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양승욱 작가의 단채널 영상 ‘이 영상은 수어 통역 영상이 아닙니다’(2023)의 한 장면. 듣지 못하는 농인 퀴어 청년 우지양이 여장하고 나와 수어로 표현하는 성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광고소리를 듣지 못하고 수어(손짓말)로 주로 소통하는 농인 청년이 있다. 그가 여성성을 지닌 성소수자(퀴어)라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까. 지금 서울 북촌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1층에서 상영 중인 양승욱 작가의 두가지 영상물은 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장한 채 협업자로 등장하는 농인 퀴어 청년 우지양의 울림 있는 독백과 오직 음악의 진동으로만 감지하면서 펼치는 그의 율동으로. “수어를 살펴보시면 남성적인 수어, 예를 들어 크고 시원시원하게 (손짓)말하는… 여성적 수어에선 반대로 좀 더 작고 섬세한 수어를 볼 수 있습니다. … 저는 예전부터 이 부분에 대해 주위 농인들에게 많은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남자인데 왜 여자처럼 수어를 하지? 수술하려는 거니? 하리수처럼 되고 싶어?’라는….” 현란한 푸른빛 미니스커트를 입은 청년 우지양의 독백 영상은 붉은 조명에 물든 기계실 공간에서 퍼져나온다. 선율이나 리듬을 타듯 스피커의 진동에 따라 클럽에서 춤추는 청년의 다른 영상과 어울리며 지금 이 땅의 소수자들이 겪는 질곡과 제약의 실상을 낯설고도 절실하게 전달한다. 소수자 퀴어의 감수성과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수어 표현이 어떤 것인지를 귀와 눈의 오롯한 감각으로 접하게 되는 순간들이다.광고 양 작가의 영상들은 아트선재센터에 차린 국내 최초의 대규모 퀴어미술전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의 출품작 가운데 일부다. 전시는 소수자 예술품을 수집하고 전시를 기획해온 홍콩의 선프라이드재단과 아트선재센터가 함께 꾸렸는데, 덩치와 구성이 간단치 않다. 재단의 소장품과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중견 소장 퀴어 작가 74명(팀)의 작품들을 김선정 센터 예술감독과 이용우 객원큐레이터(홍콩 중문대 교수)가 추려서 전시를 만들었다. 영상과 회화, 조형물, 사진, 설치작품 등의 크고 작은 출품작 수백점이 1~3층의 전시장은 물론, 지하 극장과 기계실, 화장실까지 꽉꽉 채웠다. 작품들의 부피와 수량으로만 봐도 비엔날레를 방불케 할 정도인데, 메시지와 표현 방식도 갈래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각양각색이다. 작가만 해도 영국 작가 듀오 길버트 앤 조지의 사진 합성 작업과 미용실의 시술용 종이를 활용해 차별과 소외의 이미지를 화면에 표출한 미국 흑인 대가 마크 브래드퍼드 등의 서구 대가들부터 오인환, 이강승, 정은영, 김아영 등의 국내 유명 작가들의 영상, 설치, 대안 공간 등의 변방에서 도발적 작업을 하는 청년 작가들의 입체, 평면 작업들까지 들어가 있다.광고광고 산만할 정도로 복잡다기한 전시의 만듦새 때문에 집중 감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계속 전시장을 훑게 만드는 매력은 기존 작가들과 크게 다른 퀴어 아티스트들의 눈높이와 색다른 조형적 감각에서 나온다. 벽 모퉁이의 굴곡에 맞춰 일그러진 몸뚱어리를 그려 넣은 임창곤 작가의 ‘비어 있는 남자’는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성 역할이나 위계에 대한 압박과 공포의 느낌을 반영한다. 이에 비해 한 작업실에서 함께 서로를 관찰하며 작업한 몸덩이 조각과 작업실 공간의 회화를 내놓은 윤정의·박정우의 작업들과 사람들의 몸속 어딘가에 깃든 퀴어적인 속성들을 팔을 휘저어 물결과 바람의 흐름을 만든 인물 군상들로 담아낸 이우성의 대작들은 연대와 공감의 화두로 퀴어아트를 바라보게 한다. 이태원, 낙원동 등 서울의 시공간이나 변방 공간의 틈새에서 고민하며 만든 숨은 작품들까지 작심하고 꺼내놓으려는 성소수자 작가들의 의욕과 최근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해온 소수자 예술에 대해 국내 제도권 미술도 무심하지 않다는 역설(力說), 이 두가지 맥락이 전시의 행간에 드러나 보인다. 6월28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조각가 윤정의의 몸덩이 조형물과 화가 박정우의 그림들. 한 작업실에서 서로의 몸과 일하는 공간을 관찰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임창곤 작가가 목판에 그린 유화 ‘비어 있는 남자’(2018). 벽 아래 모퉁이의 굴곡에 맞춰 일그러진 몸뚱어리를 그려 넣었다. 이우성 작가가 면천에 아크릴로 그린 대작 ‘바람이 되고 물이 되어 그곳에 닿을 때까지’(2026)의 세부.
‘성소수자 수어’를 아시는지? 퀴어작가들 북촌에 비엔날레급 전시판 벌였다
소리를 듣지 못하고 수어(손짓말)로 주로 소통하는 농인 청년이 있다. 그가 여성성을 지닌 성소수자(퀴어)라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까. 지금 서울 북촌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1층에서 상영 중인 양승욱 작가의 두가지 영상물은 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장한 채 협업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