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한국계 미국 작가 앤절라 미영 허. 두번째 장편 소설 ‘우리, 메아리처럼’이 이달 국내 소개됐다. 작가는 최근 세번째 장편 소설(영문)을 펴냈다. 열린책들 제공 광고한국계 미국 작가 앤절라 미영 허(46)의 장편 소설 ‘우리, 메아리처럼’을 한권짜리 대하소설로 부르지 못할 까닭이 없다. 인물이 풍성해서가 아니다. 주인공은 1970년대 초 이민 간 한국인 가족의 딸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소수 민족’으로 사는 법을 배우기까지 30년이 걸렸”다고 말하는 물리학자 여성 엘사다. 결과인 양 언뜻 저 까칠한 엘사의 뒤만 독자는 밟아도 된다. 엘사 박의 다채롭고 중층적인 표정과 말투, ―때로 충동과 환각으로 압도되는― 감각 덕분이고, 한국 여성이 고래로 물려받는 신화의 뿌리와 스스로 감당해 온 시대, 역사가 하릴없이 맞물리는 덕분이다. 소설의 시공간이 장대하고 깊어지는 연유로서, 유유히 ‘천의 얼굴’을 지어낸다. 전후 한국의 가족사, 여성에게 수천년 강제된, 그러곤 대륙을 넘나들면서까지 들러붙는 신화와 민속의 현재성, 그 운명에 결속된 모녀들, 물고 물리는 인종 차별의 다층성과 편견의 생생한 뉘앙스(백인이 일본계를, 일본계가 한국계를 차별하고, 스웨덴 백인이 핀란드 백인을 차별한다), 나아가 기원과 진실을 갈구하는 신화와 과학의 접목까지. 또 한편 한국계 이민자와 입양인이 공허에 맞서 만들어내는 사랑과 욕망은, 마치 영화 ‘비포 선셋’의 디아스포라 버전 같다. 2021년 출간 이래 미국 현지에선 이 작품을 에스에프(SF)로 분류하고 있다. ‘천의 얼굴’에 대한 방증일까만, 전세계가 뭐라든 한국 독자만은 SF로 보지 않을 법하다. 나무꾼에게 옷을 도둑맞은 선녀, 여성을 공양하는 에밀레종이나 심청의 전설이 소설에 담겼다 해서, 엘사가 헛것을 본다 해서 SF일 수는 없다. “납치되고 희생된 여자아이”의 민담이 삽화처럼 엘사에 의해 “다시” 쓰일 때, 국내 문학에선 진단될 수 없는 한국적 리얼리티가 시현된다. 광고 아무렴 ‘장르 초월적’이라야 타당한 이 소설의 원제는 ‘Folklorn’(포클론)이다. 가족, 민족을 뜻하는 ‘folk’(포크), 민속을 뜻하는 ‘folklore’(포클로)에 고립무원의 상태를 가리키는 ‘lorn’(론)을 더해 작가가 만든 단어다. 작중 풀이하자니, “가족의 고독. 범위가 조금 더 좁은 문화적 증후군. 가족에게 갇힌”이다. 소설은 적잖은 설정에서 작가 자신의 자전적 삶을 고리로 묶고 있다. 고국에서의 신분과 계층을 희생했을 이민자 가족, 아시아 여성의 성장, 5년 전 책 출간 인터뷰에서 밝힌바 “20~30대, 서울, 스톡홀름과 미국 여러 도시에서 겪었던 외로움과 고립감”, 임신과 출산 등. 이달 국내 번역서가 나온 뒤 작가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표지를 처음 보고선 울음을 터뜨렸다” “나도 내가 낸 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 민담 속 여성들이 제게 말하는 듯했다. ‘자네의 말을 들었네. 자네가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우리의 이야기로 어떻게 자네와 세상 속 자네의 자리를 이해하게 되었는지.’”광고광고우리, 메아리처럼 l 앤절라 미영 허 지음, 임슬애 옮김, 열린책들, 2만2000원 엘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는 실험 물리학자다. 비활성 중성미자의 존재를 입증하고자 한다. 전자기파로도 감지되지 않고 중력으로만 존재가 확인되는 우주의 ‘암흑물질’ 가운데서도, 다른 입자들과 일절 상호작용하지 않는 이론상의 입자다. 