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 지난 19∼20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창립 25주년을 기념하는 소속 단체 워크숍에 39개 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유지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이 워크숍 시작을 알리는 환영사를 하고 있다. 유 회장은 다발성경화증으로 30년 넘게 투병 중인 희귀질환자이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제공 광고지난 19∼20일 39개 희귀질환과 난치성 질환 환자단체 대표들이 모였다. 금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해서 토요일 오후 2시까지 1박2일 24시간 동안 열띤 토론과 쏟아지는 질문으로 뜨거웠다. 우리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25주년 기념 워크숍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1박2일 동안 신속등재제도라는 단어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선 다 치료받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왜 치료받을 수 없나’ ‘그래서 이민 간 사람도 있다’ ‘어린 환자들은 치료제 사용이 되지만 성인 환자들은 왜 치료받지 못하나’ ‘2012년에 치료제가 나왔는데 여태 우리 환자들은 못 쓰고 있다’ 등등 당장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는 현재 상황에 대한 사실을 토로하고 질문이 쏟아졌으나, 신속등재제도에 대해 상세하게 묻거나 궁금해하는 분은 없었다. ‘되면 좋지요’ ‘되어야지요’ ‘당장 되겠어요?’ ‘시간이 걸리겠지요’ 정도였다. 그렇다고 우리 환자들이 신속등재제도를 반대하거나 관심이 없는 거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이는 환자들에게 당장 신속하게 필요한 건 제도보다 치료제라는 의미이다. 아마도 신속등재제도가 ‘그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묵은 치료제를 다음달부터 사용 가능하게 하는 제도’라고 한다면 관심은 폭발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속등재제도는 허가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치료제에 해당하는 것이지 묵은 치료제에는 해당하지 않는 제도다. 이에 따라 당장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은 신속등재제도를 ‘여전히 시간이 걸리는 신속하지 못한 제도’로 볼 수밖에 없다. 광고 희귀·난치질환자와 가족들을 아우르는 환자단체의 입장에서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제도 도입은 필요하다. 치료제 접근성은 행정절차가 빨라지는 단순한 제도 개선 문제가 아니다. 치료가 늦어지는 사이 질환은 진행되고, 회복 불가능한 손상이나 생명이 위험한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그래서 신속등재는 꼭 필요하다. 그럼에도 묵은 치료제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오늘날 상황처럼, 환자가 실제로 치료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신속등재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아마도 이 글이 실리는 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미 정해진 신속등재제도가 통과될 것이다. 그 내용이 공개되기 전이라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달 전인 5월27일 신속등재제도 공청회 토론 때 나는 “제도 어느 곳에도 환자 의견을 수렴하는 조사나 환자 참여 위원회의 모습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면서 어째서 환자는 다 빠져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 쪽 패널 세 분이 한결같이 “공감한다”며 “환자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답했던 것을 기억한다. 내가 기억하는 걸 그분들이 잊지 않았길 바란다. 광고광고 당시 정부에선 신속등재와 사후관리의 균형을 강조했다. 좋다. 여기에 ‘실제 치료 접근성’과 ‘사후관리 시 환자 보호장치’가 제도 안에 명확히 들어가야 한다는 게 환자의 입장이다. ‘실제 치료 접근성’이란 치료제가 등재됐더라도 지금까지처럼 연령제한이 있거나 조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악화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중증도 기준, ‘재발 2회 이상’과 같이 질환이 더 나빠진 뒤에야 사용할 수 있다는 등, 실제론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는 제한 기준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후관리 시 환자 보호장치가 필요한 이유는 사후 평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이 환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환자 수가 적고 임상 근거 축적이 어렵다. 따라서 선 등재 후 실사용 자료를 모아 사후 평가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엔 동의한다. 하지만 치료제 허가부터 약가 협상, 자료 제출, 공급망, 사후 평가 등 전 과정에서 환자는 제외된 상황에서 제약사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평가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환자의 치료를 중단하거나 전액 본인 부담을 지게 한다면 이는 잘못된 구조다. 아울러 신속등재 후 사후 평가 결과에 따라 약가나 급여기준이 조정될 수 있는데 이때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고 치료 효과를 보고 있는 환자라면 별도로 보호받아야 할 것이다. 환자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이다. 광고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제공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