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 4월9일 전남 순천시 청년도전지원사업 참여자와 함께한 노동인권 강의 모습. 김신 제공광고김신 | 전남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청소년 노동인권 강사는 태생적으로 시한부이다. 노동인권을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하고 담당할 교사를 양성한다면 굳이 외부 인사를 강사란 이름으로 학교에 부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노동인권뿐만 아니라 보편적 인권, 환경, 젠더, 평화, 공동체 등 민주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가치 교육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청소년이 주체적 민주시민으로 살아갈 소양을 쌓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교육의 본질일 텐데 학교는 이를 외주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외부에 역량을 갖춘 강사가 줄지어 서 있는 것도 아니다. 나도 우연히 35시간의 양성 과정을 수료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강사가 되었을 뿐이다. 다른 가치 교육 분야나 다른 지역의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전남지역 노동인권 쪽은 기존 강사의 이탈이 잦고 새 지원자는 많지 않아 늘 강사 역량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광고현재 어렵게 20여명의 강사진을 유지하고 있는데, 수업이라 해봐야 44개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학년별로 2시간씩 하는 것이 전부이고 인문계고와 중학교에서는 요청이 있을 때만 선택적으로 진행한다. 수업 수가 적다 보니 평균 강사 수입은 고작 연 1천만원 정도지만 활동에 수반되는 온갖 비용을 스스로 감당하고 사무국 운영비까지 추렴해 분담하고 있다. 이탈이 잦을 수밖에 없다. 결국, 남아 있는 강사는 퇴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거나 퇴직 노동조합 활동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다. 이들 네다섯명을 디폴트로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는 프리랜서들이 들쭉날쭉하며 그때그때 공백을 메우는 실정이다. 강사 역량을 유지하기도 수업의 질을 담보하기도 어렵다.전남도교육청은 이 강사들을 외부 전문가라며 입에 발린 소릴 하지만 그냥 값싼 특수고용노동자에 불과하다. 교육공동체 운운하며 지역사회의 교육 참여라는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전형적 외주화일 뿐이다. 심지어 도교육청은 시간당 강사비와 보수교육비 일부만을 지급해놓고 신임 강사 모집부터 수업 신청 접수, 강사 배치와 수업의 질 관리 등 일체의 행정사무를 강사들에게 무급으로 떠넘기고 있다. 따라서 강사들에게는 역설이지만 이 외주화를 멈추는 것이 곧 노동인권 교육의 진보일 터다.광고광고사실 전남에서 10여년 전 노동인권 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최소한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만이라도 노동인권을 정규 교과로 편성할 것과 담당 교사를 양성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 이행기 동안 시한부로 외부 강사진이 교육 공백을 메우겠노라고. 그렇게 시작한 지 몇년 지나지 않아 30여명의 교사가, 강사진이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해 마련한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장밋빛 전망을 한 적도 있었다. 그 후로 급기야 노동인권 인정 교과서까지 나왔다. 비록 노동인권이 필수과목은 아니지만 한 학기 선택과목으로 공식화된 것이다. 이제 외부 강사 역할의 수명도 끝나가는가 싶었다. 강사 중에는 아쉬움을 토로한 이도 있었지만, 이것이 진보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그런데 아직 44개 실업계 고등학교 가운데 단 한 학교도 노동인권 과목을 한 학기 교과목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외부 강사들의 수명은 그만큼 늘어났고 노동인권 교육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올해도 강사 몇명이 이탈하였고 신임 강사를 모집해 부족한 인원을 힘겹게 보강했다.광고다행히 전남과 행정통합이 한창인 광주광역시에서는 14개 실업계고 가운데 절반가량이 노동인권을 정규 과목으로 선택해 교사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교과목처럼 중간시험과 기말시험도 친다고 한다. 1970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노동자도 인간이다!’를 외치며 분신한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에 관한 생각을 묻고, 2026년 5월1일 ‘노동절’의 역사적 의미를 찾으라고 하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에 대해 토론해보라고.이번 행정통합이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알 수 없으나 외부 강사의 시대적 역할 종료를 앞당기는 것이길 바란다. 이제 직업계고의 노동인권 교육은 정규직 교사에게 넘기고, 우리 ‘특고’ 강사들은 또 다른 시한부일지라도 인문계 고등학교와 중학교로 갈 수 있기를.※ 노회찬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