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리사 쿡 연방준비제도 이사가 지난 1월21일 미국 워싱턴의 연방대법원 밖을 걸어가고 있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쿡 이사 해임 시도를 심리하고 있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광고미국 연방대법원이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독립 규제기관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같은 날 연준의 독립성은 별도로 보호돼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이사 해임 시도에는 제동을 걸었다.대법원은 2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 슬로터’ 사건에서 찬성 6명, 반대 3명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몫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이던 리베카 켈리 슬로터를 해임한 조처를 인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슬로터를 해임하면서 어떤 비위 사실도 제시하지 않았고, “행정부의 우선순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 통보했다. 대법원은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을 “비효율, 직무태만, 직무상 위법행위”가 있을 때만 해임할 수 있도록 한 연방법 조항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이 정책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을 마음대로 해임할 수 없도록 한 1935년 판례를 91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의견에서 “우리 헌법은 3부를 창설했지만 대통령은 단 한 명뿐”이라며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하급자는 대통령에 의해 해임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연방거래위원회가 미국 경제 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약 80개 법률을 집행·관리하고, 조사·행정심판·민사소송 제기까지 수행한다며 이는 “법 집행의 본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기업의 불공정 경쟁과 독점 행위, 소비자 기만·사기 행위를 감시·제재하는 미국의 독립 규제기관으로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사하다.광고이번 판결은 행정부 권한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귀속된다는 이른바 ‘단일 행정부 이론’을 지지하는 진영의 큰 승리로 평가된다. 의회가 만든 독립기관이라도 행정권을 행사하는 인사는 대통령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원자력규제위원회,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 등 다른 독립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대통령 권한과 관련해 역사상 가장 중요한 판결 중 하나”라고 환영했다. 반면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엘리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이 동참한 반대의견에서 “다수의견은 미국 정부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며 “수십개 독립위원회가 순수한 행정기관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광고광고그러나 대법원은 같은 날 ‘트럼프 대 쿡’ 사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법원은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쿡 연준 이사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보수 성향의 로버츠 대법원장과 캐버노 대법관이 소토마요르·케이건·잭슨 등 진보 성향 대법관 3명과 연합해 다수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의혹을 들어 해임을 시도했지만, 대법원은 쿡 이사에게 혐의 내용을 설명하고 반박할 기회를 주는 절차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봤다.로버츠 대법원장은 연준 이사가 14년 임기를 보장받고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해임될 수 있다며, 연준의 역사적·제도적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준의 경우 “독립성의 사실뿐 아니라 독립적으로 보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쿡 이사 의혹의 사실 여부나 최종 해임 가능성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절차를 보완해 다시 해임을 시도할 여지는 남아있다.광고대법원은 여름 휴회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권한 행사와 관련한 주요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30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 사건 등 4건을 선고할 예정이다.워싱턴/김원철 특파원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