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문영의 당신은 소설] 20_쫓겨난 고양이의 가족 길의 생명이라고 해서 존재 자체가 죄일 순 없었다. ㄷ아파트에서 수일씨가 해고됐을 때의 상황이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그대로 되풀이됐다. 남편에게 벌어진 일이 아내에게도 똑같이 닥쳤다. 행정복지센터에서 금화씨를 호출했다. 센터장의 말에 가시가 섰다. “통장이 길고양이 밥 주면 되냐며 통장직 자르라는 요구가 있어요.” 직을 걸어야 돌볼 수 있는 생명이 있다니.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광고해고당하고, 쫓겨나고, 도망치고, 미움받는 존재들이 모여 가족을 이루는 이야기는 고대의 전설처럼 신비롭고 매혹적이었다.광고 삑삑삐삐 삑삐.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고양이들이 알람 터지듯 ‘야옹’을 합창했다. ‘해고당한 경비원’ 수일(가명·73)씨가 현관을 열고 들어오며 인사했다. 광고광고 “다녀왔다.” 아침 6시30분이 가까워 오면 고양이 4마리가 어김없이 문 앞에 나와 그를 기다렸다. 수일씨가 신발장에 감춰둔 간식을 꺼내 아내 몰래 줬다. 고양이들 밥그릇을 채우고, 물을 갈고, 화장실을 정리했다. 퇴근(24시간 2교대)한 수일씨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었다. 하얀 얼굴에 검은 머리의 콧수염이 수일씨 다리에 스윽 몸을 붙였다. 광고 ‘쫓겨난 고양이’ 네로는 ㄷ아파트가 수일씨를 해고한 계기였다. 수일씨는 아파트 주민인 두 청년의 부탁으로 밥을 주면서 네로와 가까워졌다. 옆 동 대표가 “고양이를 치우든지 일을 그만두든지 하라”고 요구했을 때 청년들이 목욕시켜 다른 도시로 입양 보냈다. 아파트엔 그렇게 소문냈다. 어떤 트집을 잡을지 모르니까. “우리 운명 다할 때까지 같이 살자.” 네로한텐 그렇게 말했다. 광고 청년 중 한명이 네로를 차에 태워 아파트를 나섰다. 자동차가 향한 곳은 옆 동네의 수일씨 집이었다. 어려서 남의 집 머슴으로 살며 춥고 배고픈 세월을 견뎠던 그는 배고픈 어린 고양이를 외면하지 못했다. 출발 직후 전화를 받은 다른 청년이 경비실로 수일씨를 찾아왔다. 긴장한 네로가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며 수일씨가 입고 있던 점퍼를 빌려달라고 했다. 점퍼를 가져가 깔아주자 네로가 수일씨의 냄새를 맡으며 안정을 찾았다. 수일씨 집에서 네로는 메로가 됐다. 청년들이 지은 이름을 잘못 알아들은 수일씨는 처음 밥을 줄 때부터 메로라고 불렀다. ㄷ아파트에서 수일씨보다 먼저 쫓겨난 메로는 1년 반 뒤 수일씨가 끝내 해고(입주자대표회의가 용역 재계약과 연계해 경비업체 압박)됐을 때도 그의 다리에 스윽 몸을 붙였다. 그 부드럽고 따뜻한 감각에 위로받으며 수일씨는 안정을 찾았다. 경비업체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수일씨를 원직복직시키지 않고 근무환경이 열악한 ㅎ아파트에 배치했다. 일을 마치고 귀가한 아침마다 메로가 수고했다는 듯 수일씨에게 몸을 붙였다. ‘도망친 여자’ 금화(가명·76)씨는 메로의 입양을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절대 데려오지 말라”는 금화씨에게 남편 수일씨는 “밥 주던 생명을 어떻게 모른 체하냐”며 사정했다. 금화씨는 “(ㄷ아파트가) 고양이를 그대로 두면 남편을 자르겠다고 하니 해고를 막으려고 싫어도 받아줬”다. 10년을 같이 산 반려견 쫑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직후였다. 