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양자 컴퓨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광고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종전 협상 과정에서 향후 해제될 수 있는 이란의 동결자금 사용처를 미국산 농산물 구매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란이 동결 해제 자금을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등에 전용하지 못하도록 미국과 카타르가 지출을 승인·감독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란이 이런 조건에 동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양자 컴퓨팅 행정명령 서명식 도중 기자들에게 “우리가 추진 중인 조처 가운데 하나는 동결 해제된 자금을 식량 구매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 식량은 전적으로 미국을 통해 우리 농민들로부터 구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도 이날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이란과의 첫 후속 협상을 마친 뒤 “이란 자산이 언젠가 동결에서 해제된다면 미국 농민들을 더 부유하게 하고 이란 국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협상단에 참여하고 있는 재러드 쿠슈너가 카타르 쪽과 함께 이 방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광고 이 구상에 따르면 동결자금은 이란이 자유롭게 인출하는 대신 미국산 대두·옥수수·밀 등을 구입하는 별도 거래 구조를 통해 사용된다. 미국과 카타르가 자금 집행을 승인하고 용처를 감독해 무장단체 지원 등 다른 목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국민에 대한 식량 공급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농가 지원 효과를 동시에 부각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이 조건을 받아들였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어제 논의된 사안”이라며 “자금이 우리가 원하는 곳에 사용되도록 보장할 체계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카타르에 요청했고, 카타르는 동의했다”고만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협상의 진전이 계속되지 않는다면 그 돈은 동결에서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협상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카타르가 감독체계 구축에 동의했다는 뜻일 뿐, 이란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 조건까지 수용했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려워보인다.광고광고 카타르는 파키스탄과 함께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중재하고 있으며, 2023년 수감자 교환 합의에 따라 한국에서 도하 계좌로 이체됐으나 같은 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미국의 인출 차단으로 사실상 재동결된 이란 석유대금 60억달러도 보관하고 있다. 이란의 동결자산은 카타르 외에도 여러 나라에 분산돼 있으며, 총규모는 약 240억달러로 추산된다. 동결자금과 달리 원유 제재 완화는 이미 시행됐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일반허가 X’를 발급해 미 동부시간 기준 8월21일 0시1분까지 이란산 원유·석유화학제품·석유제품의 생산과 판매, 인도, 하역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거래를 허용했다.광고 이번 허가로 제재 대상 선박도 이란산 원유 운송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선박 운항에 필요한 보험 가입과 연료 공급, 선원 고용, 항만 이용 등의 서비스도 허용됐다. 이란산 원유를 미국으로 수입하거나 구매 대금을 달러로 지급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란이 원유를 해외에 판매하는 데 필요한 운송·보험·결제에 대한 제재를 60일 동안 폭넓게 풀어준 것이다. 특히 이번 일반허가는 핵 개발 관련 제재뿐 아니라 ‘글로벌 테러 제재 규정’에 따라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이란 기관과 관련된 원유 거래도 허용 범위에 포함했다. 해당 기관에 대한 제재 전반을 해제한 것은 아니지만, 테러 지원 관련 제재 대상과 연계된 원유 거래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다는 점에서 제재 완화의 폭이 상당히 넓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롭고 개방된 통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재입국을 약속한 데 따른 조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란 외교부는 사찰과 관련해 “새로운 약속을 하지 않았다”며 기존 절차에 따른 협력만 가능하다고 밝혀, 제재 완화의 전제가 된 합의 내용부터 양쪽의 해석이 다르다. 이란에 대한 대규모 경제적 양보를 둘러싼 동맹국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걸프 국가들은 3000억달러 규모의 이란 재건기금이 군사력과 역내 무장세력 재건에 사용될 가능성과 양해각서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문제를 다루지 않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3일부터 아랍에미리트와 쿠웨이트, 바레인을 방문해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에 합의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광고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