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멋진 신세계’ 스틸컷. 에스비에스 제공 광고가난한 여자 주인공과 피도 눈물도 없는 재벌 2세 남자 주인공,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던 이들은 어느새 미운 정이 든다. 조선에서 현대로 건너온 여자 주인공은 집도 돈도 뒷배도 없지만 기죽는 법 없이 당차기만 하다. 지난달 8일 첫 방송을 한 14부작 드라마 ‘멋진 신세계’(SBS)는 언뜻 보면 남녀 간의 신분 격차와 ‘혐관’ 로맨스, 타임슬립까지 한국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클리셰를 충실히 따른 것처럼 보인다. 다소 뻔한 설정인데도 시청률 10%를 넘겼고, 넷플릭스 비영어권 티브이쇼 부문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장희빈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 강단심(임지연)이 사약 먹고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현시대로 시간을 뛰어넘은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강단심은 무명 배우 신서리의 몸에 깃들어 낯선 신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 재벌 2세 남자 주인공 차세계(허남준)는 씩씩하고 시원시원하고 유쾌한 강단심의 매력에 빠져들며 그의 정착을 돕는다. 광고‘멋진 신세계’ 스틸컷. 에스비에스 제공 흥행 비결로는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화를 꼽을 수 있다. 우선 한국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클리셰를 십분 활용한다. 드라마는 강단심이 조선에서 현대로 타임슬립을 했다는 설정으로 시작해, 주인공이 생소한 환경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동시에 운명 바꾸기의 쾌감을 안긴다. 돈밖에 모르는 차세계와 가진 것 없지만 밝은 캔디형 강단심의 로맨스 또한 전형적인 클리셰다. 애정 전선을 방해하는 서브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점 또한 익숙한 전개다. 그럼에도 뻔하게 인식되지 않는 이유는 독특한 캐릭터 설정 때문이다. 강단심은 조선 여인이지만 현대 사회에 잔존하는 가부장적 시선을 비판할 정도로 진취적인 여성이다. 그는 현모양처가 꿈이라는 이를 향해 “강산이 이리 변하였는데 부엌데기를 자처하겠다? 허난설헌, 신사임당 같은 어르신들이 들으면 무덤에서 통곡을 하고 일어나겠다”고 호통을 친다. 차세계가 위협을 받는 강단심에게 자기 뒤에 숨으라고 말하자 “네가 뭔데 이리 나대느냐”며 “네가 더 나쁘다. 나를 무지렁이 취급하는 네가 더 상처”라고 말한다. 임지연은 “제가 지쳐있을 때마다 드라마에서 항상 환하게 웃는 서리(강단심의 현생 속 이름)가 좋다. 뭔가 삶의 시름을 다 잊게 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살아있잖아’ 하는 서리가 기특하다”고 말했다.광고광고‘멋진 신세계’ 스틸컷. 에스비에스 제공 강단심이 ‘외강내강’이라면 차세계는 ‘외강내유’에 가까운 캐릭터다. 돈밖에 모르는 사업가, 안하무인의 성격,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첫인상은 로맨틱 코미디 남자 주인공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이는 연약한 자아를 감추기 위해 입은 갑옷일 뿐이다. 한번도 제대로 사랑을 해본 적 없기에 강단심에게 빠져든 뒤 ‘연애 초심자’다운 서툰 모습을 보여준다. 차세계를 연기한 허남준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차세계는 살아남기 위해 단단한 갑옷을 입은 사업가”라며 “어릴 적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결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차세계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그냥 ‘사람’으로 대하는 서리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멋진 신세계’ 스틸컷. 에스비에스 제공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신분 극복의 로맨스, ‘백마 탄 왕자’라는 클리셰를 비틀어 보게 만든다”며 “또 우리 현실을 조선에서 온 여성의 눈으로 비추며 시청자로 하여금 ‘낯설게 보기’를 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전통 사회를 문제가 있는 곳으로 생각하고 우리 현실은 그런 관점에서 보지 않는데, 강단심의 눈을 통해 현 시대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반추하게 된다”고 짚었다.광고 다양한 장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드라마는 방영 초 ‘비(B)급 코미디’로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옛날 드라마 ‘야인시대’에 뒤늦게 푹 빠진 강단심은 자신이 김두한이라도 된 것처럼 싸움을 한다. 사극 ‘여인천하’를 보던 강단심이 “멋지다” 하며 손뼉 치는 장면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이 박연진(임지연)을 보고 “멋지다, 연진아” 하며 손뼉 치는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다. 강단심의 전생을 보여줄 때는 사극 특유의 애절한 러브라인을 담아낸다. 20일 방영한 마지막 14회는 시청률 11.8%(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멋진 신세계’ 스틸컷. 에스비에스 제공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