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길거리에서 마주친 여자 고등학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의 수사 담당 경찰관이 증거 인멸 등의 혐의로 지난 8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 권김현영 | 여성현실연구소장 이채원 학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의 부친이 아들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던 걸 보여주는 정황 증거인 리얼돌을 조각내 폐기하고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불태운 것이다. 이 과정에 가담한 담당 수사관들은 줄줄이 입건되고 있지만 정작 증거인멸을 주도한 부친은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형법 제151조 2항과 제155조 4항이 친족이나 동거 가족의 범인도피와 증거인멸을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광고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중대 범죄를 다루는 형사법 영역에 이토록 관대한 예외가 남아 있다는 것은 한국 법체계 전체를 두고 보아도 이례적이다. 다른 영역의 법 제도는 이미 정반대 방향으로 변화했다. 재산범죄에 적용되던 친족상도례는 최근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으며 사실상 효력을 상실했다. 친족 성폭력과 아동학대 역시 더 이상 ‘가족 내부의 일’로 취급되지 않는다. 성폭력처벌법은 친족에 의한 성폭력을 가중 처벌하며, 아동학대처벌법은 직접적인 학대뿐 아니라 방조와 묵인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친족 성폭력은 피해자가 가해자와 일상적으로 얽혀 있어 신고가 어렵고, 아동학대는 보호자 자신이 가해자이거나 은폐자일 수 있기 때문에 가족 내부의 자율성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점이 반복해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친족 성폭력과 아동학대 영역에서 법은 더 이상 이 문제를 가족 내부의 일이 아니라 공권력이 개입해야 할 문제로 방향을 전환해왔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면책의 근거에서 가중 책임의 근거로 바뀌었다. 가족 내 문제일수록 공권력이 적극 개입하지 않고서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뼈저린 현실이 입법을 움직인 결과다. 그런데 범인도피와 증거인멸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가족의 은폐가 법적으로 용인된다. 2005년 헌법재판소의 호주제 헌법불합치 결정은 부계 혈통 중심의 수직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족 질서를 국가가 더 이상 승인하지 않겠다는 역사적 선언이었다. 이에 따라 민법의 가족편이 전면 개정되었고, 형법 등 다른 법률에서도 잔존하던 ‘호주’ 개념을 지우는 후속 작업이 이어졌다. 범인도피와 증거인멸을 다루는 형법 제151조와 155조의 친족 특례 조항이 개정된 것도 이때다. 기존 조항에 명시되어 있던 ‘친족, 호주 또는 동거의 가족’이라는 문구에서 ‘호주’라는 두 글자가 삭제되었다. 문제는 이 개정이 기계적인 단어 삭제에 그쳤다는 점이다. 국가가 사적 결속을 공적 정의보다 우위에 두는 낡은 법 감각은 전혀 해체되지 않은 채 ‘친족 특례’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법전에서 가부장적 가족의 형식적 껍데기는 치웠을지언정, 범죄를 덮어주는 혈연 카르텔에 국가가 면죄부를 주는 구조적 본질은 그대로 유지된 셈이다. 현실에서 이 특례는 자본과 정보, 지위를 갖춘 가족한테 주로 유리하게 쓰이며 혈연 중심의 권력 구조를 공고히 하는 방패로 작동한다.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가족이 한 일이라 몰랐다”는 책임 회피도 이러한 뒤틀린 가족주의와 맞닿아 있다.광고광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와 이창동 감독의 ‘시’는 가족과 폭력의 관계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마더’의 어머니는 아들의 살인을 알게 된 뒤 진실을 은폐하며 모성을 범죄의 방어막으로 쓴다. 반면 ‘시’의 할머니는 손자의 집단 성폭력 가담 사실을 알게 된 뒤 돈으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가해자 부모들의 카르텔에서 이탈해 손자를 고발한다. 가족은 폭력을 덮는 은폐막이 될 수도 있고, 혈연을 넘어 피해자의 편에 서는 윤리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현재의 친족 특례 조항은 ‘시’의 윤리보다 ‘마더’의 은폐를 제도적으로 승인하고 있다. 최근 이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 보완수사권’을 폐지해야 하느니 마느니 하는 수사권 논쟁으로 쟁점을 옮겨가고 있다. 논의의 핵심은 수사권의 향방이 아니라 권한을 가진 자가 이를 남용했을 때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정치인이든, 사회적 권력과 지위를 가진 이들이 가족의 범죄를 덮기 위해 공적 권한을 악용했다면 그 권력의 무게만큼 더 엄중한 책임을 묻는 방식의 입법적 전환이 필요하다. 친족 특례를 완전히 폐지하고 반사회적 가족이 누려온 부당한 특권을 철폐하는 데로 나아가야 공적 권한마저 가족의 이름으로 사유화하여 범죄를 덮어온 낡은 가족주의와 결별하고 사회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광고
친족 특례와 반사회적 가족주의 [권김현영의 사건 이후]
권김현영 | 여성현실연구소장 이채원 학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의 부친이 아들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던 걸 보여주는 정황 증거인 리얼돌을 조각내 폐기하고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불태운 것이다. 이 과정에 가담한 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