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제27회 서울 퀴어퍼레이드에서 연대발언을 하고 있는 풀, 꼬꼬, 유랑. 짱똘 제공광고퀴어 청소년은 어느 학교에나 존재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쉬쉬하거나 주로 어른의 언어로 쓰였다. 최근 교육감 선거 기간 내걸린 ‘동성애 교육 추방’ 현수막은 이들의 존재가 얼마나 쉽게 지워지는지 보여준다.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퀴어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모여라! 퀴어 청소년’(사계절)을 펴낸 ‘짱똘’(2017년 한 대안학교에서 결성된 퀴어 청소년 모임)에서 활동한 꼬꼬, 풀, 그리고 퀴어 교사 유랑을 만나 이들의 현실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지워지는 퀴어 청소년학교는 청소년들에게 안전해야 할 울타리지만, 이성애 중심적이고 성별 이분법적인 규범이 지배하는 교실은 퀴어 청소년에게는 차별과 배제의 공간이다. 논바이너리(남녀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성 정체성) 정체성을 가진 꼬꼬는 “성별 이분법적인 기숙사 구조와 화장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언니, 누나’ 같은 호칭 하나하나가 매번 소화되지 않고 목에 걸리는 느낌이었다”며 “학교가 퀴어의 존재를 전혀 상상하지 못하면서 차별받고 있다는 답답함이 컸다”고 학교를 다니던 당시를 회고했다.단순히 시설 문제만이 아니다. 학교 행사에서 자연스럽게 남녀를 매치시키거나, 교사나 선후배가 아무렇지 않게 이성 친구의 존재를 묻는 일상적 문화는 퀴어 청소년들을 자리 바깥으로 내몬다. 비단 청소년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대안학교 퀴어 교사였던 유랑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양육자들은 “우리 선생님 이렇게 시골에 살면서 결혼도 못하겠다”며 끊임없이 이성을 소개해 주려 했고,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도 연애에 대한 질문이 오갔다. 이성애를 당연한 전제로 오가는 일상적 관심은 퀴어 교사가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게 만드는 또 다른 벽이었다.광고제도의 변화, 그리고 그 너머의 벽학교 안의 고립을 깨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꼬꼬의 커밍아웃이 그 계기였다. 꼬꼬가 전교생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결심했고, 그 과정에서 학교 안의 다른 퀴어들이 하나 둘 모이며 짱똘 모임이 결성됐다. 꼬꼬의 공개적인 커밍아웃과 짱똘의 결성 후, 이들은 숨어 있는 대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학교 축제에서 퀴어 부스를 운영하고, 성 중립 화장실 설치를 제안하고, 청소년 퀴어문화축제 ‘무아지경’을 개최하며 퀴어 청소년의 존재를 가시화했다. 이름 그대로 정상성 규범의 학교에 균열을 내는 ‘짱똘’을 던졌다.짱똘의 활동과 함께 학교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숙사의 성별 명칭이 수정되고, 공동체 약속에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관한 차별 금지 조항이 명시됐다. 짱똘의 존재를 통해 퀴어 당사자의 존재를 인지하고 고민하게 된 것이다.광고광고그러나 제도가 변했다고 해서 일상 문화까지 절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이 정도 환경이면 특권을 누리고 있는 거다” “뭘 더 해달라는 말이냐”라는 식의 반응도 따라왔다. 대안학교라는 비교적 진보적 환경이, 오히려 한계를 긋는 장벽이 되기도 했다. 유랑 역시 “제도가 바뀐 만큼 공동체의 문화와 구성원들의 일상적 언어, 인식이 뒤따라와야 하는데 ‘우리는 제도 만들었으니 끝났다’며 문을 닫아버리는 분위기 속에서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했다.반면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도 많았다. 꼬꼬의 커밍아웃 이후 “네가 커밍아웃을 해줘서 퀴어에 관해 공부할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한 학생들이 있었고, 익명 게시판에 짱똘에 대한 혐오성 글이 올라왔을 때는 다른 학생들이 먼저 반박 글을 올리며 싸워주기도 했다. 청소년 퀴어문화축제 ‘무아지경’ 준비를 위한 펀딩이 순식간에 목표액을 달성한 것도, 학교 밖 세상의 연대를 실감한 경험이었다.광고청소년 퀴어축제 ‘무아지경’ 모습. 짱돌 제공폐쇄적 성교육이 오히려 청소년 위협퀴어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겪는 큰 폭력 중 하나는 교육의 부재다.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다뤄지지 않는 현실은 존재를 지우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기성세대는 흔히 10대의 정체성 고민을 두고 한때 지나가는 방황으로 치부하며 입을 막으려 한다. 이에 대해 풀은 단호하게 반박한다.“청소년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는 ‘존재’ 그 자체다. 이성에게 느끼는 감정은 자연스럽게 보면서, 동성에게 끌린다는 이유로 단순한 혼란이라 말할 수 있을까? 청소년은 이미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로 세상을 접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독립된 인간으로 바라본다면 성소수자 교육이 유해하다는 주장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 수 있다.”하지만 다양한 관점의 성교육이 오히려 어려워진 것이 학교 현실이다. 필요를 느끼는 교사들조차 퀴어 혐오적 분위기와 양육자 민원의 압박에 움츠러들었다. 