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3일 프랑스 전역의 폭염으로 파리의 기온이 급상승하자, 시민들이 가전·생활용품 매장인 다티에서 선풍기를 구매해 들고 나오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광고낮 최고 42도에 이르는 프랑스 폭염의 열기가 ‘에어컨 설치’를 둘러싼 정치 논쟁으로 번졌다. 23일(현지시각) 르몽드 보도를 보면, 내년 프랑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좌우 정치인들은 최근 폭염에 대해 정반대의 해법을 내놓았다. 유력 극우 인사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은 19일 프랑스 파리 ‘비바테크’(기술 박람회) 전시장에서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병원, 요양시설, 학교처럼 가장 취약한 인구가 있는 곳부터 대규모 에어컨 설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합은 폭염을 정부·유럽연합(EU)의 친환경 정책을 공격하는 구실로 삼아왔다. 탄소 중립·에너지 절감 등의 국정 목표가 에어컨 보급을 막아 더위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국민연합 중진 하원의원인 장필리프 탕기도 “2003년 폭염 이후 대규모 에어컨 설치 계획이 뒤따랐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프랑스에서는 에어컨이 오랫동안 좌파가 강요하는 이념적 금기였다”고 거들었다.광고 반면 좌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같은 날 “절대로 모든 곳에 에어컨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 이는 도리어 피해를 키운다”고 반박했다. 당장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대거 보급하면, 기후 변화를 부추겨 더욱 강한 폭염을 부른다는 얘기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도심 녹지를 확보하고 건물 단열·차양 장치 등을 설치해 도시 기온을 낮추는 데 무게를 둔다. 또 냉매를 배출해 실외 기온을 높이는 에어컨보다는 선풍기, 공기 순환기를 늘리자고 주장한다. 멜랑숑 대표는 “우리는 (에어컨 없이도) 더위에 견디는 건물을 만들 줄 안다”고 말했다. 좌파 녹색당 역시 에어컨 확대보다는, 실외 근무 노동자를 위해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연 5일의 “기후 휴가”를 제안한다.광고광고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기후 변화를 우려해 에어컨을 달지 않는 가정이 많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이달 초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78%는 에어컨이 환경친화적이지 않다고 본다. 2021년 오피니언웨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60%가 “에어컨을 설치하기보다는 환경 보호를 위해 더위를 견디겠다”고 답했다. 다만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이 덮친 올해는 에어컨 설치 가정이 늘고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가정 에어컨 보급률은 지난해 22%에서 올해 28%로 뛰었다. 기후학자 발레리 마송델모트는 르몽드에 “우리 사회 전체와 인프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기후를 기준으로 설계됐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의무와 여름철 쾌적하게 지낼 권리를 연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