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 5·1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10만 평양 시민이 북한과 중국 국기를 흔들며 시 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광고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9일 7년 만에 북한을 국빈방문한다. 북한은 이를 앞두고 핵무력을 과시하면서 중국에 ‘핵보유 인정’을 요구하는 신호를 집요하게 발신하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과 북-러 밀착을 배경으로 북한과 중국 모두 복잡한 계산 속에 북-중 정상회담에 나선다.7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담화는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불퇴의 한계선”이라며 “국방과 주권에 대해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세계에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여정 부장이 지난달 미·중 정상이 북한 비핵화 목표에 동의했다고 밝힌 미국 쪽 주장은 “완전한 날조이고 허황된 거짓 정보일 뿐”이라며 “우리는 그러한 사실의 유무에 대해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점이 주목된다. 중국 쪽으로부터 ‘북한 비핵화 목표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일 새 우라늄 농축 시설을 현지지도하면서 핵무력 강화를 강조했고, 4일에는 딸 주애와 함께 신형 5천t급 구축함 ‘강건호’ 항해시험을 참관했으며 6일에는 중요 군수기업소를 방문해 미사일 능력 확대를 지시했다.북한의 이례적 행보에 대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을 향해 북한의 핵무력이 고도화된 것을 직시하고 북한을 비핵화 대상이 아닌 핵보유국이자 동등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대중 압박 시위의 성격”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 비핵화가 의제로 오르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중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 용인과 대북 제재 무력화를 받아내려는 북한의 사전 포석들이 촘촘히 놓이고 있는 셈이다.광고중국은 북한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까. 전문가들은 중국이 명시적으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북-중 대규모 경협 등을 통해 중국의 ‘북핵 용인’ 신호가 축적되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시진핑 주석의 전략적 계산의 핵심은 미-중 경쟁 속 북한 관리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시진핑 방북의 가장 큰 목적은 미-중 관계의 큰 틀을 염두에 둔 북한 관리”라며 “9월로 예정된 시진핑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까지 북한의 도발로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북-러 밀착을 견제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명시적으로 용인하거나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지는 않겠지만, 점점 북핵을 묵인하는 쪽으로 움직여 갈 것”이라며 “중국의 한반도 정책 우선순위에 더 이상 북한 비핵화는 없다”고 말했다.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시진핑은 미·중이 합의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의 틀 위에서 북한 문제를 고려한다”며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묵인하면서 핵확산방지조약(NPT) 복귀 등을 설득해 북한이 북-미 대화로 나오도록 하고, 그 대가로 트럼프로부터 대만 문제에서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광고광고북-중 정상회담의 또 다른 주요 의제는 중국이 두만강에서 ‘동해 출항권’을 확보하는 데 북한이 동의할지다. 두만강 하류 15㎞ 지점에서 바다로 나가는 길이 끊겨 있는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동의를 받아 태평양으로 나가는 동해 출항권 확보를 오랫동안 시도해왔다. 중국 입장에서는 동북 3성의 경제 문제 해결, 북극항로 진출을 통한 미-중 전략경쟁 우위 확보에도 절실한 과제다. 지난 5월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조선(북한)과 함께 두만강 출해 문제에 관한 3자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동의를 얻어냈고,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을 설득하는 일이다. 북한으로서는 중국에 대해 큰 카드를 쥐고 있는 셈이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이 북한의 나진항이나 청진항을 활용하거나, 두만강 유역을 북·중이 공동 개발하자고 설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북·중의 이런 ‘빅딜’이 성사되면 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7월11일)과 맞춰 중국이 대규모 관광객을 북한에 보내고 완공 뒤 10년 넘게 방치된 신압록강대교도 개통하면서 북-중 경협이 대대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