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영화 ‘3학년 2학기’. 작업장 봄 제공광고하종강 |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노동아카데미 한 학기 수업을 마무리하는 수료·졸업식이 있는 날 아침 무렵이었다. 우연히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가 고생하던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공장 알바까지 했다”고 말하다가 목이 멘다. 공장 알바를 하러 아침에 일찍 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부모님이 우셨다는 사연을 전하다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출연자나 부모님을 탓하거나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로 바늘 끝만큼도 없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의 모습이고 우리 사회의 대중적 정서다. 그냥 그날 수료·졸업식에서 내가 만나게 될 사람들 중에는 그 공장 일을 거의 평생 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멈칫했을 뿐이다.집권 여당 당원들에게 대통령이나 당대표보다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진 언론인이 있다. 공중파에 잘 나오지 않는 거물 정치인도 그 사람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에는 비교적 자주 출연한다. 며칠 전에는 청와대 정책실장이 그 프로그램에 나와 호남 지역 반도체 관련 대규모 투자에 대해 언급하면서 “숫자가 낯설 정도로 큰 액수”라고 강조한 것이 다른 언론 매체들에 연이어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광고전해 들은 이야기이지만, 그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를 가진 어떤 이가 사석에서 그에게 “노동에는 관심이 없으시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명쾌하게 답하더란다. 잠시 그 사람과 함께 일했던 방송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그분은 노동 문제에는 관심이 거의 없다”고 답한 것으로 보아 사실일 듯싶다. 그 언론인을 탓하거나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로 바늘 끝만큼도 없다. 그것이 우리 사회 대중의 정서이고 엄연하고도 냉정한 현실이다.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노동자이거나 노동자 가족인 우리 사회에서 ‘노동’은 소수의 문제로 다루어진다.‘3학년 2학기’라는 영화가 소리 소문 없이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소리 소문 없이”라고 했지만 ‘노동’이라는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꽤 소문이 나 있는 영화다. 지난해 9월 정식 개봉 이후 대부분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독립·예술영화 상영관과 학교, 노동단체 등을 통해 꾸준히 관객과 만나며 10개월째 여전히 ‘상영 중’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영화 동아리 ‘언어와의 작별’ 학생들이 강당을 빌려 상영하면서 이란희 감독, 신운섭 피디와 함께 관객과의 대화(GV)를 했다. 나에게 도슨트 역할을 부탁해 기꺼이 맡았다.광고광고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하며 겪게 되는 여러가지 일들이 영화의 중심 내용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온 실습생들이 겪을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일이 벌어지지만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신기할 정도로 단 한번도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실습생들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구호가 언제쯤 나올까 기다렸지만 영화는 끝내 관객의 상투적 기대를 무참히 저버리는 것으로 가슴에 더욱 깊은 흔적을 남긴다.내가 지금까지 만난 특성화고 학생들, 교사들의 실제 모습과 너무 닮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평론가들은 이란희 감독 작품의 그러한 특징을 ‘일상성’과 ‘진정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주변의 평범한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조금의 과장도 없이 그려내 그것이 ‘소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이라고 저절로 느끼게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지금까지 각종 영화제에서 “19관왕”을 거머쥐었다.광고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다가오면 “수능 대박!” “너의 힘찬 출발을 응원해!” 등 온갖 격려 문구가 전국의 거리를 도배하다시피 덮는다. 그런데 그 수능 시험과 관계없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기술계고 학생들이 17만명가량이나 된다. 그 청소년들 중에서도 10% 안팎이 수능 시험을 보지만 대다수는 그 응원 구호와 별로 관계가 없다. 특성화고 학생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대학에 진학하지만 수능 시험이 아닌 다른 경로로 진학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누구나 다 대기업 정규직이나 의사·변호사·교수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는 영화 속 주인공 창우처럼 평범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그 평범한 존재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우리 사회가 진심으로 격려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으면 하는 것이 영화를 만든 신운섭 피디의 바람이다.영화 ‘3학년 2학기’를 본 관객들이 다른 관객들을 초청하는 “수능 너머, 모두의 ‘출발’을 응원합니다!” 캠페인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