소박한 추모 공간에 굳이 찾아와 포스트잇을 뜯어내고, 이 사건은 여성혐오와 무관하다며 페미니스트를 향해 욕설을 쏟아낸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행동 역시 일베에 ‘페미니스트를 참교육한 썰’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의 관중이 되어 여성살해를 영웅담으로 소비하는 일베는 미아동 살인사건을 설명하는 중요한 매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이 범죄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사용되지 않았다. 수사기관은 김성진을 사이코패스라고 규정했고, 불특정다수를 향한 이상동기범죄로 규정했다. 2026년 5월, 광주에서 귀가 중인 여고생을 15분간 미행한 끝에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장윤기의 범행 전 행적이 하나씩 밝혀지는 중이다. 그는 사회복무요원 시절 지역아동센터에서 여중생을 일곱차례 불법촬영했고, 직장 동료였던 이주여성 노동자를 오랜 기간 스토킹하고 감금하고 성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의 거주지에서는 여성 형상의 리얼돌이 가슴과 목이 훼손된 채 발견되었다. 리얼돌 훼손, 불법촬영, 스토킹, 성폭행, 감금, 여성살해까지 그가 저지른 범죄목록은 그대로 ‘여성에 대한 폭력’의 하위 범주 목록과 일치한다.광고광고 두 사건 모두 ‘묻지마 범죄’나 ‘이상동기’와 같은 이름으로 분류되었고, 가해 동기에서 성별이라는 변수는 지워졌다. 하지만 피해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 일상 공간에서 일면식 없던 여성이 표적이 되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영국의 범죄학자 캐럴라인 마일스와 엘리자베스 쿡은 여성살해 대부분이 친밀한 관계 내에서 벌어진다고 알려져 있는 탓에 ‘비친밀 맥락의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오히려 비가시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 대상 살인사건이 남성 대상 살인에 견줘 친밀한 관계 내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점만 강조하면, 여성에 대한 폭력이 어떤 연속성 위에서 일어나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김성진과 장윤기 사건을 보면, 각각의 폭력들이 단계마다 끊어진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어떻게 서로를 강화하고 정당화하는지를 알 수 있다. 페미니스트 미디어 연구자 캐런 보일은 개별적으로 보이는 폭력들이 어떤 연결고리를 통해 이어지는지를 분석의 중심에 두고 이를 ‘폭력의 연속체’와 ‘연속체의 다중성’으로 설명한다. 그는 폭력이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 보면 장윤기의 집에서 나온 훼손된 리얼돌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다.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은 리얼돌이 (여성의) 무해한 대체물이 아니라 ‘여성’을 원하는 대로 통제하려는 남성의 욕망을 물질화한 사물이며(한준희, 2023), 여성의 몸을 분절하고 조립·해체할 수 있는 부품으로 배치하는 ‘여성화 장치’로 작동한다고 분석한다(김주희, 2025). 여성 형상의 신체를 조각내는 연습과 실제 여성을 향한 스토킹·성폭행·살해는 같은 연속체 위에서 서로를 예비하고 강화하는 마디들이다.광고 문제는 현행 정치와 정책이 이 연속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가는 이런 죽음을 이상동기범죄로 분류할 뿐, 성별 동기를 코딩하는 체계도, 사건의 맥락을 검토하는 절차도 두지 않는다. 3년마다 발표되는 여성폭력 통계가 친밀한 관계 내의 폭력과 살인으로 범위를 넓힌 것은 진전이지만, 비친밀 맥락의 여성살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분석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여성혐오로 촉발된 여성살해의 구조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개별 사건을 저마다 다른 동기를 가진 별개의 일탈로 환원하는 해석을 그만두고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미아동의 마트와 광주의 골목은 관할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분할되고 여성혐오가 여성살해의 동기로 이해되지 못하기 때문에 연결되지 못한다. 불법촬영 화면 속 여중생, 훼손된 리얼돌, 스토킹 당한 이주여성, 살해된 여고생과 60대 여성. 이들을 잇는 선을 끝내 그리지 않는 것은 지식의 한계가 아니라 정치의 선택이다.
서울 미아동·광주 여성살해, 그 폭력들은 이어져 있다 [권김현영의 사건 이후]
권김현영 | 여성현실연구소장 2025년 4월, 서울 미아동의 한 마트에서 장을 보던 6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김성진은 범행 전 매장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향해 ‘일베 인증 손동작’을 취했다. 그는 경찰에 영상이 증거로 남을 것을 예상해 일베에 마지막 인사를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