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 광고 지금 이 문장 광고 가족 이야기는 언제나 문제적이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살핌을 주어야 하고, 또 받아야 한다는 지독한 환상이 끊임없이 형성되고 부서지는 치열한 전장이다. 가족의 사랑과 희생에 기대어 수많은 이야기가 생산되고 있고 나도 종종 눈물을 흘리며 감상하지만, 비뚤어진 성격 때문인지 그런 환상의 이면을 다룬 이야기에 속절없이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여기 아일랜드의 농가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이 있다. 아버지 ‘디건’은 삼림 관리인으로 일하면서 물려받은 농지와 오래된 집을 건사하고 은행 융자를 갚느라 막내딸의 생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아니 기억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 남자다. 디건은 무도회장에서 만난 ‘마사’와 ‘습관처럼’ 만남을 지속하다 청혼한다. 마사는 디건에게 확신이 없었지만 그 말고는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남자가 없었으므로 디건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청혼을 승낙한다. 이렇게 한 가족이 탄생한다. ‘사랑’이 아니라 일종의 ‘필요’에 의해서. ‘사랑’은 억지로 끼워 맞춰진다. 광고광고푸른 들판을 걷다 l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다산책방(2024) 필요에 의해 존재해야 했던 사랑이 그 자리에 없음을 발견하는 순간, 마사는 이 집을 떠나기를 꿈꾸고 디건은 악몽을 꾸고도 마사에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며, ‘꿈을 꾸는 것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가장 가까운 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숨가쁘고 시끄러운 일상 속, 고요한 단절은 계속 깊어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실은 모두가 저마다의 꿈을 꾸고 있는 이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의 아득히 먼 꿈속에 들어가 각자의 악몽을 쓰다듬어 주고 싶어진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이들을 지금 껴안기보다 꿈에서 만나는 일이 쉬워보이는 건 왜일까? 성혜령 l 2021년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버섯 농장’ ‘산으로 가는 이야기’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과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성혜령의 ‘지금 이 문장’ [.txt]
지금 이 문장 가족 이야기는 언제나 문제적이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살핌을 주어야 하고, 또 받아야 한다는 지독한 환상이 끊임없이 형성되고 부서지는 치열한 전장이다. 가족의 사랑과 희생에 기대어 수많은 이야기가 생산되고 있고 나도 종종 눈물을 흘리며 감상하지만, 비뚤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