유랑은 “양육자들이 민원을 생각보다 많이 넣고, 특히 이런 영역에서는 더 많이 넣기 때문에 쉽사리 얘기하기 어렵다”고 현실을 설명한다. 그럼에도 즉각적인 반응과 지지는 중요하다. 즉각적인 반응이 어렵다면 학교 안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교사를 한 명이라도 찾아보거나, 연대할 수 있는 교사 모임에서 동료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유랑이 대안학교에서 시도한 포용적 성교육 방식도 좋은 참고가 된다. 꼭 별도의 퀴어 수업이 아니라도, 성교육을 할 때 다양한 성별과 성적 지향을 자연스럽게 포함하고, 이성 간 섹스 외의 맥락도 다루는 방식이다.광고양육자에게는 더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자녀의 퀴어 정체성을 마주했을 때 흔히 나오는 반응은 “퀴어는 존중하지만 우리 아이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유랑은 이러한 양육자 반응을 많이 접했다며 반문한다.“바꿔야 하는 건 내 아이의 정체성이 아니라 퀴어를 힘들게 하는 혐오적 의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정말 자녀를 사랑한다면, 정체성을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니라 차별과 혐오에 맞서 함께 싸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혐오의 시대를 건너는 연결과 연대의 힘세 사람은 퀴어 청소년 당사자에게는 ‘연결되는 감각’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변에 퀴어 친구나 지인이 없다면 퀴어 문화 축제나 관련 주제의 북토크 등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해 보기를 권했다. 생각보다 비슷한 고민을 지닌 청소년이 많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존재를 확인하는 일 자체가 든든한 지지가 되기 때문이다. 당장 모임을 찾기 어렵거나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이라면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www.ddingdong.kr)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끝으로 짱똘의 세 멤버는 혐오가 팽배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지난 6·3 지방선거 기간, 한 교육감 후보가 서울 시내 곳곳에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꼬꼬는 이러한 상황을 다른 방향에서 읽었다.“몇 년 전에 그런 현수막이 걸렸다면 이렇게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았을까. 혐오보다는 그 혐오에 맞서는 사람들한테 좀 더 집중하게 된 시기였다. 조금씩이지만 분명히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너무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풀은 “퀴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응원을 쏟아주는 동료들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한다. 절대 혼자가 아니니, 자신을 지키며 안전한 곳에서 우선 삶을 잘 챙겨 나갔으면 좋겠다”며 어딘가에서 고립되어 있을 퀴어 청소년에게 응원을 전했다. 정상성 바깥의 삶이 무조건 불행할 거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퀴어였기에 오히려 더 다채로운 사람들과 연결되며 풍성한 세상을 경험했다”는 유랑의 말처럼, 교실이라는 좁은 벽 너머에는 생각보다 더 다양하고 자유로운 세계가 있다.짱똘 멤버들이 퀴어 청소년과 연대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사계절 제공‘모여라! 퀴어 청소년’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 | 사계절퀴어 청소년 당사자들과 성인 퀴어 교사가 함께 쓴 국내 최초 당사자 에세이다. 정체성 고민부터 교내 차별에 맞서기까지, 나와 비슷한 시기를 건너온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위로와 연대감을 얻을 수 있다.한티재 제공‘커밍아웃 스토리’ 성소수자 부모 모임 | 한티재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와 당사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퀴어 청소년이 양육자에게 커밍아웃을 준비하며 겪는 고민은 물론, 처음 자녀의 정체성을 마주한 부모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녀를 이해하고 지지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조언과 따뜻한 이정표를 제시한다.문학동네 제공‘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 문학동네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10대 퀴어 청소년이 일상에서 겪는 혼란과 고립감,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퀴어 당사자에게는 짙은 공감을, 비당사자나 기성세대에게는 ‘한국 사회에서 퀴어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생생한 간접 체험을 선사한다.박은아 객원기자, 사진 ‘짱똘’ 제공
‘짱똘’ 멤버들 “바꿔야 할 건 내 아이 정체성 아니라 혐오 의식”
퀴어 청소년은 어느 학교에나 존재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쉬쉬하거나 주로 어른의 언어로 쓰였다. 최근 교육감 선거 기간 내걸린 ‘동성애 교육 추방’ 현수막은 이들의 존재가 얼마나 쉽게 지워지는지 보여준다.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퀴어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