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최미래(32) 작가는 4일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부조리한 일들을 겪으면서, 사람 마음에 어떻게 금이 가고, 그 마음이 어떻게 돈으로 환산되는지 보게 됐다”며 지난 두 소설집과 확연히 달라진 이번 소설집의 배경을 설명했다. 작가 제공 광고최미래 작가의 소설집 ‘돼지 목에 사랑’이 출간된 지 한달 됐다. 일간지 북섹션의 주목이 없었고, 시장 반향도 아직은 특기할 만 못하다. 그런데 왜 다루느냐고 물을 만하다. 그렇게 다뤄져서는 안 되는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그렇게 다뤄지고 마는 작품이 적지 않아서라 해야 할까. 잘난 자, 가진 자들은 삶의 ‘목표’를 말하고 그 목표를 좇아 이룬다. 그렇지 못한 자들은 ‘꿈’을 말하고, 꿈이라서 깨고 만다. 그러다 꿈도 꾸지 않는 법이다. 깜냥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부질없게 되는 삶의 경로일 터, ‘욕망’이 다치고 해지어 간다. “사람의 와일드”에 금이 간다. 자존, 생기, 열정으로 작중(‘쉽게 잘살고 싶다 33화’) 읽히는 그 “와일드”가 “쪽쪽 빨아먹”히는 거다. 1994년 태어나 25살 등단한 최 작가가 어느새 세번째 소설집으로 내놓은 ‘돼지 목에 사랑’ 속 등장인물들의 얼추 공통된 초상이다. “벗겨 먹을 것이 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 벗겨 먹힐 조짐이 보이니까 바로 달려들어” 발라먹는 세계 아닌가. 지출 목록에 치여 사는 이들(‘살 것’), 매운탕 대신 ‘옅은 바다맛라면’이나 억지로 즐겨야 하는 이들(‘얕은 바다라면’), 부당한 대우에도 “괜찮다”를 입에 붙여야 사는 이들(표제작), 그래도 사랑다운 사랑 한번은 갈구하는 이들(여러 작품에서 두루), 그러다 허영으로 자존을 충전하는 이들(‘쉽게 잘살고 싶다 33화’)까지, 20대를 거쳐 막 30대에 이른 이들의 지경이 기발한 전개와 은유로 소개된다. 적나라해진다. “무자비하고 아득한 대한민국의 우물”에 갇힌 이들에겐 자학도 하나의 출구다. 이전 소설집에선 구사한 적 없는 작가의 개그 코드는 덤이다. “너 웃긴 얘기 좋아하잖아.”(‘살 것’) 마치 독자와 세계의 말을 들었다는 듯하다. 광고돼지 목에 사랑 l 최미래 지음, 문학동네, 1만7500원 ‘오래된 원숭이, 현재의 손님’의 화자 ‘박미달’은 연애만 6년째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나이 빼고는 (결혼) 준비된 것이 없”다 하는 서른 남짓 여성이다. “문예창작과에 진학하지 않았더라면. 이야기를 지어내고 싶은 마음을 갖지 않았더라면. 언젠가 날 이상한 나라에 데려다줄 토끼를 주야장천 기다리지 않고, 엄마의 말처럼 현실에 발을 딱 붙이고 살았더라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제 처지를 되씹으며 1년마다 직장을 옮기고 있다. 코엑스 웨딩박람회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과 마주치며 문득 떠오른 이가 대학 때 첫사랑 케이다. “영화라는 분명한 대상에 자신의 모든 시선과 시간을 바칠 정도로 미쳐 있”던 영화과 학생. 작가를 지망했던 박미달은 케이의 “강렬한 눈빛”을 동경했고, 저 또한 “광인이 되고 싶었다.” 이젠 작은 마케팅 회사에 유일한 엠제트(MZ) 세대 직원으로 일할 뿐 “광인은커녕 광대도 되지 못했다”는 박미달은 엠제트 세대로도 ‘미달’ 같다. 쓰다 만 소설들뿐이고, “자신을 잊지 않기 위해” 퇴근 뒤 썼던 블로그 글들은 비공개에서 전체 공개, 그러다 삭제했다. 때마침 케이를 만난다. 정작 영화를 단념하려는 케이를. ‘꿈을 잃어버림’이 소설의 유일한 사건이 될 수 있는가. ‘오래된 원숭이, 현재의 손님’이 보란 듯 예시가 될 것이다. 박미달을 시종 쫓아다니는 ‘광대 원숭이’ 덕분이다. “자꾸 따라붙어서 나(미달)를 비웃고 처쪼개고 한심한 거 보듯이 흘겨보고 다 내 잘못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존재다. 