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오른쪽으로는 웅장한 바위 절벽이, 왼쪽으로는 짙푸른 바다가 펼쳐진 교암청풍길. 박준형 제공 광고“5월에 섬 백패킹 가실 분?” 지난 3월, 휴대전화 알림음과 함께 메시지가 도착했다. 종종 근황을 나누는 백패킹 모임의 단체 채팅방이었다. “5월, 좋아요!” “저도 좋아요. 날짜는요?” 채팅창에는 하나둘 기대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5월 둘째 주말은 어떨까요? 목적지는 전남 금당도예요.” 자연스럽게 여행 계획이 세워졌다. 푸른 햇살이 내리쬐는 5월 어느 아침, ‘엄빠’ 백패커 7명과 어린이 백패커 5명이 전남 고흥군 금산면 우두항에 모였다. 커다란 배낭은 어른들의 몫이었고, 들뜬 표정은 아이들의 몫이었다. 오전 11시20분, 금당도로 향하는 차도선 ‘평화페리 13호’가 천천히 부두를 떠났다. 금당도는 행정구역상 완도군에 속하지만, 실제 생활권은 고흥과 가깝다. 우두항을 떠난 지 15분 남짓, 우리는 금당도 율포항에 도착했다.금당도에 도착한 ‘엄빠’ 백패커 7명과 어린이 백패커 5명. 박준형 제공 광고일출이 드리운 세포전망대. 세포전망대는 금당도를 찾는 백패커들에게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어준다. 박준형 제공 금당도 마을버스의 기사 안선남씨. 그는 지역 토박이답게 섬 구석구석의 매력을 정겹게 들려주었다. 박준형 제공 “오늘 일정이 어떻게 돼?” 아들 서진이가 물었다. 금당도에는 섬 전체를 아우르는 8개의 트레킹 코스 ‘금당팔경길’(17.9㎞)이 있다. 그중 우리의 목표는 금당적벽길이다. 세포마을에서 시작하는 금당적벽길은 교암청풍길과 적벽청풍길, 두개의 길로 이루어져 있다. 박지(텐트 치고 머무는 장소)는 적벽청풍길의 세포전망대로 정했다. 율포항이 있는 차우리에서 세포마을까지는 마을버스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이번에는 각자 먹을 음식을 짊어지고 가지 않고 섬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매식’을 계획했다. 전날 고흥에 도착해 팔영산(606m)을 등산하고 연소해변에서 하룻밤을 보낸 일행을 위한 배려였다. 여기에 섬마을 지역경제 활성화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는 여행자로서의 바람도 슬며시 얹었다. 마을버스를 타기 전,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마트에 들러 필요한 식음료를 구입하기로 했다. 내 설명을 들은 서진이는 “그럼, 제일 먼저 밥 먹으러 간다는 거네? 다행이다! 배고팠거든!” 하며 빙긋 미소 지었다.광고광고 “세포마을 가지요?” 면사무소 앞 중식당에서 점심을 마친 우리는 마을버스에 올랐다. “시간 급한 거 없으믄, 버스로 금당도 한바퀴 휙 돌아보고 가죠?” 주말 운행을 담당하는 안선남(71)씨가 룸미러 너머로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하루 5차례만 운행하는 금당도의 마을버스는 배 시간에 따라 노선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했다. 그로 인해 이번 버스는 세포마을로 바로 향하지 못하고, 기점인 가학항을 거쳐 돌아오는 길에 정차한다는 설명이었다. “버스 여행 좋죠!” 우리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렇게 금당도 마을버스 투어가 시작되었다.가마바위를 바라보는 준서(13·왼쪽)와 서진(10)이. 박준형 제공 광고가마바위 끝을 향하는 아이들. 박준형 제공 금당도의 유일한 중식당 '남해루' 음식. 박준형 제공 버스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길가에 선 주민들이 기사님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나가 어릴 적엔 섬 주민이 6천명도 넘었는디, 인자는 천명도 채 안 돼요. 주민 대부분이 서로 아는 사이죠.” 금당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라는 그는 손끝으로 왼쪽 해변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가 송아지목이라고, 우리 부락 앞바다인데, 저서 잡는 바지락은 여느 갯벌에서 잡히는 바지락이랑 비교가 안 돼요. 맛있당께.” 금당도에는 8개의 마을(행정구역상 리)이 있는데, 섬사람들은 마을을 ‘부락’이라 부른다고 했다. 바다를 조망하는 정자와 잔디밭이 나타날 때면 “여기도 캠핑하기 좋으니, 다음에는 여기로 와보라”고 금당도의 전망 좋은 박지와 숨은 명소들을 알려주며 섬의 매력을 정겹게 들려주었다. 세포마을 정류장에서 세포전망대까지는 2㎞ 남짓한 오르막길이었다. 전망대 한편에 배낭을 내려놓은 우리는 가벼운 차림으로 본격적인 섬 트레킹에 나섰다. 5월의 햇살은 이미 초여름에 가까웠다. 이따금 불어오는 선선한 바닷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주었다. 이번 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인 교암청풍길에 들어섰다. “우와~!” 바람이 깎고 파도가 조각한 거대한 해안 절벽 앞에 선 우리의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좁은 바윗길을 향해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오른쪽으로는 웅장한 바위 절벽이, 왼쪽으로는 끝없이 열린 바다가 잔잔히 펼쳐졌다. 감탄과 긴장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자연이 빚은 섬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바윗길이 끝나고 이어진 숲길은 가마바위 앞에 닿았다. “아까 박지에서 봤던 그 바위네!” 아이들은 전망대에서 바다를 끼고 바라봤던 돌섬을 기억했다. “난 바위 끝까지 올라가 볼래!” 가마바위를 바라보던 승민(11)이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형! 나도 같이 가!” 서진(10)이 그 뒤를 쫓았고, 맏형인 승윤(15)이 후미를 지키며 동생들을 챙겼다. 준서(13)와 아루(9)는 휴식을 택했다. 가마바위 끝자락에 다다르자, 눈이 시릴 만큼 새파란 하늘 아래 에메랄드빛 남해가 가슴 가득 안겨왔다. 아이들은 숨을 고르며 바닷바람을 음미했다.광고해 질 녘 가벼운 발걸음으로 박지로 향하는 아이들. 박준형 제공 ‘하나, 둘, 셋!’ 신호와 함께 각자의 감정을 담은 돌멩이를 던지는 아이들. 박준형 제공 금당도의 부속섬인 비견도와 허우도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 풍경. 박준형 제공 “우리 ‘마음 비우기’ 한번 해볼까?” 나는 작은 돌을 하나 집어 들며 말했다. “이 돌에 속상했던 감정이나 걱정거리를 꾹꾹 담아서 바다에 던지는 거야.” 의아한 표정으로 내 말을 듣던 아이들은 곧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보물찾기라도 하듯 신중하게 제 몫의 돌멩이를 골라 손에 꽉 쥐었다. “하나, 둘, 셋!” 외침과 함께 아이들의 손을 떠난 돌멩이들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바다로 떨어졌다. ‘풍덩’ 소리와 함께 긴장감이 감돌던 어린 백패커들의 얼굴은 어느새 뿌듯함으로 채워졌다. 해 질 무렵 전망대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박준형 ‘오늘도 아이와 산으로 갑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