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지난 4일 서울시교육청으로 출근하며 직원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광고박수진 | 사회정책·젠더팀장“그동안은 진보 단일 후보를 뽑았지. 그렇게 뽑아놔도 교실은 삭막하고, 사교육비는 점점 많이 들고…. 이번에는 인공지능(AI)이 시키는 대로 했어.”서울 강남구에서 초등학생, 중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지인은 이번 교육감 선거는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후보를 뽑았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은 민주당, 교육감은 진보 성향 후보를 뽑았다. 김씨는 인공지능에 자신의 투표 성향을 파악하라고 시킨 뒤 추천받은 ‘교사 출신, 현장 지향형 후보’를 찍고 기표소를 나섰다. 그가 뽑은 후보는 당선되지 않았지만 속상하지도 않았다. “누가 된들 달랐겠어?”광고지난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도 함께 치러졌다. 교육감은 유치원을 비롯해 초·중·고교 교실을 바꿀 수 있는 예산권·인사권 등을 가졌다. 중앙정부의 교육 정책을 현장에 맞게 전달한다. 그러나 투표장에 들어간 2725만여명 가운데 108만8403명이 교육감 선거에 무효표를 던졌다. 이 108만여명만 무효표를 던진 걸까. 투표한 이들은 대부분 차가운 냉소를 보냈다. “교육감 선거, 왜 하는 거야?” “공약이 다 뜬구름만 잡아.”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2010년에 직선제로 지자체장 선거와 시도교육감 선거를 동시에 치르면서 서울, 경기, 강원, 전북, 광주, 전남 등 6개 시도에서 처음 진보 교육감이 배출됐다. 교육자치 시행 뒤 간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하던 17년 동안 보수 교육감만 선출된 것에 비해 큰 변화였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시도교육감 직선제 선출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0년 직선제 시행 3년 뒤인 2013년 직선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9.9%, 2014년에는 54.9%까지 높아졌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2013년 15.8%에서 2014년 12.3%로 낮아졌다.광고광고변곡점은 진보 교육감에게 ‘확실히 몰아준’ 4년으로 보인다. 2010년을 시작으로 무상교육, 학생 인권 향상, 특권학교 폐지 등 진보 교육 의제가 시민의 열망과 맞물리며 ‘진보 교육감’의 저변은 점차 넓어져 2018년에는 대전·대구·경북 세곳을 제외한 14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다. 당시는 탄핵 뒤 많은 시민의 열망을 안고 문재인 정부가 교육 정책을 관할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는 논문 ‘교육감 권력 변동과 지역 교육정책의 변화에 관한 연구’에서 “중앙과 지방 정치-행정 권력의 일치도가 가장 높았던” 그 시기의 실패가 민심이 교육 영역에서도 ‘진보 세력을 심판’하는 구도를 형성했다고 분석한다. 입시 정책은 국가교육회의 등에 공을 넘기고 4년 내내 14개 시도 진보 교육감과 합작한 성과도 없었다는 것이다. 2021년 같은 조사에서 시도교육감 직선제 ‘찬성’ 의견은 42.6%로 낮아지고 ‘잘 모르겠다’는 29.5%로 늘어났다. 그 결과는 2022년의 선택으로 나타났다. 진보 교육감 당선지는 9곳으로 줄었다.올해 시민은 진보 교육감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보수 교육감 지역이었던 경기, 강원, 제주에서 지난 4년을 평가해 진보 교육감을 선택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또 다른 지인은 “경쟁 교육을 완화할 후보를 뽑고 싶어서” 이번에는 진보 단일 후보를 뽑았다. 공약집에 써놓은 예술·스포츠 교육 확대, 교육격차 해소를 꼭 정책으로 구현하길 바란단다.광고꼼꼼하게 따져서 지자체장을 뽑은 것과 달리 교육감 선거만 인공지능에 선택을 미룬 지인도 교육감이 제 역할을 한다면 원하는 바는 있다. ‘단단한 공교육’ ‘따뜻한 교실’이다. 학교폭력 등의 이슈로 교사 휴직이 잦고,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닌 6년 내내 천편일률적이었던 ‘생활통지표’를 둘째 아이에게서 또 받아보고 싶지 않다.교육감 당선자들은 ‘무효표’가 108만표에 그치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괴롭다고 아우성치는 교실 현장과 치열하게 소통하고 답을 찾으며 교육 3주체의 날카로운 냉소를 녹여야, 다음이 있을 것이다.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