금화씨는 “충격을 받아 어떤 동물도 다신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화물차를 몰던 시절의 남편이 거래처 공장에서 막 눈뜬 강아지 4마리를 싣고 왔다. “공장 사장이 싫어해서 앞날을 알 수 없는” 생명을 수일씨가 그냥 두고 오지 못했다. 3마리를 입양 보내고 집에 남긴 가장 약한 아이가 쫑이였다. 쫑이를 데리고 남편이 일하던 ㄷ아파트에 가면 네로 시절의 메로가 경비실 옆에서 밥을 먹다 말고 쫑이와 눈을 마주쳤다. “어찌나 인상이 좋던지.” 수일씨와 처음 눈을 마주쳤던 그때를 금화씨는 잊지 않았다. 남쪽 바다 섬마을이 고향인 금화씨는 어릴 때부터 일만 했다. 5남매의 맏이로 증조할머니, 할머니, 할아버지를 수발했다. 초등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허리가 아파 기어 다닐 정도로 일을 시키는 엄마를 의붓엄마라고 생각했다. 25살이 되던 해 혼수 없이 시집오라는 집이 있다며 엄마가 강원도로 보냈다. 태어나서 처음 뭍을 밟으며 닿은 그 집엔 많다는 돈 대신 다른 것이 있었다.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시고, 하루도 빠짐없이 금화씨를 때리는 남자가 있었다. ‘친엄마가 아니어서 나를 팔았구나’ 원망하며 6년을 버텼다. 죽을 것 같은 공포로 얼어붙은 어느 날 금화씨는 살기 위해 도망쳤다. 집을 나와 행선지도 모르는 기차를 탔다. 내려야지, 내려야지, 두고 온 두 아들한테 돌아가야지, 하다가 내린 곳이 서울 청량리역이었다. 직업소개소가 보낸 기사식당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1분이라도 빨리 아이들을 찾아오려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뛰어다녔다. 식당에서 밥을 시켜 먹는 화물차 기사가 있었다. 배달을 끝낸 금화씨가 빈 쟁반을 가슴에 안고 쳐다보곤 했다. 저 남자라면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까. 내가 잘하면 아이들을 데려와 키워주지 않을까. 32살의 금화씨와 29살 ‘그 남자’ 수일씨가 부부로 산 지 44년이었다. 3년 전 설날에 쫑이가 떠났고 그해 여름 메로가 왔다. 순전히 메로 때문이었다. “고양이의 ‘고’에도 관심 없던” 금화씨의 눈에 배고픈 길고양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부가 사는 아파트 상가 길목에 갓 난 고양이가 버려져 있었다. 금화씨가 아파트 입구 구석에 그릇을 두고 밥을 줬다. ‘나비’라고 이름 지었다. 외부에서 들어온 성묘의 공격을 받고 아파트 지하창고에 숨은 새끼 남매가 있었다. 수일씨가 창고 짐을 정돈해 지낼 공간을 만들어줬다. 사랑아! 금화씨가 불러도 나타나지 않던 그들이 간식 줄 때만 모습을 보였다. ‘큰 간식이’와 ‘작은 간식이’가 됐다. 나비가 노랗고 힘센 고양이의 습격을 받았다. 수일씨가 노랑이를 포획하려고 빌려온 틀에 나비가 갇혔다. 포획틀 문을 열자 놀란 나비가 후다닥 달아났다. 나비 먹으라고 둔 밥을 손바닥만 한 아기 고양이가 와서 먹었다. 우유처럼 하얘서 ‘밀크’라고 불렀다. 돌아온 나비가 밀크와 사이좋게 한그릇에서 먹었다. 굶주린 고양이들을 보며 금화씨는 두고 온 아이들을 생각했는지도 몰랐다. 금화씨 대신 아버지가 강원도로 갔을 때 두 아들은 엄마를 찾는다며 집을 나가고 없었다. 전 남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술로 죽었다. 거리를 헤매던 형제가 서로의 손을 놓쳤다. 첫째 아들을 찾아낸 곳은 보육원이었다. 엄마에게 원망이 클 거라고 걱정한 금화씨는 외삼촌(동생)이 주는 방식으로 매달 생활비를 보냈다. 형과 헤어진 둘째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산속이었다. 수없이 맞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힘들게 은행에 합격했으나 보증인이 없어 취업이 취소됐다. 