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달 24일 프랑스 파리의 폭염 속에서 한 시민이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분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 연합광고이봉현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지난주 런던과 파리에 출장을 다녀왔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는지 북아프리카에서 넘어온 ‘열돔’에 갇힌 유럽은 찜통이었다. 한국도 요즘 35도는 흔하지만, 41도짜리 더위는 차원이 달랐다. 에어컨 바람을 찾아 피난할 곳이 없는 현지 사정은 괴로움을 더했다.런던 호텔 방은 후덥지근했다. 에어컨은 없었고, 작은 선풍기 하나만 돌고 있었다. 마침 그때가 런던 기후행동주간이었는데, 런던정경대(LSE)에서 열릴 예정이던 ‘극한 더위: 전세계 거버넌스 개선과 대응 강화’ 회의가 정작 더위로 취소됐다. 건물에 냉방이 안 돼 회의 진행이 불가능했다.광고파리로 건너오는 길, 파리 북역에서 호텔까지 가는 전철은 냉방이 안 돼 열기가 심했고, 폭염에 선로가 이상이 생겼는지 취소와 연착이 이어졌다. 손 선풍기와 부채로 버티는 승객들 틈에서 10살 남짓한 남자아이가 뒤로 넘어갔다. 열사병 같았다. 아버지가 재빨리 웃통을 벗기고, 옆에 있던 중년 남성이 스프레이를 뿌리며 부채질을 하자 아이는 정신을 차렸다.파리 호텔도 마찬가지였다. 지은 지 한 세기는 된 건물에 냉방시설을 설치하기도 어려워 보이긴 했다. 밤에도 28도 언저리인 열대야에 선풍기는 헤어드라이어 같은 바람을 토해냈다.광고광고극한의 무더위가 2주 넘게 계속되니 모두 지친 기색이었다. 영국과 프랑스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은 20% 이하다. 학교도 병원도 식당도 대중교통도 냉방이 안 되는 곳이 많다 보니, 노인 등 취약계층부터 위기에 빠진다. 이번 폭염으로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사흘간 평년 대비 1천명 안팎의 초과 사망자가 나와 장례식장이 포화에 다다랐다 한다.필자의 스마트폰 앱에 찍힌 지난달 24일 프랑스 파리 한 지역의 낮 기온.이런 더위에 돌아다니며 취재한 것은 유럽의 지속가능 투자 현황이었다. 두 나라의 금융회사와 유관기관은 이에스지(ESG)를 축으로 한 책임투자에 열심이었다. 특히 기업의 탄소배출 감축 이행과 화석연료 결별 여부를 감시·견인하는 기관투자자 역할에 충실했다. 극우화 흐름 속에 이에스지에 대한 백래시(반발)가 만연한 미국과는 달랐다. 그런 얘기를 듣고 건물을 나오면 기후변화가 부른 폭염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있었다. 왠지 엇박자였다.광고생각은 기후위기 대응의 두 축, ‘완화’와 ‘적응’으로 흘렀다. 완화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고, 적응은 이미 진행되거나 불가피한 영향에 사회 시스템을 맞춰가는 것이다. 1.5도 억제가 버겁고 폭염·폭우·산불이 뉴노멀이 된 지금, 적응은 완화 못지않게 중요해졌다.유럽은 탄소중립·그린딜 등 완화 정책은 세계를 선도했지만 정작 적응 인프라는 갖추지 못했다. 이미 폭염으로 2003년에 7만명, 2022년에 6만명이 숨졌다. 극한 기후의 빈도가 적응 속도를 추월한 것이다. 파리와 런던 건물의 절반 가까이가 60년이 넘었고, 100년 넘은 건물도 많다. 실외기 설치가 물리적으로 어렵거니와, 오래된 건물이 관광 자산인 지역은 미관 규제도 심하다. 적응이 단순히 “에어컨 더 달자”에 그치지 않고 도시계획·건축규제·전력망을 포괄한 시스템 전환의 문제임을 보여준다.이렇다 보니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에어컨 설치 논쟁이 붙었다. 극우는 다시 한번 에어컨 부족을 좌파·환경주의의 실패로 프레이밍했다. 국민연합(RN) 마린 르펜은 “집권하면 병원·요양시설·학교 등 취약계층이 있는 곳부터 대대적으로 냉방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같은 추상적 담론보다 당장 덥고 괴로운 시민들의 심리를 파고들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좌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모든 곳에 에어컨을 설치해선 안 된다. 오히려 피해를 키운다”고 반박했다. 녹색당 마린 통들리에 대표도 “이젠 (냉방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만능은 아니”라며 도시 녹지 확대, 노동자를 위한 기후휴가 등 완화·적응 병행을 강조했다. 이 논쟁이 보여주는 건 완화와 적응을 균형 있게 가져가지 않으면 포퓰리즘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이다.27일(현지시각), 며칠에 걸쳐 이어진 폭염 탓에 독일 일부 지역에선 트램 선로 곳곳이 녹아내리며 트램 운행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라이프치히/AP연합뉴스bh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