기존의 중성미자보다 감지가 더 어려워 “유령 입자의 유령”이라고도 불린다. 그렇기에 비주류 분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엘사는 “정체성을 바꿀 수 있는 중성미자”, 개중 없을지도 모르는 비활성 중성미자에 점점 더 이끌리게 된다. 엘사의 연구가 비중 있게 소설을 구성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작가가 현재 스톡홀름에 살며, 스웨덴 남편이 실제 남극에서 진행한 연구와 중성미자에 관한 논문에 착안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유령 입자를 좇는 엘사,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전승되듯 엘사를 좇는 ‘한국 여성’이라는 유령 신화가 맞물려 은유되는 방식이요, 유령 입자와 같이 운명을 전환해 가는 일의 의미가 고스란해지는 방식이다. 과학과 신화의 절묘한 교차로 삶은 겨우 이해되고, 변화한달까. 광고 실제 엘사 곁을 유령이 배회한다. 결결이 환시되는 댕기 머리 여성이다. 인종 차별로 밖에 나가길 마다했던 소싯적부터 엘사(작가의 경험이기도 하다)의 온전한 친구였다. 이 존재의 비밀이 ‘우리, 메아리처럼’의 또 하나 눈대목이다. 폭력적 남편에게 진저리치던 아내 송해림이 한국으로 돌아간 적 있다. 오빠 크리스까지 남겨둔 채. 해림의 뱃속엔 딸이 있었다. 태어났다면 크리스와 10살 터울의 엘사 사이 둘째 여자아이, 즉 엘사의 언니가 되었을 터다. 해림은 그러나 홀로 미국으로 돌아온다. “과학은” “어머니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 “어머니를 거부하고 어머니의 거짓을 증명하는 방식”이기에 집착했던 엘사가, 어머니가 들려주고 남긴 이야기를 다시 쓰고, 어머니의 바람대로 두 자매의 여행(?)을 도모하기까지 과학과 신화는 기호로서 교차한다. 앤절라 미영 허는 1980년 미국 엘에이(LA) 출생으로, 금관가야 1대 수로왕의 왕비 허황옥이 시조임을 때때로 소개한다. 디아스포라의 뿌리인 동시에 “부모와 문화로부터 물려받는 신화, 이러한 이야기들이 우리가 순응하든, 도전하든, 거부하든 우리의 정체성과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의 시원으로 거슬러 가는 셈이다. 2007년 장편 ‘케이타운의 여왕들’로 데뷔했으나, 하버드대 영문학 전공자로 국내 대학 강단에도 서고, 새로 스웨덴에 거주하며 결혼, 출산과 육아 등으로 수년 글쓰기를 중단해야 했다. “실패”와 “재건”을 거쳐 14년 만에 내놓은 두번째 작품이 ‘우리, 메아리처럼’이다. 작중 엘사의 지도 교수는 말한다. 과거엔 중성미자도 이론에 불과했다고. 수십년 지난 뒤 존재를 증명받게 된 거라고. 지금도 중성미자 자체가 목격된 적은 없다고. “충돌의 메아리”만 볼 수 있을 뿐이라고. 바야흐로 새로 쓰이는 여성 신화의 시간, 600쪽 넘는 이 작품이 마구 읽힌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미국선 SF, 여기는 리얼리티…한국계 작가의 ‘여성 신화’ 다시 쓰기 [.txt]
한국계 미국 작가 앤절라 미영 허(46)의 장편 소설 ‘우리, 메아리처럼’을 한권짜리 대하소설로 부르지 못할 까닭이 없다. 인물이 풍성해서가 아니다. 주인공은 1970년대 초 이민 간 한국인 가족의 딸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소수 민족’으로 사는 법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