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창립 25주년 기념 워크숍 열어 눈물 머금은 사례·성과 등 공유하면서 참가자들 입 모아 ‘환우회 변화’ 주문 “환자·가족 축적 경험 데이터로 만들고 이를 정책 변화와 연결하는 역할 필요”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창립 25주년을 맞아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서울시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참가자들이 지난 25년간 환자와 가족 들이 만들어온 연대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희귀질환 정책의 중심을 질병 관리에서 삶의 지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제공 광고희귀질환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질병 자체에만 있지 않다. 치료비 부담은 물론 돌봄, 교육, 취업, 가족의 생계까지 영향을 받는다. 병원 안에서의 치료보다 병원 밖에서의 삶이 더 큰 과제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창립 25주년을 맞아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열린 워크숍은 이러한 현실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동시에 지난 25년간 환자와 가족들이 만들어온 연대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하는 정책 토론장이기도 했다. 서울시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희귀질환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환우회 활동 사례 공유, 정부 관계자 간담회, 희귀질환복지법 논의 등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이제 환우회는 정보 교환과 정서적 지지에 머무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환자와 가족이 축적한 경험을 데이터로 만들고, 이를 정책과 제도 변화로 연결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서울시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참가자들이 워크숍에 끝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제공 “정책을 움직이는 것은 눈물이 아니라 근거”광고 특히 워크숍 둘째 날에는 환우회가 어떻게 정책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척수성근위축증(SMA) 환우회 문종민 대표는 초고가 치료제인 스핀라자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 과정을 소개하며 “환우회는 감정보다 전략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파악한 국내 SMA 환자 수는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져 있었다. 환자 수가 많을수록 예상 재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급여 논의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환우회는 의료진과 협력해 유전자 검사 결과와 환자 현황을 직접 확인하고 데이터를 정리했다. 객관적인 근거가 확보된 뒤에야 협상은 다시 진행될 수 있었다.광고광고 문 대표는 “결국 정책을 움직이는 것은 정확한 데이터”라며 “처음부터 완벽한 급여를 요구하기보다 일부 적용을 먼저 확보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희귀질환 운동이 더는 동정이나 호소에만 의존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환자의 경험도 데이터가 된다”광고 이어 발표에 나선 당원병 환우회 배준호 대표는 환자 경험의 데이터화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했다. 당원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효소에 문제가 생겨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희귀질환이다. 환자와 가족은 하루에도 수차례 혈당과 케톤 수치를 확인하고, 음식 섭취량과 전분 복용량을 기록한다. 작은 변화가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아들이 진단받은 이후 오랫동안 밤에 세 시간 이상 연속으로 잠든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축적된 기록은 단순한 육아 일지가 아니라 환자의 생존을 위한 데이터가 됐다. 그는 “의학 논문에는 담기지 않는 환자들의 경험이 실제로는 질환 관리의 핵심인 경우가 많다”며 “환자와 가족이 쌓아온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되면 연구와 정책, 산업 발전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원병 환우회는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민간 기업과 디지털 헬스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환자들의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이번 워크숍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주제는 희귀질환복지법이었다. 한국수포성표피박리증 환우회 권영대 대외협력팀장은 “희귀질환 환자들은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또 다른 문제와 마주한다”고 말했다. 비급여 의료비 부담, 가족의 돌봄 부담, 학교와 직장에서의 차별, 취업과 자립의 어려움 등은 현재의 의료 중심 지원 체계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광고 권 팀장은 “희귀질환 정책이 치료와 관리에 집중돼 있는 동안 환자와 가족의 삶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이제는 질환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이후 서울대 의대 공공진료센터 권영진 교수가 소개한 ‘동행의학’ 개념으로 이어졌다. 권 교수는 “희귀질환 환자들은 같은 질환을 앓고 있어도 필요한 지원이 모두 다르다”며 “병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환자의 삶 전체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공공병원에서 만난 사례들을 소개하며 현재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의료급여 대상임에도 제도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 의사소통 문제로 수년간 적절한 검진을 받지 못한 환자 등은 의료 문제가 아니라 복지와 행정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권 교수는 현재 논의 중인 ‘희귀질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초안도 소개했다. 법안은 희귀질환을 단순한 질병 관리 대상이 아니라 종합적 지원이 필요한 사회적 의제로 규정한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희귀질환정책위원회 설치, 국립희귀질환센터 설립, 미진단·준희귀질환 지원 체계 구축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중증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낮추고 가족 돌봄 노동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관심을 모았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현장의 문제들도 쏟아졌다. 근육병 환자를 30년 넘게 돌보고 있는 한 보호자는 “호흡기를 사용하는 중증 환자는 활동지원사를 구하기조차 어렵다”며 돌봄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환우회 관계자는 본인부담 상한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희귀질환 환자들은 연초에 수백만원에서 1천만원이 넘는 의료비를 먼저 부담한 뒤 나중에 환급받는 구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환우회 관계자는 정확하지 않은 환자 통계가 정책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환자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 25년, 연대의 방식도 달라져야 이번 워크숍에서 제기된 논의들은 서로 다른 주제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됐다. 희귀질환 정책의 중심을 질병 관리에서 삶의 지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과거 25년이 참여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합의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된 재정 안에서 모든 요구를 동시에 실현하기는 어려운 만큼 환자단체들 역시 우선순위와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유지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은 “25년 전에는 희귀질환이라는 말조차 낯설었지만, 환자와 가족들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희귀질환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라며 “희귀질환복지법 제정과 정책 기반 마련을 위해 범국민적 논의를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희귀한 병, 외롭지 않은 길”…25년 연대가 ‘희망의 지도’ 만들었다 [건강한겨레]
희귀질환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질병 자체에만 있지 않다. 치료비 부담은 물론 돌봄, 교육, 취업, 가족의 생계까지 영향을 받는다. 병원 안에서의 치료보다 병원 밖에서의 삶이 더 큰 과제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창립 25주년을 맞아 지난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