미달이 “사지를 찢어버리고 싶”다는 원숭이는 실상 자아의 다른 형상일진대, 이 은유로서 자기혐오와 자기 연민은 현실보다 더 노골화한다. 광대 원숭이 저편에 ‘손님’이 있다. 미달이 과거 습작 때 만들어 낸 인물이다. “흐물흐물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엉성한 인간”은 미달이 “잘못 만, 만들어” 말도 더듬는다며 다시 만들어 내라 요구한다. 말하자면 미완의 존재, 나아가 미완의 존재가 가진 가능성으로 미달에겐 아직은 오지 않은 ‘손님’ 되겠다. 작중 내내 미달이 ‘손님’을 찾아다니면서, ‘원숭이’에겐 쫓기고 시달리는 이 우화적 사태로 ‘꿈 실종’은 웃기고도 슬픈, 시대적 사건으로서 선연해진다.광고광고 미달은 미달을 사랑할 수 있을까. 질문을 잇는 소설이 표제작이다. “제대로 된 사랑”을 갈망하는 미용사 ‘미진’이 주인공이다. 다만 꼬리가 있다. 그리 길진 않아 일상 “불편한 점은 없었으나 딱히 쓸모도 없었다.” 섹스할 때가 문제다. 불을 꺼야 하고 어떻게든 “정상위만 고집”해야 한다. 그러다 꼭 들키고 만다. “꿈을 이루기 위해 미진은 노력했다.” 8번째 이별을 통보받기까지. “못나고 한심해. 연애도 못 해, 사랑하는 방법도 몰라, 사회성도 떨어져, 돈도 잘 못 벌어” 푸념, 우울, 비관을 있는 대로 시전할 때 함께 돼지고기에 소주를 마셔주던 동료 미용사 윤성과 비로소 사랑하고 ‘진짜 이별’을 맛보기까지 말이다. 이 단편 또한 ‘꼬리’가 사건이자 메타포다. 꼬리에 닿고 꼬리에 결박된 시선은 타인의 것이 아니라 제 것인 셈이다. “딱히 쓸모도 없었”던 꼬리, 아니 미진에게 그 꼬리의 쓸모가 감각되는 대목은 이 작품집 전체에서 가장 활기차다. “열심히 살 것”이란 강박적 미덕 아래, 쪽쪽 빨린 와일드가 비로소 진짜 땀내로 적셔지는 풍경이다. 이 작품 중심엔 아무렴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이 있다. 2024년 이상문학상 심사평을 보자면, 대상 수상작 ‘일러두기’(조경란)와 가장 경합한 작품이다. 연기과를 졸업한 여성이 배우의 꿈과 열정을 상실해 가며 적당히 급여 챙겨 받는 보모 역할에 안주할 때 자신을 영영 가둘지도 모를 폭력과 착취의 구조가 은연하고도 섬세하게 드러난다. 열린 결말이니 여성이 ‘원숭이’에 쫓길지, ‘손님’을 찾아 나설지는 알 수 없다. 둘 사이 번잡했던 미달은 말한다. 광고 “사람은 많은 것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잊어버렸던 것을 기억해 냈을 때 다시 그것을 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겨우 기억해 낸 것을 다시 잊어버린다면 그건 잃었다고 해야 맞다.” 미달은 자신을 다시 만들어 달라던 말더듬이 ‘손님’의 부탁을 거절한다. 그 경우 “네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되고, 그건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 작가는 4일 한겨레에 말했다. “초반 소설집 땐 반응을 보며 아쉬움도 있었어요. 이번 경우는 우리가 어떤 세계에서 살며, 마음이 어떻게 부풀고 꺼지고 되살아나는지 과정을 살피며, 저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고 깨닫고 있어요. 자연스레 독자도 오리라 생각합니다. ‘와일드’란 의미를 더 확장한 제 첫 장편도 계속 써가야죠.”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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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래 작가의 소설집 ‘돼지 목에 사랑’이 출간된 지 한달 됐다. 일간지 북섹션의 주목이 없었고, 시장 반향도 아직은 특기할 만 못하다. 그런데 왜 다루느냐고 물을 만하다. 그렇게 다뤄져서는 안 되는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그렇게 다뤄지고 마는 작품이 적지 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