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인디애나대 영어학과 명예 석좌 교수이자 페미니스트 비평가 수전 구버. 북하우스 광고‘미들 마치’를 쓴 19세기 영국 소설가 조지 엘리엇은 나이 예순에 스무살 어린 남자와 결혼했다. 호사가들은 늙은 여자와 섹스하게 된 마흔 살 남자를 애처롭게 보면서 비아냥거렸다. 결혼 기간은 짧았고 부부 사이에 동요가 없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나누었던 다정함의 증거는 적지 않다. 엘리엇은 남편에게 권위를 인정받는 배우자였고, 남편은 사별 이후 존경심을 가득 담아 엘리엇에 관한 전기를 펴냈다. 벨 에포크 시대 프랑스 작가 콜레트의 연애 사건은 더 유명하다. 콜레트가 47살 때 16살 의붓아들과 벌인 뻔뻔하고 파격적인 스캔들은 방탕한 1920년대 파리에서도 큰 충격이었다. 악명 높은 시기를 보내고 50대에 이르러 콜레트는 일찌감치 대가의 반열에 안착했다. 81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콜레트는 갈망에 관한 관능적인 글을 썼다. 정치에 무관심했고 여성 운동에 적대적이었던 그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었지만 욕망의 통제에 반대한 것만은 분명했다. 일흔한 살의 나이에 ‘지지’를 쓰면서 성별과 계급 불평등을 다루었고, 10대 소녀가 역경을 딛고 승리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자살과 노처녀들로 가득한 문학사”에서 콜레트는 “여자를 사랑하고, 남자를 사랑하고 그리고 계속 글을 썼”다. 조지 엘리엇. 북하우스 제공 미국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을 널리 알린 강압적인 남편은 사진계의 거장 앨프리드 스티글리츠였다. 기혼자이던 스티글리츠는 이혼을 한 뒤 자신과 결혼하도록 오키프를 설득했다. 두 사람은 사실 물과 기름처럼 맞지 않았다. 스티글리츠가 사망한 뒤 오키프는 노년에 접어들어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그의 나이 여든이 넘은 1973년, 오키프 앞에 26살의 청년 도예가 존 해밀턴이 나타났다. 해밀턴은 오키프의 운전사, 비서, 제자, 간병인이 되었다. 그는 오키프의 대리인이나 상속자처럼 행세했고 실제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았다. 해밀턴은 약삭빠른 기회주의자였지만 오키프의 노년을 질적으로 향상시켜준 것도 사실이었다. 오키프는 자신을 의존적이거나 모자라는 존재로 만드는 상황에 맞서 싸웠고 불같이 화를 냈다. 그저 ‘괴팍한 할망구’로 보일 수도 있었던 그의 말년 걸작은 남다른 영적 통찰을 보여주었다. 그가 시력을 잃어가던 노년에 창작한 작품이야말로 가장 눈부시다는 평가를 받는다.광고1983년 조지아 오키프(왼쪽)와 존 해밀턴. 북하우스 제공 이자크 디네센. 북하우스 제공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작가 이자크 디네센은 아버지, 남편, 연인에게 버림받았다. 대신 그는 에로티시즘으로 남자들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여자 이야기를 지었다. 노년엔 섭식장애에 시달렸지만 먹기를 포기한 대신에 ‘바베트의 만찬’이라는 위대한 음식 찬가를 남겼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매혹적인 외양을 추구했지만 아름답다는 평가만을 받지는 않았다. 한나 아렌트는 늙고 쇠약한 디네센을 보고 “아름답게 차려입은 (…) 유령 같았다”고 말했고 디네센 자신도 “가장 불쾌한 늙은 마녀 같은 꼴”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몇몇 예술가들의 독특한 차림새는 자기 삶을 예술로 만드는 “자기 신화화” 과정인 동시에 노년 여성들을 “문화의 지도” 위에 올려놓는 이유가 되었다.광고광고루이스 부르주아. 북하우스 제공 ‘거미’ 시리즈로 유명한 미술가 루이스 부르주아에게 노년기는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기였다. 젊었을 땐 아들을 원했던 아버지에 대한 보복에 전념했지만 노년에 이르러 더는 부르주아의 관심사가 아니었고, 어머니의 죽음 이후 비통함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던 청춘에서도 벗어났다. 대신 부르주아는 “노화 과정의 현상학자”가 되었다. 2010년 98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소름 끼치는 인형, 귀신 들린 방, 벌레 등을 형상화하고 자신의 과거를 파헤치며 두려움에 직면하는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노년은 축복이자 저주다. 동료 학자 샌드라 길버트와 함께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쓴 영문학자 수전 구바에게도 역시 그랬다. 그는 2008년 63살에 말기 난소암 진단을 받고 의사에게 3년에서 5년 정도 여명이 남았다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치료와 재발을 반복하면서 그는 노쇠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암 생존자가 되었고 70대 후반에 이르러 이 책을 썼다. ‘피날레’, 삶의 최종 악장이자 가장 화려한 끝맺음을 뜻하는 단어가 책의 제목이 되었다. 구바는 ‘연인, 이단아, 현자’였던 9명 여성 예술가의 생애와 말년 활동을 추적했고 “노인혐오와 성차별이 버무려진 해로운 생각”에 맞서 노파, 마녀, 심술 가득한 할망구로 표상되었던 “늙은 여자”를 재발명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죽지 않고 살아남아 ‘피날레’를 장식했다. 광고 9명의 여성 예술가들은 늙음이라는 결손과 중력에 저항했다. 사랑과 관능의 수명이 길다는 점을 입증했고, 노년의 부상과 장애를 오히려 활용했으며, 용기를 갖고 새로운 관계에 뛰어들었다. 배짱 두둑한 저항, 유머, 허풍에 권위를 혼합하여 노년의 창의성을 밀고 나갔다. 책에는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노년의 진실이 잇달아 등장한다. 구바는 예상과 달리 노년에 일찍 안착할수록 좋다는 점을 발견했는데, 주변을 정리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립해 적극 대응하는 편이 창조성 발휘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 기능의 퇴화와 함께 보수화한다는 통념에 반해 변화에 대응한 선구자 다수가 진보적 대의에 공헌한 점도 눈에 띈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은 날들이 얼마 안 되는데) “왜 걱정하고 무서워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겠느냐.”캐서린 더넘. 북하우스 제공 구바는 “노년기는 변죽을 울리거나 수수께끼 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궨덜린 브룩스는 인종주의를 비판하고 백인 문학 기득권층을 한층 강하게 비판했으며 열정적으로 불타오르는 만년을 보냈다. 인류학자 겸 무용가 캐서린 더넘은 여든둘 나이에 대통령 조지 부시가 명령한 아이티 난민 강제 송환에 항의하는 47일간의 단식투쟁을 감행했고, 80~90대까지 내내 연구를 거듭했다. 더넘과 제자들이 가장 좋아한 말은 이것이었다. “매일 내면으로 들어가 네 내면의 힘을 찾아라. 세상이 네 내면의 촛불을 꺼뜨리지 않도록.”메리 루 윌리엄스. 북하우스 제공 휠체어에 앉은 콜레트. 북하우스 제공 광고피날레 l 수전 구바 지음, 정지인 옮김, 북하우스, 3만3000원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