성인이 되고 만난 첫째는 엄마를 원망하지 않았지만 둘째의 원망은 오래갔다. 강원도에 계속 있었다면 살아서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금화씨가 둘째를 붙들고 울었다. 수일씨는 대출을 받아 두 아들의 개인택시 면허비에 보탰다. 최근 부부는 아들들이 사준 밥을 먹고 왔다. “가슴의 못이 된 아이들이 그나마 밥 먹고 살 만해서” 금화씨는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었”다. 길의 생명이라고 해서 존재 자체가 죄일 순 없었다. ㄷ아파트에서 수일씨가 해고됐을 때의 상황이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그대로 되풀이됐다. 남편에게 벌어진 일이 아내에게도 똑같이 닥쳤다. 단지에서 마주친 관리소장이 “민원 들어오니까 길고양이 밥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금화씨는 “배고프다며 쳐다보는데 어떻게 안 줄 수 있냐”고 했다. 입대의 회장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고양이 밥자리를 수색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금화씨를 호출했다. 센터장의 말에 가시가 섰다. “통장이 길고양이 밥 주면 되냐며 통장직 자르라는 요구가 있어요.” 금화씨는 7년째 통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입대의 회장이 센터를 찾아가 압력을 넣었다. “그럼 저 아이들은 어디 가서 어떻게 살아야 하냐”며 금화씨가 물었다. 몇달 뒤 두번째 호출이 왔다. “지금도 계속 줘요?” “네.” 직을 걸어야 돌볼 수 있는 생명이 있다니. ‘미움받는 고양이들’의 밥을 주기 위해 금화씨는 4마리 모두를 집에 들였다. 수일씨가 메로를 포기하지 못했던 것처럼 금화씨도 나비와 간식이 남매, 밀크를 놓지 못했다. 노부부의 단출했던 집이 고양이 5마리가 뛰어다니는 대가족이 됐다. 밀크는 수일씨와 금화씨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아들이 눈부신 흰색에 반해 데려갔다. “날도 따뜻해졌으니 내보낼까?” 날리는 털을 감당 못 한 금화씨가 농담하면 수일씨는 정색했다. “그럼 나도 같이 나가.” 품을 잃은 생명들이 서로의 품이 되는 ‘마법’은 어떤 과학보다 강력했다. 자신에게서 풀려나온 ‘관계’의 실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알 바 아니라는 듯 메로가 평화롭게 털을 골랐다. 새벽 4시. 오차 없이 기상한 수일씨가 고양이 밥그릇을 채우고, 물을 갈고, 화장실을 정리했다. 출근 전 그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었다. 금화씨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도시락 3개를 싸서 5시 정각에 집을 나섰다. 30분을 걸어 ㅎ아파트 앞 버스정류장(☞21회 ‘악몽이 운전하는 버스’)에 닿았다. 정류장 의자에 앉아 5분을 보냈다. 교대 시각(5시40분)을 맞추지 않으면 싫어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출발하는 버스 앞으로 배가 등에 붙은 고양이가 뛰어들었다. 이문영 | 이슈팀 기자. 책 ‘웅크린 말들’ ‘노랑의 미로’ ‘왼쪽 귀의 세계와 오른쪽 귀의 세계’ ‘루카스’ 등을 썼다. 세기적 사건의 주인공이 되진 못해도 누구든 자신만의 ‘작은 이야기’(小說)의 주인공은 될 수 있다. ‘이야기의 자격’을 인정받은 적 없는 이야기들이 글이 되고, 읽히고, 연결될수록 언어와, 기록과, 서사의 틈들도 조금은 메워질 것이라 믿는다. 부끄러운 것이 많다. moon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